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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게 눈 감는 사람들, 인생 어떻게 살아왔나 봤더니

중앙일보 2019.08.16 09:00

[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40)

 
나이가 들어도 가족에게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법이다. 그럴 땐 그 얘기를 나눌 친구가 필요하다. [사진 pxhere]

나이가 들어도 가족에게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법이다. 그럴 땐 그 얘기를 나눌 친구가 필요하다. [사진 pxhere]

 
은퇴를 준비할 때다. 친구 몇이 모여 은퇴 후 필요한 것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한 친구는 아내가 모르는 자기만의 비상금이 필요하다고 한다. 큰돈은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가끔 골프도 치고 술이라도 한잔하려면 어느 정도의 여윳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 빙그레 웃으며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신앙심이 돈독한 친구는 종교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교에 귀의하면 마음이 편하고 모임을 통해 친교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후에는 자식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친구들끼리 노후에 필요한 5가지 정리

 
은퇴 후 필요한 것을 모두 합치니 10여 가지가 넘었다. 너무 많아 친구들이 다시 상의한 후 이를 다섯 가지로 모았더니 다음과 같이 집약되었다.
 
첫째 건강이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신용을 잃으면 절반을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는 말이 있듯이 건강은 아무리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둘째 배우자다. 자식이 있어도 출가외인이란 말처럼 품 안에 있을 때나 자식이지 가정을 꾸리고 나면 남남이나 다름없다. 효자가 악처만 못하다고 아무리 자식이 효도하려 해도 곁에 있는 아내만 못한 법이다.
 
셋째 어느 정도의 돈이 있어야 한다. 먹고 사는 것 말고 가끔 문화생활도 즐기고 남에게 신세 지지 않으려면 돈도 필요하다.
 
넷째 할 일이다. 흔히 직장인은 은퇴 후 여행이나 실컷 다니겠다고 하는데 여행도 한두 번이지 몇 번 다녀오고 나면 그것도 시들해진다. 그렇다고 집에서 아내 눈치만 볼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돈이 되든 안 되든 할 일이 있어야 한다.
 
다섯째 친구다. 생을 사노라면 가족에게도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법이다. 그때 그 얘기를 나눌 친구가 있어야 한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연구소에 따르면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일,인간관계,돈,건강,공동체적 행복 등 다섯 가지가 충족돼야 한다고 한다. [사진 pixabay]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연구소에 따르면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일,인간관계,돈,건강,공동체적 행복 등 다섯 가지가 충족돼야 한다고 한다. [사진 pixabay]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연구소에서 150개 나라 1500만 명이 넘는 사람을 대상으로 인생에서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지 조사한 바가 있다. 연구에 의하면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의 다섯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첫째는 하는 일에 대한 직업적 행복이다. 둘째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사회적 행복이다. 셋째는 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경제적 행복이다. 넷째는 일상생활을 무난히 수행할 수 있는 육체적 행복이다. 다섯째는 현재 사는 지역에 대한 공동체적 행복이다.
 
갤럽연구소에서 밝힌 행복의 다섯 가지 요소와 우리 친구들이 합의한 은퇴 후 필요한 다섯 가지가 표현만 달랐지 정확히 일치했다. 동서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한 법이다. 그런데 연구조사 결과 66%가 이 다섯 가지 영역에서 최소 한 가지는 잘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영역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은 겨우 7%에 불과했다.
 
돈은 많지만, 육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거나 일에서는 성공했지만, 가족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 인간은 행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인생 후반에 행복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요소가 균형적인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위의 조사처럼 모든 면에서 만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이 다섯 가지 중에서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니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다만 임종을 맞이하여 자기 생을 돌아보았을 때 그런대로 괜찮은 삶이었다고 자평할 수 있으면 좋겠다. 호스피스 현장에서 보니까 편안하게 눈을 감은 분은 대개 생을 살며 ‘의미 있는 일’을 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걸 보면 여생은 의미 있는 일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프리카 남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 아이들과 고 이태석 신부. [중앙포토]

아프리카 남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 아이들과 고 이태석 신부. [중앙포토]

 
사람들은 의미 있는 일을 일부 사람만 하는 대단한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이태석 신부처럼 아프리카로 날아가 그곳 사람을 위해 온몸을 바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어머니가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면 된다.
 

생활서 ‘의미 있는 일’ 찾기

 
생활 속에서 의미 있는 일을 찾아보면 의외로 많다. 목소리가 좋은 사람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책을 읽어줄 수 있고 돈이 많은 사람은 어려운 학생을 위해 장학기금을 조성할 수도 있다. 신체가 건강한 사람은 노숙자를 위해 급식 봉사를 할 수 있고 지식이 많은 사람은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나누어줄 수도 있다. 결국 인생 2막은 남은 생에서 의미 있는 일을 찾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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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기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필진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 누구나 한번은 겪게 되는 죽음. 죽어가는 사람의 소원은 무엇일까. 의외로 돈 많이 벌거나 높은 지위 오르거나 하는 세속적인 것이 아니다. 생을 살며 ‘조금만 더’ 하며 미뤘던 작은 것을 이루는 것이라고. 은퇴 후 인생 2막에서 여가, 봉사 등 의미 있는 삶을 산 사람이 죽음도 편하다고 한다. 노후준비엔 죽음에 대비하는 과정도 포함해야 하는 이유다. 은퇴전문가가 죽음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방법과 알찬 은퇴 삶을 사는 노하우를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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