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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간 뒤 아무것도 안해도 상한가···한국당도 탐내는 안철수

중앙일보 2019.08.14 05:00
안철수는 야권의 구원투수가 될까.

[여의도 who & why]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해 7월 12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는 오늘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기자회견 뒤 차를 타고 떠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해 7월 12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는 오늘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기자회견 뒤 차를 타고 떠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채움의 시간을 갖겠다”며 독일로 출국한 지 1년이 흘렀다. 그간 한 번 귀국한 적도, 국내 정치현안 관련 메시지를 낸 적도 없지만 최근 야권에선 하루가 멀다고 안 전 대표를 불러들이고 있다.  
 
그가 야권 재편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시동은 걸렸다. 12일 민주평화당 비당권파 모임인 ‘대안정치연대’가 탈당 선언을 했다. 바른미래당이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와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비당권파의 ‘사실상 분당 상황’이 수개월째 지속하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10%대 지지율에 발목이 잡혀 활로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나온 ‘선도 탈당’이다. 네 세력 모두 안 전 대표로부터 추동력을 얻길 바란다.

 
당장 안철수‧유승민계의 연대로 지난 4월 말 패스트트랙 정국을 돌파해냈던 유승민계에선 “안 전 대표가 당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가 추석 전 돌아와 당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며 조기 귀국을 주장했다.
 
유승민계에선 손 대표의 당권 사수로 길어지는 당내 갈등을 해결할 마땅한 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한국당 일각에선 “보수 통합”이란 말이 나오지만 실제 노력은 없다는 점에서, 유승민계가 섣불리 움직일 가능성도 희박하다. 결국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힘을 발휘했던 ‘창업주 연대’로 중도보수층을 끌어안아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 현실적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물과 기름처럼 겉돌던 두 사람이 융합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개혁보수를 내세운 유승민계와 달리, 안철수계가 확실한 노선 정립이 안 된 점도 변수다. 다만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끈끈한 사이는 못 돼도, ‘전략적 공생’은 가능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왼쪽)과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중앙포토]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왼쪽)과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중앙포토]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에서도 최근 안 전 대표에게 잇단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문병호 최고위원은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전 대표가 조기 귀국해 당을 총선 승리의 길로 이끌어주길 바란다. 손 대표, 안 전 대표, 유 의원이 연대해 ‘빅텐트’를 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최고위원은 유 의원의 이름을 함께 언급했지만, 사실상 손 대표 측에선 “유승민계는 어차피 떠날 사람들”이라고 보고 있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유 의원과 안 전 대표는 다르다. (안 전 대표가) 보수로 넘어가선 안 된다는 게 손 대표의 기본적 인식"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손 대표 측에선 8월 안식년 종료로 먼저 귀국하는 안 전 대표의 부인 김미경 교수 등의 채널을 통해 안 전 대표를 설득할 방침이다. 다만 안 전 대표가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손 대표와 갈라선 게 부담이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현재 안 전 대표는 우리 쪽 연락에 답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한국당에서도 ‘보수 대통합’의 상징적 인물로 안 전 대표를 거론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성일종 한국당 의원은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라의 위기를 돌파할 공통분모가 있다면 정치적 색깔은 조금 뒤로 하고 하나로 뭉치는 것도 방안”이라고 말했고, 홍문표‧김영우‧윤영석 의원도 인터뷰에서 잇따라 “중도보수를 모으기 위해 안철수‧유승민도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같은 주장은 내년 총선에서 위기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수도권 의원들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한 한국당 의원은 “수도권에서 안철수‧유승민 두 사람이 한국당과 별도로 움직이면 한국당은 고전할 것이다. 이들을 영입해 중도보수층을 포섭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당 탈당파와 바른미래당을 아우르는 ‘제3지대 빅텐트’ 건설에 안 전 대표가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호남계 박주선 의원은 1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는 물론, 그와 가까운 의원들도 제3지대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분들이 해체나 극복의 대상이라고 했던 한국당으로 가는 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측은 이런 주장과 거리를 두고 있다. 안 전 대표의 측근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12일 안 전 대표의 지지모임인 커뮤니티 ‘미래광장’을 통해 “안 전 대표는 떠날 때의 결연함과 진정성으로 지금도 유럽의 현장을 다니고 있다”며 “본인의 쓰임새가 있고 국민의 부름이 있어야 올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썼다. 김 전 실장은 “우리나라 미래 성장 모델을 위해 애쓰는 그에게 가상 복귀설을 만들어 계속 기웃거리는 이미지를 만드는 주장을 멈춰 달라. 정치권으로 소모적 부름을 일삼지 말아 달라”고 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안 전 대표를 자기 이익에 써먹으려 ‘영업’하는 것”이라며 “이들에게 소모적으로 이용당하면 안 된다. 안 전 대표는 더 큰 꿈을 꾸기 위해 어쩌면 총선까지도 돌아오지도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안 전 대표는 돌아올까. 언제쯤, 어떻게.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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