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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대를 메뚜기라 한 中···'가을 넘기면 개입' 최후통첩

중앙일보 2019.08.16 10:52
중국이 홍콩 시위대를 메뚜기에 비유해 눈길을 끌고 있다. 메뚜기는 여름 한 철 사는 곤충으로 찬 바람이 불면 사라진다. 중국의 메뚜기 거론은 홍콩 사태가 가을이 되도록 진정되지 않으면 중국 정부가 직접 개입할 것이란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 인민일보는 15일 중국 공안이 '2019~2022 전국 공안 실전 훈련'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인민망]

중국 인민일보는 15일 중국 공안이 '2019~2022 전국 공안 실전 훈련'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인민망]

지난 14일 새벽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 기자 푸궈하오(付國豪)가 시위대에 붙들려 구타를 당한 게 중국의 개입 명분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내지(內地) 사람이 얻어맞았다” “정부는 뭐하나” 같은 말이 나오며 중국의 민심이 들끓는 분위기다.  

메뚜기는 여름 한 철 약 90일 정도 생존해
6월 시작한 시위 석 달 이상 안 된다는 경고
가을 찬바람 불도록 홍콩 사태 진정 안 되면
중국군과 무장경찰의 직접 개입 이뤄질 전망

그러자 중국군이 개입을 시사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중국 5대 전구(戰區) 가운데 하나인 동부(東部)전구 육군의 웨이신(微信, 중국판 카카오) 계정인 ‘인민전선(人民前線)’은 14일 ‘푸궈하오 구타 이후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7가지 상식’이란 글을 발표했다.  
이 내용이 심상치 않다. 첫 번째 상식으로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 제18조에 “홍콩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위급 상황 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홍콩 특구에 긴급상태를 선포하고 홍콩에 중국과 같은 법률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중국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홍콩에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상식으론 중국의 ‘반(反)테러법’ 2조를 들먹였다. "테러가 판을 칠 경우 국가는 법에 따라 그 책임을 묻겠다"는 이야기다. 중국은 현재 푸궈하오 구타를 테러라고 말하고 있다.
중국군이 홍콩 시위대를 메뚜기에 비유해 주목을 끌고 있다. 메뚜기는 여름 한 철 사는 곤충이다. 홍콩 사태를 찬바람 부는 가을까지 방치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의지로 읽힌다. [중국 인민망]

중국군이 홍콩 시위대를 메뚜기에 비유해 주목을 끌고 있다. 메뚜기는 여름 한 철 사는 곤충이다. 홍콩 사태를 찬바람 부는 가을까지 방치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의지로 읽힌다. [중국 인민망]

세 번째 상식은 중국 ‘인민무장경찰법’ 제2장 7조에 규정에 따라 “중국의 무장경찰이 폭동과 테러 진압을 위해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홍콩에 이웃한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선 무장경찰 1만 2000여 명이 폭동 진압 훈련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무장경찰은 중국 중앙군사위원회의 지휘를 받고 있어 언제든 투입이 가능하다.  
네 번째 상식으로 "덩샤오핑(鄧小平) 문선(文選) 제3권을 보면 홍콩 주둔군의 역할 중 하나가 동란을 방지하는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홍콩에서 소요를 일으키는 이들은 홍콩에 중국군이 주둔하고 있음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인민전선은 다섯 번째 상식으로 "선전만(灣) 부근에 있는 춘젠(春蠶) 스타디움에서 출발하면 홍콩까지 10분밖에 걸리지 않으며 홍콩 공항까지는 56km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춘젠 체육관은 2011년 8월 제8회 유니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쓰였던 곳이다.
현재 이곳엔 100여 대가 넘는 장갑차와 군용 트럭 등이 집결해 있어 시위대에 의해 점거된 공항으로 출동하는데,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란 협박을 한 셈이다. 여섯 번째 상식으로 "8월 8일이 입추(立秋)"라는 점을 들었다.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이야기다.
이는 마지막 일곱 번째 상식을 말하기 위한 것이다. 인민전선은 일곱 번째 상식으로 "메뚜기는 성충의 활동 기간이 약 90일로 계절의 변화와 먹을 것 부족 등으로 가을이 되면 종적을 감춘다"고 말했다. 시위대를 메뚜기에 비유한 것이다.  
홍콩에서 첫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게 6월 9일이다. 메뚜기 생명이 석 달이니 9월 9일 전에는 소탕될 것이란 섬뜩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중국 중앙텔레비전인CCTV-1도 이날 저녁 7시 메인 뉴스에서 홍콩 시위대를 "늦가을 메뚜기"라고 불렀다.  
죽을 날이 머지않았다는경고에 다름 아니다. CCTV는 “홍콩의 폭도는 늦가을 메뚜기로 아무리 몸부림쳐도 헛수고다. 정의의 힘이 손을 뻗게 될 때 절대 봐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중국 인민일보는 15일 중국 공안이 대규모 실전 훈련을 벌이는 영상을 공개했다. 중국 당국이 언제든 홍콩 사태에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민망]

중국 인민일보는 15일 중국 공안이 대규모 실전 훈련을 벌이는 영상을 공개했다. 중국 당국이 언제든 홍콩 사태에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민망]

가을 찬바람 불 때까지 홍콩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중국 당국이 직접 개입해 소탕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저 빈말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듯 중국 당국은 15일 ‘2019~2022년 전국 경찰 실전 대훈련’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중국 공안부는 “새로운 형세 하에서 중국의 국가안전과 사회안정에 대한 위협과 도전이 증가했다”며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전국적인 규모의 대대적인 실전 훈련을 앞으로 4년 동안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인민일보는 이와 함께 장소와 시간을 특정하지는 않은 채 수 많은 무장경찰이 실전 훈련을 벌이고 있는 영상을 공개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15일 선전 춘젠 스타디움에서 중국 무장경찰이 군중 진압 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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