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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추가소송 내고도…'소멸시효' 우려 하는 피해자들

중앙일보 2019.08.14 05:00
지난 4월 4일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일제강제동원 사건 추가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마친 강제동원 피해자 김한수, 김용화 할아버지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들과 함께 소장을 접수하기위해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4일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일제강제동원 사건 추가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마친 강제동원 피해자 김한수, 김용화 할아버지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들과 함께 소장을 접수하기위해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01세의 김한수 할아버지는 올 4월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찾아 미쓰비시 중공업에 대한 손해배상 소장을 접수했다. 당시 김 할아버지는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이 반성한다면 앞으로 다정한 친구의 나라가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30일 전원합의체 판결이후
올해 들어 추가 제기된 소송 서울 19건 광주 9건
'6개월·3년·무기한' 소멸시효 견해…법원 판단 기다려야

할아버지의 기대와 달리 최근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한국 배제 통보로 본격화된 한-일 갈등 속에 김 할아버지는 13일 열린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제막식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할아버지는 현장을 찾은 기자들에게 “일본을 주시하고 있고, 인간은 정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항상 진정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추가 소송…집계된 것만 28건

8월 13일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 세워진 강제징용노동자상을 강제징용 피해자인 김한수 할아버지가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8월 13일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 세워진 강제징용노동자상을 강제징용 피해자인 김한수 할아버지가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 할아버지처럼 2019년에야 일본 강제동원 전범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사례는 적지 않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중앙지법에 접수된 강제동원 관련 손해배상 소송은 19건이다.

 
광주에서도 지난 4월 29일 9개 기업을 상대로 3명의 피해자 및 51명의 가족이 9건의 소송을 냈다. 미쓰비시, 일본제철, 니혼코크스, JX금속(일본 광업) 등이 대상이다. 소장을 내고 4개월이 채 되기 전 한 분이 돌아가셨다.

 
광주ㆍ전남 지역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을 돕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안영숙 공동대표는 “소송 대리 지원을 하는 단체가 서울과 광주에 있어 이 두 법원에 추가 제소된 건을 전국적 지표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역시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민변측 관계자는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피해자 거주지 관할 법원보다는 대법원이 있는 서울로 사례를 모아 소송을 낸다”고 설명했다.

 

승소 희망에 추가 제소했지만…‘소멸시효’ 걱정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이 지난해 10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 선고를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이 지난해 10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 선고를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추가 소송이 늘어난 건 지난해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영향이다. 전합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파기환송심을 원고 승소 취지로 확정하자 승소 희망을 본 피해자들이 하나둘 모인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김소영 대법관)가 지난해 10월 30일 여운택·신천수·이춘식·김규수 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종 확정하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5) 할아버지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울먹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김소영 대법관)가 지난해 10월 30일 여운택·신천수·이춘식·김규수 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종 확정하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5) 할아버지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울먹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하지만 이 소송이 반드시 승소할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다. 소멸시효 때문이다. 소멸시효는 민법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권리가 소멸했음을 인정하는 제도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김세은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지난해 10월 30일 대법원 판단이 있을 당시 법원에서 사건이 진행 중이었던 당사자들은 대부분 같은 취지의 원고승소 판결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후에 제기된 소송에 관해서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3년~2016년 사이 소송을 내기 시작해 1심에서 원고승소판결을 받은 다수 손해배상 소송은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가까이 별 진전 없이 2심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전합 판결 이후 속속 2심에서 항소기각 판결이 이어졌다. 2018년 11월 말부터 2019년 6월까지 7개월간 집계된 것만 10건 정도 항소기각 판결이 났고, 현재는 대법원 심리 중이다.  
 

6개월ㆍ3년ㆍ무기한…“법원 판단 없어 단정 못 해”

김세은 변호사는 전합판결 이후 제기된 소송 당사자들의 소멸시효와 관련해 ‘6개월ㆍ3년ㆍ제한 없음’이라는 3가지 견해가 있다고 설명했다.  
 
6개월 견해는 전합 판결일로부터 6개월 안에 손해배상 소송을 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소송을 낼 수 있는 권리가 소멸한다는 견해다. 피해자들이 추가로 소송을 낼 수 있는 기간이 가장 짧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 견해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3년 12월 마련된 대법원 판례에 근거한다.  
 
당시 대법원은 국가폭력 등 과거사 사건으로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려 할 때,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소송을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런 판례에 비춰 실제 광주ㆍ전남지역에서 전합 판결 이후 소송 당사자를 모집할 때 소멸시효가 6개월로 제한될 가능성이 있으니 올해 4월까지는 소송을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에 추가 소송 대부분은 3~4월 사이 소장이 접수됐는데 4건의 소송은 5월 이후 제기됐다. 만약 이 견해가 받아들여진다면 이 4건의 소송 및 4월 이후부터 추가로 제기될 소송은 손해배상 시효를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다른 두 견해는 통상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시효인 3년을 적용해 전합판결 이후 3년 이내까지 소멸시효를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와 사안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소멸시효 자체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다.  김 변호사는 “아직 이 부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없고 새로 제기되는 소송은 피고 대상 기업 자체가 다른 경우도 많아 어떤 견해가 옳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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