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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 논설위원이 간다] 손학규 즉각 퇴진 vs ‘안철수 선대위’면 충분

중앙일보 2019.08.14 00:03 종합 24면 지면보기

평화당 분당 … 바른미래는 어디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2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오신환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의 집단 불참으로 빈자리가 여럿이다. [뉴스1]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2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오신환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의 집단 불참으로 빈자리가 여럿이다. [뉴스1]

바른미래당의 분당(分黨)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뿌리 깊은 갈등이 ‘네가 나가라’식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다음 달 추석 연휴가 1차 결별 시한으로 꼽힌다. 손학규 대표와 유승민 전 대표는 지난주 ‘자유한국당 가려면 혼자 가라’와 ‘허위사실 비난 사과하라’는 강펀치를 주고받았다. 마치 영화 속 ‘네가 가라 하와이’를 닮았다. 같은 내홍의 민주평화당은 결국 갈라섰다. 바른미래당 호남 의원들과의 이합집산으로 이어지겠지만 나머지 바른정당계 의원들을 놓고선 반문 연대의 빅 텐트를 거론하는 사람이 많다. 막이 오른 야권 재편 한가운데 손학규 대표의 거취 논란이 있다.
  

호남 의원들 ‘일단 버티자’ 전환
‘합의 이혼’ 물밑으로 잠복했지만
다음주 예정 ‘손학규 선언’ 나오면
‘네가 나가라’ 싸움 대폭발 불가피

대표 불신임 규정 당헌·당규에 마련 안 돼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국회의원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정치인이 아니다’란 오래된 말이 있다. 국회의원이건 예비 국회의원이건 으뜸 소망은 당선이다. 당선 후엔? 그다음 선거에서 또 이기는 거다. 지금 이대론 선거가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어떻게든 판을 바꿔야 한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자기들 처지가 그렇게 곤궁하다고 느낀다.
 
바른미래당은 영·호남당의 패권 구조를 깨뜨리자고 뭉쳤지만 실제로 거대 양당과 싸운 적은 없다. 대신 영·호남당이 다투듯이 당내서 자기들끼리 전쟁을 치렀다. 결과는? 끝없이 추락했다. 당 지지율은 3~4% 정도를 맴돈다. 거의 오차범위 수준이다. 지금 같은 손 대표 체제론 총선 치르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당내 유일한 공감대다.
 
탈출구를 놓고선 소속 의원 28명의 해법이 제각각이다. 하지만 새 지도부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엔 이견이 없다. 얼마 전까진 안철수·유승민 두 전 대표의 오월동주(吳越同舟) 재등판을 뜻했다. 손 대표 거부로 이젠 그나마 물 건너갔다. 자신이 대표를 맡고 안 전 대표는 선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치르자는 게 손 대표 생각이라고 한다.
 
창업주인 안 전 대표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 바른정당 쪽은 안·유계를 분리하려는 ‘갈라치기’에 불과할 뿐이라고 진정성을 의심한다. 그렇다고 손 대표를 강제로 끌어내릴 방법은 마땅치 않다. 당헌·당규엔 당 대표 불신임 규정이 없다. 지도 체제가 붕괴된 당 내전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손 대표에게 물었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바른미래당 미래는 어떤가. 총선 전망이 어둡지 않나.
“그러니까 의원들이 한국당에 가고 싶다는 거 아닌가. 하지만 지키면 길이 있다고 믿는다.”
 
왜 그런가.
“제3당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있다. 정권을 쥔 대통령이 우리처럼 국회와 유리된 나라가 없다.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의 죽기 아니면 살기 싸움인데 끝내자는 게 바른미래당이다.”
 
결국 바른미래당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뜻인가.
“물론이다. 이번 총선으로 거대 양당의 극한 대결을 설사 끝장내지 못한다 해도 그 길을 여는 의미가 있다. 어느 당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느냐보다 중요한 문제다. 디딤돌이 되려 한다. 내가 총리, 비례대표 의원 욕심이 있다고들 하는데 그런 생각 없다.”
 
쪼개진 평화당과 합치나.
“당과 당 연합은 없다. 두 당이 이 상황에서 합치면 다음 선거에선 제로다.”
 
한국당과의 반문 연대는 어떤가.
“반(反) 무슨 연대라고 하는 이런 정치가 우리나라를 망친 주범이다. 물론 다음 총선에선 반문재인, 집권당 심판론이 큰 주제다. 경제든, 안보든, 한·일 문제든 그때까지 안정되기 힘들다. 하지만 한국당은 확실한 대안이 되질 못 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중심이다.”
 
손 대표 생각에 안철수 전 대표는 동의하나.
“여러 번 전화하고, 문자 보내고, 인적 접촉에도 나섰지만 아직 답이 없다.”
  
한나라 탈당 손 대표 “반문 연대 없다”
 
증오의 에너지가 압도한 게 우리의 선거 역사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줄곧 그랬다. 미래 담론을 둘러싼 각축전보다 과거 심판의 복수심이 더 큰 동력이었다. 지금 여당은 반민자당, 반창(이회창)연대로 재미를 봤다. 야권은 반노(노무현)운동을 주도했다. 이번엔 문재인 정권 심판이고 반문(反文)연대다.
 
반문의 각론을 놓고 자강론에 호남 신당, 보수 빅텐트가 부딪치는데, 이길 저길 막아서는 손 대표 주장이 어느 쪽에서든 먹힐 리 없다. 당장 보수 통합의 반문 연대 움직임이 그렇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 체제의 지지율 정체와 맞물려 보수 빅 텐트론엔 다시 힘이 실렸다. 보수 쪽은 다음 주 대토론회 등으로 재편을 위한 원탁회의 구성에 나선다.
 
경우의 수가 여럿이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해체 후 보수 빅 텐트로 결집하는 대통합은 가능성이 떨어진다. ‘제2의 안철수’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데 야권엔 그런 인물이 없다.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이 한국당에 합류하는 소통합은 명분이 약하다. 그나마 현실적인 당대당의 중통합은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손 대표가 결사반대다.
  
유승민 한국당행 현재로선 가능성 없어
 
백브리핑 하는 지상욱·이태규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바른미래당 지상욱(오른쪽), 이태규 의원이 2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4.24   kjhpre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백브리핑 하는 지상욱·이태규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바른미래당 지상욱(오른쪽), 이태규 의원이 2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4.24 kjhpre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호남 신당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민주당과 호남서 겨룰 총선전엔 강력한 대선 주자가 필요하다. 호남 의원들은 손 대표에게 부정적이고, 안철수 전 대표와는 서로 다른 강을 건넜다. 탈당을 고민하던 당내 호남계는 일단 버티는 쪽으로 돌아섰다. 손 대표가 버티면 결국 안·유계, 특히 바른정당 쪽에서 먼저 당을 나갈 거로 보는 것이다.
 
호남 의원들은 당초 ‘합의 이혼’에 무게를 뒀다. 손 대표 퇴진 후 안·유 두 사람에게 당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비례대표 의원을 제명으로 풀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민주·한나라를 뺀 대통합을 전제로 호남계와 안·유계 동수의 3대3 비대위, 외부 비대위원장을 제안했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안철수 빠진 국민의당’이다.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유승민 전 대표가 명분 없는 한국당행을 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고 한다. 탈당 후 신당 창당을 고려한다는데 그마저 쉽지 않다. 바른정당계 8명의 의원이 모두 동조하는 게 아니다. 독일 체류 중인 안철수 전 대표가 신당에 힘을 보탤지도 미지수다. 그의 측근인 이태규 의원에게 물었다.
 
안 전 대표 생각은 뭔가.
“문재인 정권 심판 입장은 분명한데 지금 상태면 당을 수습해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손 대표가 물러나지 않는다면 안 전 대표의 당 복귀는 그냥 이전투구가 될 게 뻔하지 않나.”
 
한국당에선 반문 연대 러브콜이 있는데.
“지금 한국당으론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고, 이기기 힘들다는 게 분명하다. 야권이 모두 헤쳐 모이는 혁신적인 모습의 반문 연대라야 의미가 있을 텐데 아마도 한국당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 할 거다.”
  
“이달 말 선거법 패스트트랙 표결도 변수”
 
오신환. [뉴시스]

오신환. [뉴시스]

손 대표는 퇴진 요구를 정면으로 받아칠 ‘손학규 선언’을 곧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떠나 달라’는 ‘집안 정리’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럴 경우 ‘추석까지 당 지지율을 10%로 올리지 못하면 사퇴하겠다’던 약속을 지키란 말이 거세질 게 틀림없다. 오신환 원내대표를 만났다.
 
손학규 선언 이후 당은 어떻게 될까.
“손 대표가 자리를 지키겠다면 물러나게 할 방법은 없다. 그래도 당분간 최선을 다해 퇴진 방안을 찾으려 한다. 노력이 끝내 성공하지 못할 경우의 대안도 생각 중이다.”
 
탈당으로 갈라선다는 뜻인가.
“의원들 각자의 생각이 모두 다르지만 임계점이 곧 온다. 대략 추석 전후가 1차 고비다. ‘10% 안 되면 물러난다’는 손 대표의 거짓말 이슈가 큰불을 만들 거다. 선거법 패스트트랙 표결이 조만간 진행될 텐데 그것도 변수다. 이달 말이면 출국 1년이 되는 안 전 대표에게 확실한 입장도 묻고 있다. 계속 이 상태로 가긴 어렵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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