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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새 총장도 검찰을 ‘정치의 시녀’로 만들려 하나

중앙일보 2019.08.14 00:04 종합 29면 지면보기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검찰이 정권의 앞잡이 노릇한다”는 비판은 민주화 이후 들어선 역대 정권에서도 계속됐다. 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이 ‘검찰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제도와 임기제를 도입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인사청문회에서 여당은 무조건 찬성, 야당은 무조건 반대를 반복했다. 대통령은 인사청문 결과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하기 일쑤였다. 임기제 도입 이후 임기를 못 채운 검찰총장이 더 많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 인사에서 소신파 검사들 좌천
인사의 중립성·공정성 지켜내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검찰 개혁을 강조했던 것도, 이른바 ‘최순실 사태’에 대한 검찰의 미적지근한 수사에 실망했던 국민이 손뼉 쳤던 것도 새로운 검찰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검찰의 변화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했던 검찰 개혁이 지지부진한 것도 문제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검찰 인사권이다. 검찰을 독립기관으로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검찰권이 통제되지 않는 권력이 될 경우의 문제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인사권이 통제되지 않음으로써 검찰권이 온전히 대통령의 수족이 되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검찰은 흔히 ‘준사법기관’이라 불린다. 유무죄에 대해 최종 판단을 내리는 법원만큼은 아니지만, 수사와 기소로 국민의 인권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검찰권 행사에는 법원에 준할 정도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검찰 인사에 대해서는 정치적 중립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검찰 인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확보되지 못하다 보니 검찰을 ‘정치의 시녀’로 만들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을 동원해서 전직 대통령 등 전 정권의 실세를 단죄하는 일이 반복됐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 대해 일말의 기대가 있었던 것은 과거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수사에서 부당한 수사 지휘 실상을 폭로해 ‘법대로 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신조를 강조하던 윤 총장은 좌고우면하지 않는 원칙적 수사로 유명했고, 그로 인해 검찰총장 임명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윤 총장의 취임 이후 첫인사를 보면서 기대보다 우려가 훨씬 커졌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에서 소신을 보였던 검사들이 좌천성 인사로 옷을 벗은 것을 비롯해 고위직 검사 70여 명이 일시에 검찰을 떠났다. 검찰 수뇌부의 친정부적 성향이 강화됐다. 그것이 청와대의 영향이건, 윤 총장의 선택이건 검찰의 중립성과 소신에 따른 공정한 수사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주목받는 대목이다. 검찰을 수족으로 부리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지만, 검찰 개혁을 위해 인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해서다. 비록 개별 사건에 대한 개입은 아니라 하더라도 검찰의 성향 자체를 정권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의도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고위 공직자 비리수사처’ 도입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같은 검찰 개혁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검찰 개혁의 목표는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가능케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검찰 개혁을 이유로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이를 무시한 검찰 개혁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며, 권력을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
 
진정한 검찰 개혁, 오래 남는 개혁은 인사권을 강하게 행사하는 것도 법을 고쳐서 대못을 박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개혁은 공정성과 중립성을 바로 세워 국민이 폭넓게 공감하는 개혁임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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