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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축구 천재 하베르츠, 분데스리가 휘젓는다

중앙일보 2019.08.20 00:04 경제 7면 지면보기
‘독일 축구의 미래’로 각광 받는 레버쿠젠의 신성 하베르츠. [사진 하베르츠 인스타그램]

‘독일 축구의 미래’로 각광 받는 레버쿠젠의 신성 하베르츠. [사진 하베르츠 인스타그램]

17세 소년이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주전을 꿰차더니 1부 리그 각종 기록을 갈아치운다. 19세에 국가대표에 선발된 뒤엔 독일 ‘올해의 선수’로 거론되기 시작한다. 20세 때는 수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몸값을 기록한다. 축구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이런 일이 실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일어났다. 레버쿠젠의 ‘축구 천재’ 카이 하베르츠(20·독일)가 주인공이다.
 

2016년 데뷔한 레버쿠젠의 샛별
몸값 호날두와 비슷한 1360억원

국내 축구 팬에게는 낯선 이름의 하베르츠는 올 시즌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다. 그는 지난 17일 파더보른과의 2019~20시즌 분데스리가 홈 개막전에서 득점을 기록했다. 1-1로 맞선 전반 19분 오른발로 공을 잡고 돌아선 뒤 절묘한 왼발 칩샷으로 골키퍼를 넘겼다. 레버쿠젠은 3-2로 이겼다. 경기 후 분데스리가 홈페이지는 “개막 첫 경기부터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월드클래스”라고 했다.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은 “힘을 쓰기보다는 세련됐다”고 극찬했다.
 
4세 때 축구를 시작한 하베르츠는 고속성장을 거듭 중이다. 그는 2016~17시즌 17세 126일의 나이로 분데스리가 경기에 출전하면서 레버쿠젠 역대 최연소 프로 데뷔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시즌엔 정규리그 34경기에 출전해 17골을 몰아쳤다. 팀 내 최다 득점이자 리그 역사상 20세 이하 선수 최다 골 신기록이다. 독일 팬들은 그를 ‘분더킨트(Wunderkind·원더키드)’라고 부른다.
 
웬만한 공격수보다 더 탁월한 골 결정력을 지닌 하베르츠지만 본업은 미드필더다. 예측 불가한 패스를 정확히 뿌려주는 게 주 무기다. 양발을 다 사용하고, 볼이 없을 때 움직임도 좋다. 그는 “내 강점은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롤모델은 대표팀 선배인 메수트 외질(31·아스널).
 
키 1m88㎝인 하베르츠는 장신 선수로는 드물게 폭발적인 스피드까지 지녔다. 그는 지난해 10월 ‘순간 최고속도’ 로 시속 35㎞를 기록했다. 시즌 최고기록이다. 그래서 그의 또 다른 별명은 독일어로 ‘알레스쾬너(Alleskönner·멀티플레이어)’다. 레버쿠젠 루디 푈러 단장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라운드 밖에선 영락없는 10대 청년이다. 그는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소녀팬을 몰고 다닌다. 쉴 때는 가족·친구들과 함께 맛집을 찾아다니고, PC게임 포트나이트를 즐긴다. 2년 전까지는 구단 아카데미에서 고교과정 수업을 이수하는 등 학업과 축구를 병행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열린 2019년 ‘독일 올해의 선수’ 투표에서 마르코 로이스(29·도르트문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덩달아 몸값도 치솟았다. 레버쿠젠은 하베르츠의 이적료로 1억 유로(약 1360억원)를 책정했다. 작년 7월 호날두가 유벤투스로 이적할 때 기록한 몸값 1억 1200만 유로(약 15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독일의 레전드 로타르 마테우스(59)는 “타고난 재능과 영리함, 골 결정력을 유지한다면 머지않아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는 최고 선수상을 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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