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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당 탈당, 처리는 나흘 뒤···국고보조 4억이 부른 코미디

중앙일보 2019.08.16 01:00 종합 12면 지면보기

[여의도와 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4일 각 정당에 3분기 국고보조금 106억여원을 지급했다. 보조금은 각 정당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다. 정당 수입에서 당비와 함께 양대 축을 차지한다. 선관위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2017년 정당별 회계보고’ 내역을 보면 그해 지급된 보조금은 842억원 선이다. 대통령 선거 ‘선거보조금’이 더해져 액수가 늘긴 했지만, 당의 주요 수입원으로 거론하는 당비(460억원)보다도 2배 가까이 많다. 후원회기부금(48억원) 규모의 17배가 넘는 큰돈이다.
 

여의도의 국고보조금 계산법
보조금 지급일 이후로 탈당 미뤄
대안정치 “직원 해고 막으려 배려”
미래당은 당 자산 100억 넘어서
“네가 나가라” 서로 떠밀기만

14일 지급된 3분기 보조금은 106억8825만원 규모다. ‘정치자금법’(27조)은 보조금을 나눠주는 규칙을 정하고 있다.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총액의 50%를 우선 배분한다는 게 가장 큰 변수다. ▶더불어민주당 33억9913만원(31.80%) ▶자유한국당 32억5524만원(30.45%) ▶바른미래당 24억6547만원(23.07%) 등 교섭단체 3당이 전체 보조금의 85.32%를 점유했다. ▶민주평화당 6억3685만원(5.96%) ▶정의당 6억8213만원(6.38%) ▶우리공화당 1140만원(0.11%) ▶민중당 2억3801만원(2.23%) 등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정당과는 차이가 크다. 많게는 수십억 원대 목돈이 ‘일시불’로 오가는 탓에 보조금은 여의도 정치권에서 중요한 변수로 거론되기도 한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운데) 등 민주평화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들이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운데) 등 민주평화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들이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①보조금 때문에 탈당도 늦어진 평화당=민주평화당 반(反)정동영계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 소속 의원 10명은 지난 12일 탈당을 선언했다. 그런데 탈당계는 16일부터 유효하도록 조치했다. 보조금 지급일(14일) 이후 탈당 조치를 해 보조금 수령액이 4억원 가량 줄어드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교섭단체가 아닌 정당이라도 5~20석의 의석을 확보하면 보조금 총액의 5%를 받을 수 있는데, 14일 전에 탈당이 완료될 경우 이 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분당하는 마당에 국민 돈은 더 받아가겠다니 참 코미디 같은 상황”이라는 자조도 나온다.
 
평화당은 재정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다. 평화당의 의원 수는 14명으로 정의당(6명)보다 많지만 보조금은 더 적다. 평화당이 지난 총선 때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 총선 득표율로 배분하는 ‘몫’을 받지 못해서다. 일각에서는 탈당파 의원들이 향후 평화당을 흡수하기 위해 ‘배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장정숙 대안정치 대변인은 "한솥밥 먹던 당직자들이 당장 정리해고되는 건 막으려고 탈당 시기를 늦춘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출처 중앙선관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출처 중앙선관위]



②당비 용처 제한이 아쉬운 '부자' 민주당=민주당은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보다 보조금 의존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월 1000원 이상 당비를 납부하는 권리당원의 규모가 최근 90만명 수준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75만명)와 8월 전당대회(73만명)가 끝나자 57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30만 명 넘게 증가한 거다. 권리당원이 90만명이라는 얘기는 당비만으로도 매월 최소 9억원의 수입이 확보된다는 뜻이다. 매 분기 27억원 수준으로 보조금(약34억원)과 차이가 크지 않다.
 
수입이 늘면 지출도 늘기 마련이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보조금은 물론 당비조차 정당법과 공직선거법 등에 사용 목적이 명확히 규정돼 있어 ‘운용의 묘’를 발휘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최근 이희호 여사 장례식 비용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행사에도 당비를 쓸 수 없어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인 정당보조금은 엄격히 관리하더라도 당비는 어느 정도 운용에 자율성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당내에서는 관련법 개정을 검토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당무혁신위원장을 맡아 직원 절반 이상을 구조조정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뉴스1]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당무혁신위원장을 맡아 직원 절반 이상을 구조조정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뉴스1]

③알뜰 살림에 '알부자'된 바른미래당=바른미래당은 국고보조금 총액의 50%를 원내 교섭단체에 우선 배분하는 현행 제도의 혜택을 가장 크게 보는 정당이다. 바른미래당(28석)이 ‘국회의원 20명 이상’이라는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넘겨 보조금 배분에는 유리하지만 민주당(128석), 한국당(110석)에 비하면 덩치는 작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중앙당 사무처 직원 인건비 외에도 지역사무소 유지비 같은 고정비가 두 정당과는 차이가 크다”며 “3분기 보조금을 수령해 당 자산이 100억원을 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바른미래당이 ‘알부자’ 정당이 되기까지 아픔도 있었다. 지난해 2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통합 이후 6·13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당 재정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그해 7~8월 이태규 사무총장, 오신환 당무혁신위원장 체제 아래서 사무처 직원 절반(100여명) 이상을 정리해고했다. 당 재정이 탄탄해지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각종 해석이 난무하기도 한다. “바른미래당 내분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당권파·비당권파가 ‘서로 나가라’며 등을 떠미는 게 당의 자산 때문”이라는 설이 대표적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④당비·보조금 다 줄어… 옛날이 그리운 '빈털터리' 자유한국당=선관위가 공개한 ‘2001~2017년 국고보조금 지급내용’을 보면 한국당이 전체 정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줄었다. 10년 전(2009년) 한나라당(한국당 전신)이 받은 돈은 전체 국고보조금 가운데 41.19%(127억원)였다. 2010년대에도 40% 선을 꾸준히 사수했다. 2015년에는 49.6%(195억원)까지 찍었다. 하지만 20대 총선, 탄핵을 거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민주당에 제1당 자리를 내주고, 바른미래당이 교섭단체로 추가되면서 한국당의 국고보조금은 지난해 기준 31.0%(323억원, 지방선거 보조금 포함) 선으로 떨어졌다. 책임당원의 자격요건을 ‘6개월 이상 당비 월 2000원 납부’에서 ‘3개월 이상 월 1000원’으로 줄인 것도 재정적으론 타격이 컸다. 
 
결국 2017년 당직자 30여명을 구조조정했다. “국고보조금이 37억원 줄고, 당비가 51억원이 줄었다”는 이유였다. 지난해에는 당사 건물을 옮겨 임대료를 10분의 1(2억원→2000만원)까지 줄였다. 한국당 고위관계자는 “3당 교섭단체 체제가 되면서 보조금이 크게 줄어든 게 가장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엄살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은 한국당이 중앙노동위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중앙노동위 손을 들어줬다. 한국당이 정리해고를 할 정도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지는 않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한영익ㆍ김경희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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