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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프리즘] 예우 필요한 대한독립선언서

중앙일보 2019.08.16 00:17 종합 29면 지면보기
황선윤 부산총국장

황선윤 부산총국장

인구 4만6000명인 경남 하동군에서 요즘 ‘대한독립선언서’를 국가문화재로 등록해달라는 운동이 일고 있다. 군민들이 앞다퉈 문화재 등록 요구 글·사진을 SNS에 올리고 있다. 하동군은 응원 댓글을 달면 추첨을 통해 매주 10명에게 영화 ‘봉오동 전투’ 예매권을 준다. 어제 광복절엔 군민 서명운동도 벌였다.
 
대한독립선언서는 기미년 독립운동 당시 지방에서 자체 작성·배포된 유일한 독립선언서다. 당시 독립선언서는 주로 최남선이 기초하고 손병희 등 대표 33인이 서명한 ‘기미 독립선언서’가 지방에 전달돼 사용됐다. 물론 도쿄·하와이·연해주 같은 해외에선 자체 작성된 독립선언서가 사용됐다.
 
독립기념관에 보관 중인 이 선언서는 하동군 적량면장이던 박치화 선생 등 12인이 작성하고 서명해 기미년 3월 18일 하동 장날 낭독·배포됐다. 당시 1500여명이 만세 시위를 벌였다. 이를 계기로 인근 영·호남으로 만세시위가 퍼져 나갔다.
 
가로 30㎝ 세로 21㎝인 대한독립선언서는 서명인 이름 등 총 329자로 돼 있다. 다른 독립선언서와 달리 ‘대한독립’을 제목에 명기하고 연호로 ‘단군개국’을 사용하는 등 민족주의 사상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대한광복과 동양친목과 세계평화가 금일로부터 실현되었소 분기하고 맹진하라/우리 반만년 신성한 역사와 삼천리 금수강산의 강토를 가진 동포여”라는 내용을 담고 비폭력과 정의로운 만세운동을 표방했다.
 
이 선언서는 발견 33년이 지난 2015년에야 국가지정 기록물 제12호로 지정됐다. 2016년 국가문화재로 등록된 기미 독립선언서보다는 한 등급 낮은 예우다. 서명인 12인 가운데 올해 1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4명만 독립유공자로 인정됐다. 나머지 8명의 서훈은 올해 하동의 한 민간 독립운동연구소가 신청한 상태다. 정부의 서명인 공적 확인과 서훈이 늦고 소홀하다고 하동군민들은 생각한다.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민족자존의 기치를 드높였던 선열의 위업과 숭고한 독립정신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무릇 하동군민만의 것은 아니지 않을까. 
 
황선윤 부산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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