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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기, 봉사하며 내 사업 할 수 있는 3가지 조건

중앙일보 2019.08.14 09:00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29)

 
2017년 7월 23일 프로야구가 펼쳐졌던 목동의 한 구장. 경기에 앞선 시구 행사에 일반인이 생각하기에 다소 의아한 인사가 시구자로 나섰다. 보통 시구자라 하면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사가 서게 마련이지만 그 날의 시구자는 평범한(?) 사진작가였다. 나종민 사진작가다. 무명에 가까운 그가 어떻게 시구자로 나서게 됐을까?
 
봉사를 인생후반부의 업으로 삼은 나종민 사진작가. [사진 나종민]

봉사를 인생후반부의 업으로 삼은 나종민 사진작가. [사진 나종민]

 
사연은 이렇다. 그는 그전까지는 외국계 IT 회사의 국내 대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소위 잘 나가는 직업을 버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 찍기로 인생환승역을 찾았다. 틈나는 대로 장애우의 사진을 찍어주었고 시설 노인의 영정사진을 무료로 촬영해 주는 봉사에 나섰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일반인이 무료봉사로 찍어주는 사진이 아닌 전문작가가 찍어주는 사진이니 그 수준이 보통일 리 없었고 소문을 타고 그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사진으로 봉사를 하는 그간의 활동에 감명받은 넥센 사회공헌팀에서 그를 시구자로 초청한 것이다.
 
나종민작가는 현재 사진관의 대표이자 비영리 사단법인 바라봄의 대표다. 그는 자신의 장기와 취미로 봉사활동에 나서 수많은 강연과 집필, 각 기업체의 광고사진 등의 의뢰를 받아 제작하는 직원 4명의 회사 대표가 됐다. 취미가 봉사가 되고 봉사가 곧 인생 후반부의 사업이 된 사례다.
 
나종민 사진작가. [사진 나종민]

나종민 사진작가. [사진 나종민]

 

봉사로 인생 후반 살아가기

 
봉사가 어떻게 인생 후반부를 살아가는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인생 후반부를 준비하는 중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 내가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봉사를 인생 후반부의 업으로 삼아보라는 얘기다. 이 말을 하면 열에 아홉은 똑같은 질문을 한다. 봉사는 봉사지, 봉사를 통해 어떻게 인생 후반부의 업으로 삼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냐고. 당연히 안 된다고 대답을 한다. 과거의 가치관을 갖고는.
 
봉사는 봉사다. 맞다. 그러나 봉사가 인생 후반부를 살아가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차근히 설명해 준다. 봉사가 인생 후반부 업으로써, 삶을 유지하는 생계의 방법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는 욕심을 줄여야 한다. 대다수의 경우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기대수준은 지난 세월과 같거나 높아지는 데 현실 수준은 점점 떨어지게 돼 있다. 그 차이가 벌어질수록 불만은 점점 높아지고 불행하게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욕심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농 삼아 하는 얘기가 있다. 짜장면 먹다가 돈이 줄어들면 ‘짜면’ 먹으면 되고, 탕수육 먹다가 여의치 않다면 ‘탕슉’ 먹으면 되지 않냐고. 줄이라는 얘기다.
 
둘째는 봉사를 진정으로 즐겨야 한다. 모든 일이 그렇듯 봉사도 즐기지 않으면 짜증 나는 일이 될 뿐이고, 자기만 손해 보는 듯하니 어쩌다 한두 번 해 보고는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질 수 밖에 없다. 봉사를 정녕 즐기기 위해서는 봉사가 결국은 나를 위한 일이라는 자각과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는 것이다.
 
셋째는, 어쩌면 이것이 가장 중요한 자세일 수도 있는데 `함께 살겠다’는 마음을 갖는 일이다. ‘오래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마사이족의 격언처럼 함께 살겠다는 마음을 갖는 일이다.
 
인생 2막인 직장생활까지는 남과 경쟁하고 남보다 비교우위를 택함으로써 빨리 가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인생 3막인 직장 퇴직 후 삶은 천천히 오래 가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인생 2막이라고 불리는 직장생활 때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으로는 인생 3막을 잘 살 수가 없다.
 

제주도서 문화 해설하는 택시기사

제주 거문오름에서 만난 문화해설사 이성만 씨. [사진 한익종]

제주 거문오름에서 만난 문화해설사 이성만 씨. [사진 한익종]

 
“여러분들 앞에 서게 된 것을 무궁한 영광으로 생각하며 이런 자리가 내게 주어진 것에 대해 항상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주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 되게 한 거문오름 탐방 안내에서 마무리 인사를 한 세계자연유산해설사 이성만 씨의 말이다.
 
통상의 다른 인사와는 뭔가 다른 점이 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자긍심과 보람, 지금의 자리를 가능케 한 일과 자신에게 그 기회를 준 탐방객들에 대한 고마움이 절절히 배어 있었다. 그는 현재 제주에서 개인택시를 하고 있다. 한 달에 10회 정도 거문오름에서 문화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수입으로는 택시 영업하는 게 훨씬 많다.
 
그러나 그가 문화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유는 인생 후반부에 수입액보다 더 나은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이성만 씨 역시 25여년 동안 건설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틈틈이 문화해설을 한 경험이 쌓여 오늘의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나종민사진작가와 이성만 해설사는 경제적인 욕구충족보다는 욕심을 줄이고 이웃과 함께 하는 일을 택했다. 인생 후반부는 오래 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함께 살겠다는 자세가 중요

 
인생 후반부는 단순히 경제적인 준비만으로 행·불행을 가늠하지 못하는 무엇이 있다. 그게 뭘까? 새로운 인생 후반부를 준비하는 사람이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무엇일까? 나는 욕심을 줄이고,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함께 살아가겠다는 자세라고 확신한다.
 
퇴직 후 삶은 여러모로 퇴직 전의 생활과는 다르다. 일단은 자신이 원하는 욕구를 채울 수 있는 능력과 환경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런 상태에서 전과 같은, 아니 어쩌면 전보다 더 나은 상황을 바란다면 대부분의 경우 그건 불가능한 일이고, 그 격차에서 오는 상실감은 커질 수밖에 없어 불행함으로 이어지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기대감과 욕심을 줄이고, 나 혼자 잘 살겠다는(내 가족만) 생각에서 벗어나 이웃과 사회와 함께 잘 살겠다는 마음이 선행돼야 인생 후반부가 행복해진다. 그건 봉사와 기부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한익종 푸르메재단 기획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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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익종 한익종 푸르메재단기획위원 필진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 봉사는 자기애의 발현이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만이 남에게 봉사할 수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연대가 줄면서 자존감이 떨어지는데 봉사는 나를 필요로 하는 대상을 찾아, 내 존재를 확인하게 해준다. 내 존재를 확인하고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봉사다. “봉사하라, 봉사하라! 오래 가려면 함께 하자”고 외치는 필자의 봉사 경험을 통해 봉사가 어렵고 거창한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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