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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전남편 변태"···아들 잃은 부모는 우울증 약만 삼켰다

중앙일보 2019.08.16 11:24
지난 6월 1일 오전 10시 32분 충북 청주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 모습. 사진은 경찰이 촬영한 영상 캡처본. [연합뉴스]

지난 6월 1일 오전 10시 32분 충북 청주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 모습. 사진은 경찰이 촬영한 영상 캡처본. [연합뉴스]

"부모님도 (고유정) 재판을 보셨어요. 손발을 부들부들 떠셔서 제가 손을 잡아줬죠. 집에 오시자마자 정신과 약부터 찾으셨습니다."
 

재판 보고 손발 부들부들…트라우마 악화
강씨 동생 "안정 되찾았는데 다시 원점"
"고유정 주장 허구…진흙탕 싸움 의도"

고유정(36)에게 살해된 전남편 강모(36)씨의 남동생(33)은 1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제 지켜야 할 건 부모님밖에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두 사람은 세 살 터울 형제였다.  
 
강씨 동생은 지난 12일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 정봉기) 심리로 열린 고유정 첫 정식 공판에 갔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제주도 한 펜션에서 아들(5)을 만나러 온 전남편 강씨를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해 최소 3곳 이상 장소해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유정은 이날 새로 선임된 사선 변호사를 통해 사건의 발단을 과도한 성욕을 주체하지 못한 전남편 탓으로 돌리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전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다.
 
법정에서 이 이야기를 들은 강씨 부모는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악화했다고 한다. 강씨 부모는 매주 정신과 치료를 받아 왔다. '집안의 자랑'이던 큰아들을 하루아침에 잃고 우울증과 불면증 등에 시달려서다.  
 
지난 12일 제주지법에서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고유정(36)의 첫 정식 공판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호송차에 오르는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있다. [뉴시스]

지난 12일 제주지법에서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고유정(36)의 첫 정식 공판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호송차에 오르는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있다. [뉴시스]

강씨 동생은 "(부모님이) 약을 자주 먹으면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아 일주일 정도 약을 끊으셨다"며 "그나마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최근 안정을 되찾았는데 법원에서 (고유정 측) 변호사 주장을 듣고 형님이 돌아가셨던 당시로 다시 돌아갔다"고 했다. 유족은 강씨가 숨진 지 석 달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장례조차 못 치르고 있다. 고유정이 시신을 심하게 훼손해 바다와 육지, 쓰레기장 등에 나눠 버려서다.  
 
강씨 동생은 "형님을 변태로 모는 (고유정 측) 변호사 모습을 보면서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억눌렀다"며 "살면서 그렇게 더럽고 추잡한 말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그는 "주변(방청석)에서 일반 시민들이 '그만해라' '말도 안 된다'고 (야유)해주셔서 끝까지 재판을 들을 수 있었다"며 "사람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고유정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이 '뼈 강도'나 '뼈 무게' 등을 검색한 것은 (현)남편 보양식인 감자탕에 대해 알아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 측은 "검색어들은 연관검색어가 아니라 검색창에 직접 입력한 것"이라며 "사건 비극의 단초가 피해자의 행동(성폭행 시도)이라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반박했다. 
 
강씨 동생은 "변태라는 주장은 형님에게 불리하고, 자신(고유정)에게 유리한 내용이었는데 이혼 소장에 전혀 없었다"며 "고유정의 주장이 허구라는 방증"이라고 했다. 그는 "고유정은 형님의 모든 것을 가져갔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었고, 하나뿐인 형제였다. 이제 (형의) 명예마저 건드리는 것에 대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당장은 고유정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강씨 동생은 "(고유정이 계획적으로 형을 살해했다는) 객관적 증거 자료가 많기 때문에 정상적인 변론이 어려워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가려는 게 그쪽 의도여서 적극적으로 반론하지는 않으려 한다"고 했다.  
 
전처 고유정(36)에게 살해된 강모(36)씨 방. 영정 사진이 놓인 상 위에는 강씨가 생전에 쓰던 모자와 안경 등이 올려져 있다. 김준희 기자

전처 고유정(36)에게 살해된 강모(36)씨 방. 영정 사진이 놓인 상 위에는 강씨가 생전에 쓰던 모자와 안경 등이 올려져 있다. 김준희 기자

고유정 측 변호인에 대해서는 불만을 토로했다. 강씨 동생은 "변호사가 (고유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법정이 아닌 본인 블로그에 공개적으로 당당히 명예훼손 운운하는 것을 보고 기가 찼다"며 "악명이지만 자기 이름을 알려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고유정 측 변호인은 본인 블로그를 통해 "저는 변호사로서 그 사명을 다 하여 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고 그 속에서 이 사건의 진실이 외면받지 않도록 성실히 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만일 이런 제 업무를 방해하려는 어떤 불법적인 행위(예를 들면 명예훼손, 모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나 시도가 있다면 법률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강씨 동생은 "형의 명예조차 지켜주지 못하고, 부모님의 건강도 지켜주지 못하나 하는 생각에 분노가 치민다"며 "다음 변론 때 (고유정 측이) 무슨 궤변을 늘어놓을지 몰라 부모님을 모시고 가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고유정 다음 재판은 9월 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제주=김준희·최충일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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