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복지부, 봉천동 탈북모자 사망 관련, 관악구청 현장 조사

중앙일보 2019.08.15 13:42
탈북모자

탈북모자

보건복지부가 서울 관악구 봉천동 탈북 모자(母子) 사망 사건과 관련, 관악구청의 업무 처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현장 조사에 나선다. 
 

복지부 "소득인정액 0원인데도 기초수급자,한부모가정,긴급지원 연결하지 않은 건 문제. 조사후 문제 있으면 감사원 감사 청구"

복지부는 노정훈 기초생활보장과장을 반장으로 복지 관련 3개 부서 사무관 등 4~5명으로 팀을 꾸려 16일 관악구청에 나가 조사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복지부는 15일 오전 관악구청에 이런 방침을 통보했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업무 처리를 문제 삼아 조사에 나서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2008년 탈북한 한모(42)씨와 아들(6)은 지난달 31일 관악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씨는 중국에서 13개월 살다 지난해 9월 아들과 둘만 귀국했다. 그동안 비워뒀던 임대아파트에 입주했다. 
 
한씨는 귀국 직후 관할 주민센터를 찾아 아동수당과 가정양육수당을 신청해 지난해 10월부터 각각 10만원을 받았다. 당시 아동수당 수령 자격을 따졌는데, 여기서 소득인정액이 0원인 것으로 나왔다. 소득이 없었고, 금융재산이 300만원, 임대아파트 보증금(1074만원)이 있었다. 금융재산은 500만원까지 생활준비금으로 인정하고 재산은 5400만원까지 공제해준다. 따라서 한씨의 소득인정액은 0원이었다.
 
복지부는 관악구가 한씨 모자의 소득인정액이 0원인데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한부모가구, 긴급복지지원 등의 다른 복지 혜택을 제공하지 않은 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관악구 사회복지과장과 주민센터의 접수, 소득·재산조사, 급여 결정, 아동수당 등의 담당자를 모아서 한씨에게 아동수당과 가정양육수당 외 다른 복지를 연계하지 않은 이유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관련기사

 
현행 기초생활보장법에는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더라도 담당 공무원이 직권으로 기초수급자 신청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본인의 동의를 받으면 된다. 일부 고령자가 기초수급자 제도를 모르거나 신청서 작성을 잘 못 할 경우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심지어 가정을 방문해 출장 신청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복지부는 "한씨의 경우 탈북자라서 기초수급자 제도나 한부모가정 지원, 긴급복지 지원 등을 모를 수 있기 때문에 관할구청이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각 구청에 설치된 희망복지지원단에 연결해 민간복지 서비스를 연결하는 등의 적극적 조처를 해야 했는데 관악구청이 이를 활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한씨는 지난해 9월 귀국할 때 중국인 남편을 두고 왔고 1월 정식으로 이혼했다. 남편이 외국인이어서 소득이나 재산 같은 걸 확인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남편의 송금내역을 체크해 송금한 게 없으면 소득이 없는 것으로 본다. 또 사실상 이혼 상태임이 확인되면 이혼으로 인정한다. 담당 공무원이 결정하기 모호하면 지방생활보장위원회에 상정해 기초수급자 인정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현행법에도한씨를 보호할 여러 가지 길이 있는데도 관악구청이 적극적 행정을 하지 않은 것 같다. 현장 확인 후 문제가 있으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거나, 복지부 감사담당관이 정식으로 감사하는 등의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회복지통합 업무지침을 개정해 아동수당을 신청할 때 소득·재산이 없을 경우 다른 복지 혜택으로 연결하도록 할 방침이다. 
 
관악구청은 복지부 조치가 "신중하지 못하다"고 반박한다. 구남렬 홍보전산과장은 "아동수당 확인 프로그램은 소득인정액을 조사하는 게 아니라 수당 대상자에 드는지 여부만 확인하게 돼 있었다. 소득인정액이 나오지 않았다"며 "당시 아동수당 신청자가 매우 많았는데, 모든 신청자에게 기초수급자 신청을 하라고 권고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구 과장은 "복지부가 조사 나온다고 하니 성실하게 임해 이런 입장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한씨는 2017년 8월 중국으로 나간 뒤 18개월간 아파트 월세·전기요금·수도요금·건강보험료 등의 공과금을 내지 않았다. 이번에 복지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관리시스템의 허점도 도마 위에 올라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16일 배병준 사회복지정책실장 주재로 17개 광역자지단체 복지국장 긴급회의를 열어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처리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또 20일 읍·면·동 현장 공무원(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 지역 25명) 간담회를 개최하여 사회보장급여 신청 시 충분한 상담과 필요한 서비스 연계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원인과 대책을 추가로 논의할 예정이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이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임차료 체납 정보 수집 대상에 재개발임대아파트를 포함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발굴시스템이 29개 정보를 입수하는데, 여기에 고위험군 선별 방법 등을 추가하도록 보완할 예정이다.
 
 
또 16일 통일부 주재 북한이탈주민대책협의회 긴급 실무협의회의에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복지지원 및 대상자 연계‧협력 방안 등을 함께 논의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