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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0만원→1764만원…삼복더위에 모피 찾는 백화점 큰 손

중앙일보 2019.08.14 05:00

백화점 VIP, 8월 모피 구입량 급증 

신세계백화점 모피 행사장. [사진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모피 행사장. [사진 신세계백화점]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거주하는 최주은(36) 씨는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한 백화점에 입점한 C모피 브랜드 매장에 전화를 걸었다. 검은담비(sable) 털로 만든 긴 조끼형 모피 제품을 선주문하기 위해서였다.  
 
서울 낮 기온이 섭씨 35도까지 오른 이 날 모피를 구입하려고 결심한 이유에 대해 최 씨는 “어차피 간편하게 걸칠 수 있는 조끼형 모피가 필요했는데 여름에 구입하면 더 저렴하다”고 말했다. 최 씨가 눈여겨본 제품의 정상 가격은 9440만원. 현재 매장에서 VIP 고객에게 최대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더라도 3780만원 이하로 사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오는 15일 특별행사 기간에는 1764만원에 살 수 있다는 것이 최 씨와 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주요 백화점 모피 매장 여름 매출 비중. 그래픽=심정보.

주요 백화점 모피 매장 여름 매출 비중. 그래픽=심정보.

 
최 씨처럼 백화점 ‘큰 손’에게 8월 중순은 모피 쇼핑 주간이다. 늦가을·겨울에 주로 팔리는 모피 매출액이 유독 8월이면 급상승한다. 실제로 중앙일보가 롯데·신세계·현대 등 국내 3개 백화점 모피 매장에서 팔리는 모피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백화점별로 37~48%는 여름에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에 이례적으로 모피가 많이 팔리는 건 백화점 VIP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서다. 통상 백화점에 입점한 모피 매장에서 VIP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백화점별로 33~35% 안팎이다. 하지만 8월이면 이 비중이 껑충 뛴다(42.0~60.4%). VIP 고객은 백화점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대체로 연간 800만~4000만원 이상 구입하면서 백화점이 지정한 다양한 조건을 만족하는 고객이다.
 

30% 저렴하고 선호 디자인 선점 

 
여름에 대거 ‘모피 쇼핑’하는 백화점 우수 고객. 그래픽=심정보.

여름에 대거 ‘모피 쇼핑’하는 백화점 우수 고객. 그래픽=심정보.

 
백화점 큰 손이 여름철에 모피 구입을 서두르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같은 모피 제품이라도 통상 20~30% 정도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또 8월은 매년 모피 신제품이 처음 등장하는 시기다. 8월에 모피를 주문하면 선호하는 디자인을 선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명 모피브랜드도 8월이면 백화점에서 고객 초대회나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올해는 롯데백화점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9일부터 본점·잠실점·노원점·영등포점에서 다양한 모피 브랜드를 최대 40%까지 할인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에서 실시한 모피 할인 행사.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대구점에서 실시한 모피 할인 행사. [사진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도 15일부터 본점·강남점·센텀시티점에서, 16일부터 대구점에서 모피를 최대 70% 할인하는 ‘신세계 세이블(sable) 위크’ 행사를 연다. 이지영 신세계백화점 모피 바이어는 “중국 수요 감소로 모피 가격이 하락하면서, 3000~4000만원에 팔리던 검은담비 모피를 2000만~3000만에 팔고 있다”며 “내년에는 모피 가격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에 올해가 모피를 구매하기 적합한 시기”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25일까지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목동점에서 진도모피를 최대 40%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현대백화점은 “행사 기간에 재킷형 모피(사파이어 재킷)를 190만원, 조끼형 모피(실버크로스 베스트)를 150만원에 판매하는 특가 상품도 한정판매한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열린 프리미엄 모피 대전. [사진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열린 프리미엄 모피 대전. [사진 현대백화점]

 

인조 모피 인기에 연초 매출 타격   

 
지난해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열린 모피 반대 캠페인. [사진 퍼프리코리아]

지난해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열린 모피 반대 캠페인. [사진 퍼프리코리아]

 
모피 브랜드가 예년보다 적극적으로 선주문·할인 행사를 벌이는 건 연초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모피업계에 따르면 지난 겨울(1~2월) 주요 모피 브랜드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40% 감소했다. 경기 하락 우려와 겉옷제품 판매 부진이 겹치면서 매출이 줄었다.
 
환경·동물보호단체가 전개하는 모피 퇴출(fur-free) 운동도 부담이다. 지난해 세계 4대 패션쇼 중 하나인 런던 패션위크는 최초로 동물 가죽으로 만든 의류를 패션쇼에서 퇴출했다. 이 사건을 전후로 한때 부(富)를 상징하는 의류였던 모피에 대한 인식이 악화했다.   
 
배우 이민정 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이 올린 사진. 진짜 모피가 아닌 가짜 모피를 입었다고 자랑했다. [인스타그램 캡쳐]

배우 이민정 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이 올린 사진. 진짜 모피가 아닌 가짜 모피를 입었다고 자랑했다. [인스타그램 캡쳐]

 
최근에는 연예인도 진짜 모피 대신 인조 모피 행렬에 가세했다. 천연 털로 만드는 모피와 달리 인조 모피는 합성섬유 등을 사용한다. 실제로 배우 이민정 씨는 지난 2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분홍색 모피를 걸치고 ‘생각보다 너무 추워서 사 입은 페이크 퍼(fake fur·인조 모피)’라는 글을 당당히 게재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자라·H&M 등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는 물론 프라다·마이클 코어스·구찌까지 모피를 사용하지 말자는 운동에 동참하면서 인조 모피가 ‘친환경 모피(eco fur)’라는 이름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모피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이런 분위기가 확산한다면 모피 판매량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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