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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배려’ 강조한 정부 대학평가…“정원 감축 어려워 공멸” 우려

중앙일보 2019.08.14 14:00
2015년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고 폐교된 서남대의 지난해 모습. [중앙포토]

2015년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고 폐교된 서남대의 지난해 모습. [중앙포토]

학령인구 급감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 정원의 감축을 강제했던 교육부의 기존 평가 방식이 전환된다. 종전과 달리 학교별로 참여 여부를 선택하고, 정원 감축 여부와 규모도 자율에 맡긴다. 권역별 평가를 강화해 수도권대보다 열악한 지역대학을 배려한다. 대학가에선 “부실대학이 연명할 여지가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14일 오후 2021년 시행할 ‘대학 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시안)을 공개했다.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는 정부의 기조가 반영됐다. 지난 6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정책 전환의 근거로 “지금까지 대학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획일적인 평가와 이에 따른 정원 감축 방식에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따라 2021년 평가는 참여 여부를 대학이 선택한다. 스스로 평가에 참여해 일정 기준을 넘는 대학엔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시행한 1주기 평가, 2018년 문재인 정부의 2주기 평가와 달리 평가 하위 대학이라고 정원 감축을 강제하지는 않는다. 2015년 1주기 평가에선 모든 대학을 A~E 등 5개 등급으로 나눠 A등급(16%)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84%, B~E)에서 등급별로 정원의 4~15%를 줄였다. 2018년 평가에선 하위 40% 대학에 정원 감축을 권고했다.
  
3주기 평가 지표엔 적정한 학생 규모가 관건이 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신입생·재학생의 충원율’ 배점을 높이고(2주기 75점 만점 중 10점→ 100점 만점 중 20점), 전임교원의 확보율 기준을 강화했다. 정원만큼 학생을 못 채우면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려운 만큼, 스스로 정원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교육부는 진단 결과에 따라 기준을 넘긴 대학을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해 학교당 23억~41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지금까지 진행된 정원 감축이 지역대에 집중됐다는 반발을 감안, 지역대를 위한 ‘배려’ 장치도 마련했다. 교육부는 2018년에 이어 2021년 평가에도 교육여건과 학생 충원율이 높은 수도권과 다른 4대 권역( 대구·경북·강원권, 충청권, 호남·제주권, 부산·울산·경남권)을 분리해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취업률 등 각종 지표도 권역별로 따로 적용한다.
 
권역별 선발 비율도 늘린다. 2021년 평가는 참여 대학 중 권역별로 90%를 우선 선정하고 나머지 10%를 전국에서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뽑는다. 2018년에는 권역과 전국의 선발 비율이 5:1이었다. 교육부는 이달 20일 대학의 의견 수렴을 거친 후 9월 중 기본계획을 확정한다.
 
대학가의 반응은 엇갈렸다. 서울의 4년제대 보직 교수는 “정부의 획일적인 평가, 강제감축이 사라진 건 다행이지만, 사실상 모든 대학이 정원 조정에 실패한 상태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가 올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부산의 사립대 관계자는 “정부는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등록금이 10여년 동안 동결된 대학으로서 ‘울며 겨자 먹기’로 평가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대학에 대한 배려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중부권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그간 정부 평가는 학생 모집에 수월한 수도권 대학에 일방적으로 유리해 지역대의 자구 노력을 퇴색시켰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취지에 따라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사립대의 부총장은 “지역대학에 대한 지나친 혜택은 부실대학까지 연명시킬 수 있다. 학생은 물론 건전한 다른 지역대학, 수도권 대학까지 직·간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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