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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터진 K바이오, 난제 쌓인 통합지휘소

중앙선데이 2019.08.17 00:40 649호 1면 지면보기

위기의 K바이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22일 충북 오송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이날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바이오헬스산업을 시스템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전략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바이오헬스 전 분야의 연간 연구개발(R&D) 비용을 4조원 규모로 늘려 연 수출액 500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인보사 사태 등 문제 드러나자
부처 칸막이 해소 신약 집중 지원
부랴부랴 컨트롤타워 구성 나서

10년간 3조5000억 지원 추진
“정권 바뀌어도 정책은 지속돼야”

정부의 이런 강력한 의지 표명에도 한국의 바이오산업을 지칭하는 ‘K바이오’는 잇단 악재로 휘청거렸다. 바이오헬스의 핵심 분야인 바이오의약품, 그중에서도 신약이 문제였다.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주목받던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는 허가 때와 다른 세포를 쓴 사실이 드러나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신약 개발에 나섰던 에이치엘비와 신라젠도 각각 6월과 이달 해외 임상시험 3상에서 사실상 ‘실패 판정’을 받았다. 여기에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무산 소식까지 더해지며 제약·바이오 기업 주가가 급락했다.
 
한때 10만원이 넘었던 신라젠 주가는 1만원대로 떨어졌다. K바이오 대표주의 추락 탓에 올 상반기 코스닥 제약 지수 수익률은 마이너스(-) 10.48%, 코스피 의약품 지수도 마이너스(-) 8.73%를 기록했다. 더구나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바이오주가 반등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임상 3상에 돌입했다고 하면 이미 성공한 것처럼 축배를 들지만, 세계적인 제약사도 임상 3상 단계에서 부지기수로 나가떨어진다”며 “투자 유치나 주가 부양을 위해 임상 결과를 부풀리거나 과대 포장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수석연구원은 “최근 K바이오는 과거 건설 호황기 부실 공사로 무너져 내린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을 떠올리게 한다”며 “글로벌 제약사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18배 수준인 데 비해 K바이오의 PER은 82배 수준으로 턱없이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이 갈 길은 멀다. 미국 컨설팅 업체 푸가치컨실리엄은 최근 바이오 신흥국 경쟁력을 비교한 보고서에서 한국을 대만·이란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추격그룹’으로 분류했다. 칠레·멕시코 등과 같은 그룹이다.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아메리칸이 선정하는 바이오산업 경쟁력 순위에서도 한국은 2009년 15위에서 지난해 26위로 오히려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K바이오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거품을 걷어내고 기본 경쟁력을 강화할 때라고 지적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해외 선진 기업들은 임상 3상으로 갈수록 ‘임상 디자인’에도 많은 공을 들이는데 한국은 소홀히 한다”고 말했다. 임상 디자인이란 신약에 적합한 질환을 앓는 환자를 잘 골라 신약 적용에 최적화한 병원에서 임상 시험을 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임상 디자인에 성공할수록 임상 통과 가능성도 커진다.
 
이 부회장은 이와 함께 “K바이오도 사업화 성사 여부, 기업의 재무건전성·현금창출력 등도 되짚어 내실 있는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문제점 개선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 등은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범부처 ‘국가신약개발연구사업’ 기획 공청회를 열고  K바이오 컨트롤타워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 10년간 3조5000억원 규모로 추진하는 범부처 개념의 바이오신약 연구개발(R&D) 통합 지원 프로젝트다. 부처별 칸막이 해소와 신약 R&D 집중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에도 관련 부처가 재단법인을 세워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사업’을 운영했다. 그러나 범부처 사업이라는 타이틀과는 달리 부처별 칸막이가 여전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에도 엇박자 사례가 있었다.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소비자직접의뢰유전자검사(DTC)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그러나 이를 불허해 불협화음을 냈다.
 
조만간 출범할 국가신약개발연구사업 기획 총괄위원장을 맡은 정성철 이화여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지금껏 기초 R&D는 과기정통부, 사업화 인프라 구축은 산업부, R&D 컨설팅은 복지부 식으로 부처별로 제각각 신약 개발을 지원해 시너지 효과가 덜 났다”며 “앞으로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효율적으로 바이오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어도 기존 사업이 틀어지지 않도록 연속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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