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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최후의 미션? 9월 실무협상 안 풀리면 러 대사 맡을 듯

중앙일보 2019.08.18 13:48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오른쪽)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6월 19일 워싱턴 애틀랜틱 카운슬과 동아시아재단 주최 전략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중앙일보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오른쪽)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6월 19일 워싱턴 애틀랜틱 카운슬과 동아시아재단 주최 전략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중앙일보

10월 차기 러시아 대사 물망에 오른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0~22일 서울을 찾는다. 한미 지휘소연습 종료일에 맞춰 북ㆍ미 실무협상 재개를 위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조율하는 것이 공식 목적이다. 하지만 9월까지 실무협상이 비건 대표의 마지막 미션이 될 수 있다. 이번에 핵 동결을 위한 잠정 합의(interim deal)에 타결 전망이 보이지 않을 경우 본인 전공인 러시아 대사직을 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핵 동결+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잠정 합의'목표
소식통 "비건 9월까지 협상 안 풀리면 떠날수도"
전문가 "러시아 원래 전공이라 놀랄 일 아니다,
대북대표보다 러 대사가 경력 승진으로 비춰져"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17일 “비건 대표가 이번 실무협상이 잘 풀리면 연내 3차 정상회담까지 가겠지만, 북한이 그와 협상을 계속 꺼릴 경우엔 마지막 미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선은 비건 대표의 2박 3일 서울 방문 기간 김명길 신임 대미 특별대표 등과 판문점 접촉을 통해 실무협상 일정을 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연일 강도 높게 대남ㆍ대미 공세를 펴고 있어 상황은 유동적이다.
 
한미 양국 모두 비건 대표의 방한 동안 실무협상 재개나 판문점 접촉이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비건 대표가 방한 기간 북한과 접촉할지는 통보받은 바 없다”며 "향후 북·미 실무협상에 관한 한미 조율이 목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무부도 본지에 “그와 관련 발표할 일정이 없다”며 했다. 비건 대표의 방한 일정이 발표된 뒤 조선중앙통신이 "전쟁시연회로 얻을 것은 값비싼 대가뿐”이라며 “미국은 우리의 거듭된 경고가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공격한 것도 북한이 시간을 더 끌겠다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김 위원장이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로 "연합훈련이 끝나면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에 대한 답장을 전달하기 위해 판문점 접촉을 할 가능성도 있다. 비건 대표는 6ㆍ30 판문점 회동 전날 판문점에서 준비 회담을 했고, 앨리슨 후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이 지난달 23~24일 방한 도중 6ㆍ30 정상들의 기념사진을 교환했다. 이달 초에도 미 국무가 인사가 김 위원장 친서를 직접 판문점에서 전달받는 등 양측이 접촉은 계속했다.
 
다만 실무협상을 공식 재개해 비핵화 로드맵의 첫 단계로 핵 동결 합의에 대한 논의에 착수할 수 있느냐는 별개 문제다. 비건 대표는 핵 제조ㆍ실험ㆍ확산 중단뿐만 아니라 운반수단인 탄도미사일 개발도 일정 수준에서 동결을 명문화할 목표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 “비건 대표가 지난 1년 동안 이 같은 구체적 성과에 욕심을 냈지만, 북한이 자신과 협상을 기피해 고통도 컸다”며 “9월까지 협상에 진척이 없을 경우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사퇴하는 존 헌츠먼 러시아 대사 후임 자리를 제안하면 수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비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대사직 검토에 대한 입장 요청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관련 보도가 잇따르는데 부인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 전문가들도 “비건이 러시아 대사를 맞는 것은 원래 전공을 찾아가는 것이라 놀랄 일이 아니다”란 반응들을 보였다. 비건이 미시건대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1992~94년 국제공화당연구소 모스크바 사무소장에 이어 미ㆍ러 재단 이사, 현지 포드차 합작법인 포드 솔러스에도 관여했다. 러시아 대사가 경력상 승진으로 비치는 것도 변수다. 만약 비건 대표가 실제로 떠난다면 공백을 채울 중량감 있는 인사가 없는 상황에서 선장을 잃은 북핵 외교는 표류할 수밖에 없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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