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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철의 시선] 주식 공매도, 금지해선 안 되는 이유

중앙일보 2019.08.19 00:20 종합 28면 지면보기
나현철 논설위원

나현철 논설위원

주식시장이 위기다. 지난 4월 2260선을 기록하던 코스피 지수는 최근 1900선 안팎으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700선을 기록하던 코스닥도 600선 안팎으로 주저앉았다. 투자자라면 코스피 지수가 2400에서 2000으로 순식간에 내려앉은 지난해 하반기의 악몽을 떠올릴 상황이다.
 

신용 앞선 ‘외국인 놀이터’
개인 투자자 입장 이해해도
적잖은 순기능은 살려야

사실 거시경제적 환경은 그때보다 좋지 않다. 지금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일본에 대한 무역규제 같은 새로운 변수들이 추가돼 있다. 세계 경제 상황도 더 나쁘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요 국가들의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만 봐도 그렇다. 미국과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관세와 같은 장벽 두르기로 일관하고 있으니 상황이 금세 좋아질 기미도 별로 없다.
 
이럴 때 이슈로 떠오르는 게 주식시장에서의 공매도 금지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의 폭락 주범이 공매도라며 문제를 제기했고, 청와대 청원까지 올렸다. 정부도 투자자들의 불만을 의식해 공매도 규제 강화를 언급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7일 “공매도 규제 강화 등 가용한 수단을 통해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처하겠다”고 했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주식 공매도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언제든지 시행할 수 있다”고 발을 맞췄다.
 
개인 투자자들의 문제 제기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 것, 혹은 갖고 있지 않은 물건을 판다는 뜻이다. 주식시장에선 그 물건이 곧 주식이다.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투자자는 실제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수수료를 주고 주식을 빌려 시장에서 판다. 며칠 후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사서 원래 소유주에게 돌려준다. 그동안의 주가 하락분은 고스란히 투자자 차지다. 하지만 반대로 주가가 올라 큰 손실을 입기도 한다. 어찌 보면 투기적 성격이 강하지만 공매도는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는 것을 막고 투자 헤지 효과도 있다고 인정돼 1996년 허용됐다.
 
하지만 문제는 개인이 주식을 빌리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개인은 기관보다 신용이 약할 수밖에 없어서다. 주식을 빌려주는 건 은행이 예금을 내줄 때와 같다. 차입자의 상환 능력을 꼼꼼히 따지고 때론 담보를 요구하기도 한다. 기관에 비해 개인이 제공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게 당연하다. 국내에서 개인 공매도가 허용돼 있지만 참여가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의 경우 공매도 대량 투자자 44곳 중 43곳이 기관이었다. 개인 투자자는 단 한명에 그쳤다. 기관의 대부분은 모간스탠리, 메릴린치, 크레디트스위스, 제이피모간 등 흔히 아는 외국계가 다 차지했다. 국내 증권사의 비중은 가장 큰 곳도 0.8%에 그쳤다.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시장을 ‘외국인 투자자의 놀이터’라고 부르는 것도 이해가 된다.
 
더구나 지난해 11월 골드만삭스가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공매도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개인 투자자가 소외당할 수밖에 없는 시장구조’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공매도 금지’는 편리한 주가 안정 수단이자 개인의 불만을 달랠 수 있는 수단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가도 적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공매도의 순기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과도한 주가 상승을 억제하는 자연스런 통제장치의 기능을 한다. 지난 6일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최근 주가가 폭락한 신라젠을 두고 “공매도가 없었으면 거품이 더 크지 않았겠느냐”고 언급한 것이 한 사례다. 임상 실패 가능성을 반영한 공매도가 없었다면 주가가 더 치솟는 바람에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더 컸을 수 있다. 공매도는 또 시장의 실탄인 유동성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결국 시장을 움직이는 건 공매도와 같은 거래 방식이 아니라 상장기업의 수익성과 본질 가치라는 얘기다. 2008년과 2011년 주가지수가 급락하자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규제했지만 이 같은 조치가 주식시장의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2008년 공매도 금지 기간에 코스피는 3.4% 하락했고 2011년에는 12.1% 떨어졌다. 공매도가 많다고 해서 주가가 꼭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올해 국내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비중이 높은 10종목 중 6개 종목은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
 
이제 공매도가 본질 가치는 전혀 없고 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취급받아 마땅한 절대악인지는 냉정히 생각해볼 일이다. 증시를 떨어뜨리는 게 공매도인지, 기업 가치의 하락인지를 잘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거래 금지라는 극약 처방은 그만큼 우리 시장이 취약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꼴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나현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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