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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흑당 음료 한 잔 마셨더니 설탕 하루 권장 섭취량 훌쩍 넘어

중앙일보 2019.08.20 00:02 2면 지면보기
두 얼굴의 흑당
 

정제 안 해 미네랄·비타민 남아
함량 적어 건강엔 별 도움 안돼
흡수 빨라 당뇨·비만 환자 주의

하얀 도화지에 검은 붓으로 터치한 작품 같은 음료가 요즘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바로 대만에서 건너온 흑당버블티·흑당밀크티다. 카페에서 주문해 마시는 음료 외에도 흑당 관련 가공식품이나 식재료까지 나오면서 흑당은 더 이상 생소한 식재료가 아니다. 심지어 건강에 이롭다는 소문까지 나면서 설탕 대신 흑당을 대신 사용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하지만 흑당이 국내를 강타하면서 흑당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많다.
 
요즘 인기 있는 흑당은 흡수가 빨라 당뇨병 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 프리랜서 김동하

요즘 인기 있는 흑당은 흡수가 빨라 당뇨병 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 프리랜서 김동하

 흑당을 넣은 음료는 2010년 대만 스린 야시장에서 탄생했다. 방송·블로그를 통해 대만 전역에 알려지며 여행객 사이에서 유명한 음료로 자리 잡았다. 흑당버블티는 쫀득쫀득한 떡 식감의 타피오카 펄과 흑당을 우유에 넣어 먹는 버블티의 일종이다. 흑당밀크티는 깊게 우려낸 홍차를 차가운 우유에 넣어 만든 밀크티에 흑당 시럽을 섞어 만든다. 진한 캐러멜 느낌의 흑당을 넣어 맛이 달콤하고 진하며, 홍차의 향긋함과 고소한 우유가 어우러진 풍미가 특징이다.
 
차·음료 전문점 공차가 선보인 흑당 음료인 브라운슈가 밀크티는 지난 8일 기준 누적 320만 잔이 팔렸다. 공차에 따르면 지난 4~6월 공차 멤버십에 가입한 방문 고객 3명 중 1명은 이 메뉴를 주문했다. 흑당의 인기가 치솟자 가공식품과 식재료로도 나오고 있다. 편의점 CU가 지난달 출시한 흑당 컵 음료인 ‘브라운슈가 라떼’는 출시 30일 만에 누적 판매량 60만 개를 돌파하며 가공유 부문에서 바나나우유에 이어 판매 순위 2위에 올랐다. 유억권 CU 홍보팀 차장은 “새로운 매운맛인 마라의 열풍처럼 기존의 단순한 달콤함에서 벗어나 가열을 통한 캐러멜 향을 품은 새로운 달콤한 맛을 선보인 것이 흑당의 인기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SNS 홍보 바람 타고 인기 치솟아

모바일 쇼핑몰에선 오키나와 흑당, 흑당 분말, 흑당 시럽 등 다양한 제품군이 쏟아지고 있다. 티몬에 따르면 흑당 음료 관련 상품(흑당 시럽, 타피오카 펄, 버블티 파우더 등)의 매출은 올해 6월부터 급격히 올라 7월엔 전달보다 2806%의 성장률을 보였다. 올해 1~7월 흑당 관련 상품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57% 성장했다. G마켓에선 7월 한 달 동안 흑당 관련 상품 판매량이 전달(6월)보다 56% 증가했다.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흑당과 관련한 게시물이 넘쳐나고 있다.
 
우리에게 생소했던 흑당 음료가 이처럼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배경엔 SNS가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컵 안쪽에 녹아 내리는 특유의 비주얼, 극도의 단맛이 유행을 선도하고 희소 가치를 추구하는 SNS 이용자의 심리와 잘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흑당이 빠르게 퍼지면서 시장에선 흑당을 흑설탕·황설탕과 혼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엄연히 다르다. 설탕은 사탕수수·사탕무 즙에서 침전물을 제거하고 원료당을 추출해 가열·농축한 뒤 결정을 만들어 얻어진다. 이 과정에서 처음 만들어진 게 백설탕이고, 열을 가해 결정을 만드는 공정을 반복하면 황설탕이 된다.
 
흑설탕은 백설탕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제 과정을 덜 거치거나 백설탕에 당밀을 섞고 캐러멜을 첨가해 만든다. 반면 흑당은 사탕수수·사탕무의 즙을 가열해 검은 빛깔이 될 때까지 졸이고 식혀 만든다. 즉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흑당과 흑설탕의 원료는 모두 사탕수수ㆍ사탕무 즙이지만 그대로 졸여 굳히면 흑당, 불순물을 없애는 정제 과정을 거치면 설탕(백설탕·황설탕·흑설탕)이 된다. 정제 과정을 거치는 황설탕·흑설탕엔 설탕 성분 외에 별다른 영양소가 없다. 하지만 흑당에는 당분 외에도 사탕수수의 칼륨·철분·칼슘 등 미네랄, 열에 강한 일부 비타민이 남는다. 그러다 보니 일부 업체는 흑당을 ‘몸에 좋은 당’으로 과대 해석하면서 흑당을 넣은 제품을 건강 마케팅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혈당 급격히 올리고 칼로리 높아

허정연 길병원 영양실장은 “흑당이 혈청과 간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하지만 칼륨·철분·칼슘 등이 미미해서 건강을 위한다며 흑당이 든 식품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흑당의 맛은 캐러멜이나 달고나에 비유할 정도로 달다. 강한 단맛의 흑당은 당 중에서도 체내 흡수가 빠른 이당류다. 이정주 강동경희대병원 영양파트장은 “흑당 같은 이당류는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칼로리가 높으므로 당뇨병·비만 환자는 주의가 필요하다”며 “칼륨을 제한 섭취해야 하는 만성 콩팥병 환자도 설탕 대신 흑당을 먹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흑당에 대한 섭취 허용량은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당류 권장 섭취량은 25g(하루 총칼로리 섭취량의 5% 내)이다. 현재 시판되는 흑당라떼·흑당밀크티 등 흑당이 들어간 음료 한 잔에 이 기준을 훌쩍 넘는 30~50g가량의 당이 들어 있다.
 
이 파트장은 “음식과 간식, 음료로 섭취하는 하루 설탕 섭취 허용량이 약 25~30g인 점을 고려해 흑당 섭취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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