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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공항 폐쇄시킨 시위대···100년전처럼 '삼파투쟁' 나섰다

중앙일보 2019.08.13 13:00
지난 6월 초 시작된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가 12일엔 홍콩 공항의 마비 사태까지 야기했다. 13일 새벽까지 무려 180여 편의 항공기가 결항해 사실상 홍콩 공항이 폐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홍콩 시위대 수천 명이 12일 오후 홍콩 공항을 점거해 180여 편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사실상 홍콩 공항이 폐쇄됐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시위대 수천 명이 12일 오후 홍콩 공항을 점거해 180여 편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사실상 홍콩 공항이 폐쇄됐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시위대는 왜 공항을 점거했나. 또 최근 홍콩 시위대는 지하철의 출입문을 여닫지 못하게 하거나 도로 폐쇄 등을 통해 시민들의 출근길을 막고 있다. 중국으로 범죄인을 인도하는 걸 반대하던 시위가 왜 이런 ‘공공질서 교란(?)’ 행위로 이어지고 있는 걸까.

수업 거부와 노동자 파업, 상점 철시 등
100년 전 5.4 운동 당시 ‘삼파 운동’ 전개로
‘범죄인 인도법’ 철회와 행정장관 퇴진 이끌어내
홍콩인 손으로 지도자 뽑겠다는 계획 추진
중국은 ‘색깔혁명’으로 봐 해방군 투입 가능성도

시위대가 이른바 ‘삼파(三罷) 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파’란 수업 거부의 파과(罷課), 노동 파업의 파공(罷工), 상점 철시의 파시(罷市)를 말한다. 홍콩 사회 전체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삼파 투쟁’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겠다는 계산이다.
‘삼파 투쟁’은 현대를 살아가는 중국인에겐 너무나 익숙한 용어다. 중국 공산당의 출발점으로도 해석되는 1919년의 5.4 운동과 맥이 닿아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은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이 중국 산둥(山東)성에서 갖고 있던 권익을 넘겨받았다.
이에 격분한 베이징의 학생들이 천안문(天安門) 광장에 모여 일본 제국주의를 규탄하고 무능한 베이징 군벌 정부의 친일파 처단을 요구한 게 5.4 운동이다. 군벌 정부가 베이징 학생들을 탄압하자 상하이에서 ‘삼파 투쟁’이 전개돼 들판의 불길처럼 전국으로 번졌다.
당시 중국의 22개 성(省), 150여 개 도시에서 ‘삼파 투쟁’이 벌어져 베이징 군벌 정권을 위협했고 마침내 베이징 정부는 친일 매국노로 불리던 차오루린(曹汝霖) 등 세 명의 직무를 정지시키기에 이르렀다.  
100년 전 ‘삼파 투쟁’의 주역이 이태 후 중국 공산당 건설에 나서게 된다. 이 같은 역사적 중요성으로 인해 ‘삼파 투쟁’은 중국에서 종종 학교의 시험 문제로 출제된다. 예를 들면 ‘학생, 노동자, 상인, 농민’ 중에서 ‘삼파 투쟁’과 관련이 없는 사람을 찾으라는 것이다.
홍콩 시위대가 최근 주요 도로는 물론 공항 점거에까지 나선 건 바로 이 같은 ‘삼파 투쟁’의 일환이다. 시위대는 ‘수업 거부(罷課)’에 이어 이젠 노동 파업(罷工)과 상점 철시(罷市)를 촉구하고 있다.
홍콩 시위대가 12일 홍콩 공항을 점거한 채 전날 시위에서 눈을 다친 여성의 사진을 보이며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시위대가 12일 홍콩 공항을 점거한 채 전날 시위에서 눈을 다친 여성의 사진을 보이며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제 지난 5일엔 총파업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홍콩 민항처 항공교통관리부 항공관제사 20여 명이 파업에 참여하기 위해 집단 병가를 낸 게 대표적인 예다. 그 여파로 당일 100여 대 이상의 항공편 출발이 취소되고 국제공항 활주로 하나가 운영이 중단됐다.
시위대가 출근길 지하철이나 도로를 막는 건 시민들이 ‘어쩔 수 없이’ 파업에 동참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다.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해 “이런 게 도대체 무슨 파업이냐. 눈 가리고 아웅 하기”라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홍콩 반정부 시위 상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홍콩 반정부 시위 상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홍콩에서 총파업 시위가 있었던 이튿날인 6일 중국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의쉬루잉(徐露穎) 대변인은 “시위대의 ‘비협조운동’이나 ‘삼파’는 ‘한 나라 두 체제(一國兩制)의 마지노선에 도전하고 국가 존엄을 침범하는 폭력 범죄행위에 불과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홍콩특별행정구의 행정장관 케리 람이 ‘범죄인 인도법’ 추진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는데도 ‘삼파 투쟁’이 벌어지는 건 또 왜일까. 시위대의 요구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6월 중순 이후 시위대는 ‘5개 요구(五大訴求)’를 제시하고 있다.
5개 요구는 ‘범죄인 인도법’ 완전 철회, 경찰의 발포 책임 추궁, 체포된 시위자 석방, 6월 12일 집회를 ‘폭동’으로 규정한 것 취소, 케리 람 장관을 문책해 퇴진시킬 것 등이다. 이 중에서 홍콩이나 중국 정부가 받아들인 건 현재까지 아무것도 없다.
‘범죄인 인도법’도 추진 중단이지 완전 철회는 아니다. 중국 당국은 사실상 철회나 다름없다는 뜻을 내비치나 시위대는 믿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요구를 들어주기 시작하면 그 요구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 밀리지 않겠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시위대는 홍콩의 학생과 노동자, 상인이 참가하는 ‘삼파 투쟁’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위대가 노리는 건 케리 람 장관을 퇴진시킨 뒤 홍콩 시민의 손으로 지도자를 뽑는 ‘직접 선거’ 실시다.
지금처럼 친중 인사가 득세하는 선거위원회를 통해 행정장관을 뽑으면 중국 정부의 꼭두각시 역할만 해 홍콩인의 진정한 이익을 대변할 수 없다고 보는 까닭이다. 반면 중국 정부는 홍콩인의 ‘직접 선거’ 실시를 홍콩의 ‘분리 독립’ 움직임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중국의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주임인 장샤오밍(張曉明)이 “홍콩 시위가 색깔혁명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범죄인 인도법’ 반대로 촉발된 시위가 정권 교체를 뜻하는 색깔혁명으로변질됐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색깔혁명’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홍콩 사태가 악화할 경우 중국인민해방군 투입 등 적극적인 개입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홍콩 시위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비난하는 건 이제까지 지구촌에서 벌어진 여러 ‘색깔혁명’의 배후로 늘 미국이 지목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군 투입 등과 같은 카드는 국제사회의 격렬한 반발에 부닥칠 게 분명해 중국 당국으로선 쉽게 꺼내기 어렵다. 그래서 중국은 현재 홍콩 경찰의 강경한 진압과 홍콩의 ‘애국 시민’들이 궐기해 시위대와 맞서 싸워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홍콩 시위대의 ‘삼파 투쟁’과 중국 당국의 강경하게 대응하라는 요구에 ‘과격 진압’에 나서고 있는 홍콩 경찰 간의 충돌 등으로 인해 홍콩 사태는 날로 악화하며 한동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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