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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 목매지 않는 트럼프, 원유 수입국이 ‘비용’ 대라는 것

중앙선데이 2019.08.17 00:02 649호 9면 지면보기

한국 구축함 호르무즈 파견 거론 왜 

로버트 맥널리

로버트 맥널리

“한국 구축함 파견은 도널드 트럼프 청구서 일부다.”
 

로버트 맥널리 미 에너지 전문가
미국 셰일혁명으로 3위 원유 수출국
더 이상 중동산 원유 절박하지 않아

이란 직접 공격할 가능성은 적어
OPEC-러시아 동맹 영향력도 약화

한국·일본 등 중동산 원유 수입국에
병력 파견, 평화유지비 요구할 수도

로버트 맥널리 미국 에너지분석회사인 래피디언 대표의 말이다. 나날이 긴장이 더해지고 있는 이란사태를 심층 분석하기 위해 중앙SUNDAY가 요청한 전화 인터뷰에서다. 맥널리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서 미국 에너지정책을 지휘했다. 평소 그는 원유 가격을 전망할 때 여유생산능력을 중시했다. 개발돼 있지만 채굴하지 않고 대기 중인 유전이다.
 
요즘 석유수출국기구(OPEC) 여유생산능력이 하루 200만 배럴 정도다. 원유 값이 급등한 2005년 수준이다. 그런데 국제 원유가격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원유 공급량이 너무 많다.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과 수출이 줄었지만, 미국과 브라질, 노르웨이 등의 원유 생산이 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과 러시아가 감산을 연장했는데도 공급 과잉인가.
“올 6월 OPEC과 러시아가 감산 연장에 합의했다. 지난해 말 양쪽이 6개월간 감산하기로 합의한 것을 연장했다. 하지만 감산 합의 이후에도 유가가 눈에 띄게 오르지 못했다. 또 다른 요인이 작용해서다.”
  
국제 유가, 중동지역 리스크에도 안정적
 
[연합뉴스]

[연합뉴스]

그것이 무엇인가.
“무역전쟁 탓에 세계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산업생산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는데 에너지 소비가 늘겠는가. 경기 하강은 내년 이후 에너지 소비 전망도 흐리게 한다. 그 바람에 헤지펀드 등의 원유 매입도 줄어들고 있다.”
 
참 역설적이다. 미국-이란의 갈등으로 중동지역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데, 유가가 급등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봐도 아주 예외적이다. 미국 셰일혁명 때문이다. 미국의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이 급증하고 있다. 앞으로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맥널리의 말대로 요즘 미국은 하루 800만 배럴 정도를 채굴한다. 이 가운데 600만 배럴 정도를 수출하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에 이어 3위 수출국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IEA)에 따르면 2023년 즈음이면 미국 원유 수출이 러시아를 제치고 2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쯤되면 OPEC-러시아 동맹도 한계에 이른 듯하다.
“OPEC이 1970~80년대 국제 원유시장을 통제했다. 2000년 이후엔 사우디를 정점으로 한 OPEC과 러시아가 동맹을 맺고 감산과 증산을 결정했다. 사실상 OPEC의 리더인 사우디와 비OPEC 대표 나라인 러시아가 원유 카르텔 지휘국이 된 셈이다. 하지만 미국이 셰일원유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수출까지하면서 두 나라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중동지역 불안=유가 상승’이란 등식도 깨진 듯하다.
“현재까지는 그렇다. 일부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셰일혁명을 중동정책에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가 이란과 핵합의를 깬 이면에 셰일원유가 있다는 얘기다.”
 
좀 더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미국엔 더 이상 중동산 원유가 필요없다. 미국인을 위해 중동지역을 평온하게 유지할 절박감이 없어졌다는 얘기다. 미국은 필요하면 중동지역 불안을 감수하고 원하는 정책을 쓸 수 있게 됐다. 이런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언제인가.
“1차 걸프전 때인 1990년대 초반 미국 알래스카에서 많은 원유가 생산됐다. 알래스카산 원유가 없었다면, 당시 미국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사전에 막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미국의 의도였다는 말인가.
“음모론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당시 미국은 갈등 조짐을 미리 진정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1차 걸프전 이전에는 미리 개입해 갈등이 전쟁 등 분쟁으로 번지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았다. 당시 미 정부는 알래스카산 원유 때문에 중동지역 평화유지에 덜 절박했다. 요즘도 트럼프 행정부 사람들이 중동에 덜 민감해 한다.”
 
뜻밖의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 등 우방국가들이 이란산 원유를 사는 것조차 막기 시작했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 등에 호르무즈해협에 군함을 보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무장 등 중동지역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듯 한데.
“사태가 악화하는 것을 관리하는 수준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이 중동산 원유를 거의 수입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 유권자들이 민감한 휘발유 가격이 국제 원유가격에 따라 움직이다. 국제유가가 급등해 미 휘발유 가격이 뛰면 트럼프 재선이 어려워질 수 있다. 트럼프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중동지역 위기를 관리하고 있을 뿐이다.”
 
트럼프가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은.
“여기 워싱턴에는 ‘트럼프가 군사적으로 이란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가 셰일 때문에 미국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진 중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비를 쓰고 싶어하지 않을 것인 얘기다.”
  
트럼프는 수익자 부담 원칙 주장
 
이스라엘의 한 전문가는 트럼프가 중동에서 군대를 감축할 수도 있다고 말하던데.
“그건 너무 나간 예측이다. 여기 워싱턴 사람들의 입에 신냉전이란 말이 자주 오르내린다.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의 도전을 뿌리쳐야 한다. 중동에서 쉽게 군대를 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면 트럼프가 이란의 서방 유조선 억류 등에 어떻게 대응할 것 같은가.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다. 그는 중동 원유를 많이 사가는 나라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익자 부담 원칙을 믿는 사람이다.”
 
그 수익자는 어디인가.
“바로 일본, 중국 그리고 한국이다. 트럼프가 한국에 구축함 파견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구축함 파견은 트럼프가 먼저 한국과 일본에 보낸 청구서 가운데 일부다.”
 
또 다른 요구가 있다는 말인가.
“트럼프 의중을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구축함 파견 말고도 현금을 청구할 수도 있다. 중동 상황이 더 나빠지면 지상군 파병요구도 예상 가능할 수 있다.”
 
이스라엘, 미·중 무역협상에 촉각 곤두세우는 까닭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과 대만 등과는 달리 이스라엘은 다른 이유 때문에 미·중 무역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모세다얀센터의 선임 연구원 폴 리블린 박사는 중앙SUNDAY와 전화통화에서 “미·중 무역협상의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가 이란산 원유”라고 귀띔했다.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데, 리블린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이란 경제제재에 중국이 참여할지 여부뿐 아니라 중동의 질서유지에 중국의 역할 등이 무역협상에서 직·간접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지역에서 중국의 역할 확대 가능성도 셰일혁명의 파장이다. 리블린은 “트럼프가 ‘왜 우리와 상관 없는 중동의 평화를 위해 돈을 써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며 “중동평화 비용을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중국에 맡기려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중동산 원유에 크게 의존하지 않게 된 탓이다. 리블린은 “중국이 중동지역 평화를 유지하는데 많은 돈을 대면, 지역 내에서 영향력도 확대하려고 할 것이라는 게 이스라엘 리더와 전문가들의 예측”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등장은 중동지역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변수다. 사실 이스라엘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등 아랍 국가들을 거의 걱정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의 무장세력도 걱정거리가 아니다. 아랍 세력이 사분오열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란은 걱정거리다. 핵 무장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내 분쟁에 간여하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과 이란은 역사적으로 오랜 관계를 맺고 있다. 리블린은 “중국이 이란과 손잡고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 이스라엘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로버트 맥널리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국제정치경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조지 W 부시 집권시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에너지정책 특별보좌관이었고, 국가안보회의(NSC)에선 국제에너지 정책실장을 지냈다. 2016년엔 『원유 변동성: 유가 급등락의 역사와 미래』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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