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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수사 명분부터 파고드는 김학의·윤중천, 왜 이런 전략 선택했나

중앙일보 2019.08.19 05:00
지난 5월 16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16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건설업자 윤중천(58)씨로부터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의 첫 정식 재판이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열렸다.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지 6년 만이다. 
 
김 전 차관의 혐의는 크게 다섯 가지다. ▶2006년 9월~2007년 11월 원주 별장과 역삼동 오피스텔 등에서 윤씨로부터 6회에 걸쳐 받은 성접대 ▶2007~2008년 윤씨로부터 3100만원 상당의 금품 수수 ▶2008년 7월 윤씨가 여성 A씨에게 준 가게 보증금 1억원을 돌려달라고 하자, 김 전 차관이 이에 개입해 윤씨로 하여금 1억원을 포기하게 만든 것 ▶2012년 4월쯤 윤씨 부탁을 받고 사건 진행 상황을 알려준 것 ▶2008~2011년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516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것 등이다.  
 
김 전 차관은 모든 혐의를 부인함과 동시에 검찰의 수사 명분 자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김 전 차관 “신상털이 수준의 수사를 벌여 혐의 억지 적용”

 
지난 6월 4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김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수사단은 조사 초기, 김 전 차관의 성범죄 혐의를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 문제나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성범죄 혐의는 공소사실에서 제외됐다. 대신 윤씨와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받은 1억 7000여만원 상당의 뇌물에 대한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다. 김 전 차관 측은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1억7000만원대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재판이 의혹 제기 6년 만에 시작됐다. [연합뉴스]

1억7000만원대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재판이 의혹 제기 6년 만에 시작됐다. [연합뉴스]

 
첫 재판에서 김 전 차관은 “당초 문제로 삼았던 강간 혐의와 달리 신상털이 수준의 수사를 벌여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억지로 적용했다”며 검찰 수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객관적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기소한 것은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차관 측은 윤씨로부터 받은 금품뇌물죄 요건인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뇌물 수수 혐의를 부인했다. 별장 성접대 여부에 대해서는 “기억이 흐릿하다”며 이른바 ‘모르쇠 전략’을 취했다.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간)는 “양형 리스크를 안고 변론에 임하고 있는 것 같다”며 “혐의를 계속 부인하면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무죄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형사 사건에서는 범죄혐의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찰에 있다. 즉 검찰이 입증하지 못하면, 김 전 차관이 굳이 자신이 무죄라는 것을 밝힐 필요가 없기에 이와 같은 전략을 취한다는 것이다.
 
김 전 차관 입장에서는 다른 전략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모르쇠 전략을 택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구본진 변호사(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는 “김 전 차관 측이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다른 증인이 있거나 알리바이가 있는 사건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구사할만한 차선의 전략조차 없다는 것이다.  
 
구 변호사는 “김 전 차관이 범행 부인을 계속하면 나중에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겠지만, 범죄를 인정하면 그 이후에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겠느냐”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별장 성접대 동영상,’ 정말 증거능력 없나?

 
김 전 차관 측이 제기하는 또 다른 쟁점은 검찰의 증거능력에 관한 점이다. 이른바 ‘별장 성접대 동영상’으로 알려진 영상이 불법증거라는 것이다.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사진 MBC ‘스트레이트’ 캡처]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사진 MBC ‘스트레이트’ 캡처]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2013년 등장한 해당 동영상에 대해 “통신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영상이나 사진 등 촬영대상자의 동의를 얻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는 불법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한규 변호사는 “수사 기관이 취득과정에서 위법한 절차가 있지 않은 경우라면 위법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측 관계자는 김 전 차관 측의 주장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검찰 고위직에서 일했던 김 전 차관이 이와 같은 전략을 쓰는 게 맞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김 전 차관의 재판을 맡은 정 부장판사는 다음 달 3일 해당 동영상을 CD로 만들었다고 알려진 윤씨의 조카 윤모씨와 영상 감정인을 증인으로 신문할 방침이다. 영상의 위법수집증거 여부는 나중에 따지겠다고 설명했다.
 

윤씨도 검찰 비판 전략...“검찰 수사는 ‘윤중천 죽이기’”

 
건설업자 윤씨도 지난달 9일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 과거사위 수사단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윤중천씨(58)가 지난 5월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윤중천씨(58)가 지난 5월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윤씨 측 변호인은 “폭력 혐의 기소는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단이 성과를 위한 과욕에서 실체적 진실과 무관하게 무차별 진행한 것”이라며 “과거 군사정부 시절 간첩단 조작사건에서나 봤던 강압 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검찰이 과거사를 반성하겠다는 취지를 잊고 ‘윤중천 죽이기’에 집중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불기소 처분이 된 사건을 원점부터 수사해 기소한 것이 3건인데, 그중 일부는 상대가 고소도 안 했고 나머지는 고소 후 합의됐다는 것이다.  
 
윤씨도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윤씨의 변호인은 “성폭행 사건은 공소시효가 완성됐고, 공소사실 자체를 봐도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으며 성관계를 통해 치상에 이르렀다는 것 또한 인정할 수 없다”며 “사기 혐의도 기만행위와 및 편취 범의가 없었고, 알선수재도 없었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한편 윤씨와 김 전 차관은 이달 27일 김 전 차관의 두 번째 공판기일에서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관의 재판부가 뇌물 공여자인 윤씨를 불러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윤씨의 증언이 김 전 차관의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한 중요한 단서인 만큼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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