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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소개한 요리책 '요리는 감이여' 제작과정 보니

중앙일보 2019.08.14 05:00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소개한 만학도 할머니들의 요리책이 화제다. 충청도 할머니들이 쓴 ‘요리는 감이여’라는 제목의 책으로 이들은 졸업식과 함께 출판기념회도 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한 충청도 할매들이 만든 책 '요리는 감이여'와 손수 쓴 편지. 51명의 할머니는 평생 자신의 음식 노하우를 책에 담아 소개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한 충청도 할매들이 만든 책 '요리는 감이여'와 손수 쓴 편지. 51명의 할머니는 평생 자신의 음식 노하우를 책에 담아 소개했다. [연합뉴스]

 

충청도 할매들 51명, 한 평생 손맛 책으로 담아
김치·장아찌, 찌개·반찬, 간식 등 레시피도 소개
할머니들 22일 졸업식과 함께 출판기념회 열어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51명의 충청도 할매들이 음식 한 가지씩, 한평생의 손맛을 소개한 요리책을 냈다”는 글과 책의 사진, 저자인 할머니들이 써서 청와대로 보낸 편지를 올렸다. 문 대통령은 “할머니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아 글을 모르고 사시다 초등과정을 이수하며 글을 익히게 된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78세의 주미자 할머니와 81세의 이묘순 할머니는 뒤늦게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된 사연을 연필로 쓴 편지를 보내왔는데 글씨도 반듯했고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정확했다”며 “중·고등학교까지 (공부)하겠다는 향학열을 보여 주셔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다.
 
그는 “김치와 장아찌, 국, 식혜 등 어릴 때 어머니 손맛으로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섞어 직접 쓴 레시피를 소개해 재미도 있고 실용적(으로) 도움이 될 듯하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충남교육청 평생교육원에서 열린 '요리는 감이여' 풀판기념회에서 김지철 교육감과 어르신, 학생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충남교육청]

지난해 11월 충남교육청 평생교육원에서 열린 '요리는 감이여' 풀판기념회에서 김지철 교육감과 어르신, 학생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충남교육청]

 
문 대통령이 소개한 ‘요리는 감이여’의 저자인 할머니들은 유년시절 배움의 기회를 놓쳐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 이들은 충남교육청 평생교육원과 부여도서관·유구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초등학력 인정 및 일반 문해교실에 참가해 공부하다 책을 펴냈다.
 
4부(51편·232페이지)로 이뤄진 책은 지난해 문해(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일·능력) 교육에 참여했던 할머니들의 얘기를 중·고등학생과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채록(採錄·필요한 자료를 찾아 모아서 적거나 녹음)하거나 학생들이 그림을 그려 완성했다. 떡이나 된장처럼 낯익은 음식에다 병어볶음·참외장아찌처럼 생소한 음식도 들어 있다. 책 제목은 ‘요리는 레시피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감으로 하는 것이다’는 구절에서 따왔다고 한다.
 
지난해 연말 비영리를 목적으로 출판하고 기념회도 가졌다. 당시 “평판이 좋았다”는 출판사(창비교육)의 제안으로 이번에 다시 상업출판이 이뤄진 것이다. 22일 오후 3시 서울에서 출판기념회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충남고육청 서부평생교육원이 문해교실에 참여한 어르신들과 함께 펴낸 '웹툰으로 만나는 두근두근 내 인생'. [사진 충남교육청]

지난해 충남고육청 서부평생교육원이 문해교실에 참여한 어르신들과 함께 펴낸 '웹툰으로 만나는 두근두근 내 인생'. [사진 충남교육청]

 
충남교육청은 학생교육문화원과 평생교육원·남부평생교육원·서부평생교육원 등 직속기관 4곳과 교육청 소속 도서관 4곳 등에서 초등·중등 학력 인정 문해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330여 명의 어르신이 교육에 참여 중이다.
 
그동안 충남교육청은 교육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시와 그림을 모아 순회 전시회를 열어 왔다. 어르신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망설이는 어르신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어르신과 학생·학부모의 협업을 확대하기 위해 책을 만들거나 자서전을 펴는 작업도 이뤄졌다. 이런 과정으로 탄생한 게 ‘요리는 감이여’라는 책이다.
 
이 책 외에도 서부평생교육원은 지난해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주제로 ‘웹툰으로 만나는 두근두근 내 인생’을 발간했다. 웹툰을 배우는 학생과 어르신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46편의 웹툰으로 수록돼 있다.
'요리는 감이여'라는 책을 만드는 데 참여한 김용선 할머니가 김지철 충남교육감(왼쪽)에게 책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충남교육청]

'요리는 감이여'라는 책을 만드는 데 참여한 김용선 할머니가 김지철 충남교육감(왼쪽)에게 책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충남교육청]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에게 초등·중등 학력 인정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넘어 학생과 협업을 통해 어르신들의 삶을 이야기로 남기고 있다”며 “윗세대의 경험과 학생의 젊음이 교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a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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