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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달관이를 꿈꾼다…119구조본부 구조견 훈련센터가보니

중앙일보 2019.08.14 05:00
 

23마리 훈련견들 합숙하며 훈련 받는 중
18~24개월 엄숙한 합숙훈련 후 현장 배치
식사는 하루 한번(700g), 육포 등 간식

훈련견이 복종훈련을 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훈련견이 복종훈련을 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국방부 군견 달관이는 실종된 조은누리(14)양을 찾아내면서 국민적 영웅이 됐다. 달관이처럼 제2의 '국민 영웅'을 꿈꾸는 특수견들이 있다. 중앙 119구조본부 인명 구조견 훈련센터의 훈련견들이 대표적이다.   

 
핸들러와 구조견이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핸들러와 구조견이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지난 13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인명 구조견 훈련센터. 잔디와 모래가 뒤섞인 운동장 한편에 벨지안 말리노이즈 '토리'가 복종 훈련을 하고 있었다. 박형진(37) 교관이 "왼쪽으로"라고 소리치자, 토리는 지시하는 방향으로 곧장 뛰어갔다. "엎드려"라고 하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몸을 낮췄다. "기다려"라고 하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운동장 옆에 마련된 장애물 훈련장. 래브라도 레트리버 '토백'이가  훈련 중이었다. 박병배(39) 교관이 "앞으로"라고 하자, 흔들리는 다리 위를 차분하게 걸어갔다. 높이 2m의 장애물도 한번에 훌쩍 뛰어넘었다.  
 
훈련견이 재난훈련장에서 구조자를 찾는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인명구조견 훈련센터]

훈련견이 재난훈련장에서 구조자를 찾는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인명구조견 훈련센터]

같은 시각 산악 지형과 건물 붕괴 상황을 재현한 재난 훈련장. 래브라도 레트리버 '소백'이가 코를 땅에 대고 '킁킁' 소리를 내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산과 붕괴된 건물 사이에 구조자가 조난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었다. 2분여 뒤 소백이가 구조자를 찾아냈고, 그 자리에 서서 '멍멍멍'하고 여러 차례 짖었다. 이진희(37·여) 조련사는 "군견 달관이는 전장에서 활동하는 특수견이어서 구조자를 찾으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응시하지만, 소방청 구조견은 소리쳐서 조련사를 부르도록 훈련한다"고 설명했다. 훈련견 23마리는 센터에서 적게는 18개월, 많게는 24개월간 합숙하며 훈련을 한다. 그러곤 별도의 시험을 통과해야 구조견 자격을 얻는다.
 
빨간조끼를 입은 구조견. 훈련견에서 구조견이 되면 조끼를 입는다. [독자제공]

빨간조끼를 입은 구조견. 훈련견에서 구조견이 되면 조끼를 입는다. [독자제공]

훈련견의 출정식 모습. [사진 인명구조견훈련센터]

훈련견의 출정식 모습. [사진 인명구조견훈련센터]

훈련 과정은 힘들다. 기본적으로 제식훈련을 받는 것처럼 복종훈련을 받는다. 또 불안정한 지형이나 장애물을 만나서도 수색·구조 작업을 해야 하므로 체력 훈련도 병행한다. 냄새로 무언가를 찾아야 하므로 후각 인지 훈련도 받는다. 구조자를 찾았을 때 조련사 등에게 알리는 통보훈련, 다양한 구조 상황을 가정한 종합상황 훈련도 거친다.  
 
내무생활에는 규칙이 있다. 식사는 하루에 한 번 700g 사료다. 먹는 시간은 오후 4시부터 6시 사이다. 훈련 도중 교관이 육포나 영양제 등 간식을 주지만, 아무거나 먹을 수 없다. 오전 9시 훈련을 시작해 오후 6시 견방으로 불리는 내무실(1인실)로 들어간다. 이민균(45)교관은 "견방은 배변하는 공간이 따로 있고, 냉·난방시설도 잘돼 있다"고 전했다.  
 
훈련견들의 견방. 즉 내무실의 모습. 김윤호 기자

훈련견들의 견방. 즉 내무실의 모습. 김윤호 기자

최장 24개월 훈련을 마친 멍멍이들은 공인인증평가를 치른다. 수색 능력 등을 검증하는 시험을 쳐서 300점 만점 중 21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이다. 합격 훈련견은 출정식을 한 뒤 현장에 배치된다. 출정식은 훈련소 퇴소식처럼 교관이 태극기가 그려진 빨간 조끼를 훈련견에게 입혀준다. 견줄을 현장 배치되는 지자체 소방본부장에게 전달하는 '의식'도 있다. 현광섭(49) 교관은 "공인인증평가는 흔들다리를 건너고, 장시간 대기하는 시험까지 쳐야 하므로 낙제견이 나온다. 낙제견은 6개월간 다시 입소해 훈련을 받은 뒤 재도전한다"고 말했다.
 
 출정식 이후에는 새로운 훈련견으로 훈련에 들어간다. 통상 6~8마리다. 훈련견 과정에 들어가기 위해선 평가를 거쳐야 한다. 현 교관은 "성격과 품종, 사회성과 적응력 등을 다 고려해 한살 안팎의 셰퍼드, 벨지안 밀리노이즈, 레브라도 레트리버 중에 뽑는다. 공개 입찰을 해서 소방청에서 사들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인명구조견센터 입구. 김윤호 기자

인명구조견센터 입구. 김윤호 기자

2011년 처음 수색 구조견을 훈련하기 시작한 이 센터는 지금까지 서울과 제주, 경남, 경북 등 10곳에서 42마리(현재 배치 구조견은 28마리)의 특수견을 배출했다. 지난 어버이날 경북 고령에서 70대 노인을 찾은 것도 이 센터 출신 구조견이었다.  
 
구조견은 만 9세가 되면 은퇴한다. 은퇴 후엔 일반 가정에 분양돼 여생을 보낸다. 최성철 인명 구조견 센터장은 "인권처럼 개 권리를 지켜주면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수색 구조견을 배출하고 있다. 국내에 70마리 정도의 정예 구조견을 보급하는 게 1차 목표"라고 했다. 국내 특수견은 소방청의 인명 구조견과 국방부 군견(정찰·경계·구조 등), 경찰청의 경찰견(증거수집 등), 관세청의 마약 탐지견, 검역원의 농축산물 탐지견 등이 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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