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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명 ‘파인사’…아이폰X에 포스코 있다

중앙일보 2019.08.20 00:03 경제 1면 지면보기
애플이 그동안 비밀에 부쳐왔던 ‘아이폰X’의 한국 협력사를 일부 공개했다. 왼쪽부터 영풍전자 송진경 Dry Film 밀착 설비기능자, 포스코 이상태 AOD 취련사, 풍산 김현도 엔지니어, 하이비젼시스템 이희준 엔지니어. [사진 애플]

애플이 그동안 비밀에 부쳐왔던 ‘아이폰X’의 한국 협력사를 일부 공개했다. 왼쪽부터 영풍전자 송진경 Dry Film 밀착 설비기능자, 포스코 이상태 AOD 취련사, 풍산 김현도 엔지니어, 하이비젼시스템 이희준 엔지니어. [사진 애플]

애플이 지난해 국내에서 200개 이상의 업체와 협업하면서 12만 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대표 철강기업 포스코가 애플 ‘아이폰X’에 직접 개발한 스테인리스 제품을 납품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애플, 비밀이던 국내 협력사 공개
포스코 입사 2년차 팀장 발탁
철 1200t 실험, 신소재 개발 성공
깐깐한 애플 7개월 만에 만족시켜

애플은 1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진출 후 처음으로 이런 한국 내 일자리 창출 현황 등을 공개했다. 본격적으로 ‘한국 속 애플’ 알리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에 따르면 12만5000개의 협력사 일자리 외에도 지난해 한국에서 20만개 이상의 ‘앱 경제’ 일자리가 생겨났다. 애플 ‘앱스토어(App Store)’가 활성화하면서 관련 산업이 커진 덕이다. 애플은 “협력 업체와 앱 경제 효과를 합치면 지난해 한국에서 기여한 일자리 수가 총 32만 5000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창업자와 개발자들이 앱스토어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얻은 수익도 2008년 이후 4조7000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한국은 애플에 매출 기준 미국·중국·유럽(EU)·일본과 함께 주요 국가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 특히 에어팟 등 애플 액세서리 부문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한국 시장의 높아진 위상을 충분히 인식하고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하겠다는 메시지를 띄운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한국서 32만개 일자리 창출”
 
포스코 ‘아이폰X’ TF팀이 서울과 포항 기술연구원에서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포스코 ‘아이폰X’ TF팀이 서울과 포항 기술연구원에서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애플은 그동안 비밀에 부쳐왔던 한국 협력사 면면도 일부 공개했다. 포스코 외에 카메라 모듈 업체 하이비젼시스템, 인쇄회로 기판(PCB) 업체 영풍전자, 비철금속 분야 중견기업 풍산 등이 대표적이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포스코는 애플이 아이폰 10주년 기념작으로 2017년 출시한 ‘아이폰X’에 처음으로 ‘비자성·고청정 스테인리스(non-magnetic, ultra-clean Stainless Steel)’를 납품했다. 이 제품은 자성을 띄지 않아 전자제품 간 전파를 방해하지 않는다. 또 얇으면서도 강도가 높아 스마트폰은 물론 자율주행차 등 미래 산업 전반에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아이폰X는 본체 외부에 이 소재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2016년 아이폰X 제작을 위해 기업 물색에 나섰다. 포스코가 글로벌 경쟁사들을 제치고 선정됐고, 불과 7개월 만에 적합한 소재를 개발해 납품에 성공했다.
 
당시 포스코는 35명 연구진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는데 비밀 유지를 위해 ‘파인사(Fine社)’란 암호까지 썼다. 팀장은 연공 서열을 깨고 파격적으로 대리급인 허정인(28) 대리가 맡았다. 팀장을 맡을 당시 입사 2년차에 25세였다. 박정근 포스코 스테인리스마케팅실 그룹장은 “외국어에 능숙하고 애플의 철학을 잘 이해하고 과감하게 업무를 추진할 인물이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TF는 7개월 동안 1200t이 넘는 철을 끓여가며 개발에 나섰다. 비자성·고청정 스테인리스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애플이 원하는 품질 수준이 까다로워 화학 성분부터 새롭게 설계했다. 샘플이 나오는 족족 직접 들고 12차례 넘게 애플 생산 기지가 있는 중국으로 날아갔다. 허정인 대리는 “철강 업계에선 쓰다 남은 철 스크랩을 재활용하는 비율이 보통 40% 정도인데 애플은 75% 이상을 요구했다”며 “품질과 친환경 수치를 동시에 맞추는 게 힘들었지만, 포스코의 지향점과 맞아 시너지가 났다”고 말했다.
 
현재 포스코는 전 세계 아이폰X 절반에 이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아이폰 후속작과 관련해서도 긴밀히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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