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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험생 적어 대입정원 남아돌아…기로에 선 지방대

중앙일보 2019.08.13 11:00
지난달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최한 2020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를 찾은 수험생과 학부모. [연합뉴스]

지난달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최한 2020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를 찾은 수험생과 학부모. [연합뉴스]

올해 대학 입시에서 수험생 숫자가 대학의 모집 정원보다 적은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대학 정원이 남아돌아 수험생의 선호도가 낮은 지방대와 전문대부터 학생들의 대입 경쟁이 아닌 대학의 신입생 유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고3을 포함한 수험생은 47만9376명으로 지난해 대입 정원인 49만7218명보다 1만7842명 적다. 대입 정원에 변동이 없을 경우 내년에는 7만6325명, 2021년에는 8만5184명이나 정원이 남는다. 역전현상은 현 중2가 고3이 되는 2023년 대입 때 가장 심화된다. 대학 정원보다 수험생 숫자(37만3470명)가 무려 12만3748명 더 적다.  
 
교육계에서는 이처럼 학생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면 지방대와 전문대부터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 구조가 서울·수도권·4년제를 중심으로 서열화돼 있어,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지방대나 전문대부터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해 재정 위기로 문을 닫게 될 거라는 얘기다.  
 
정부 방침이 지방대 몰락을 가속화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6일 교육부가 '대학혁신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그간 정부 주도로 대학 정원을 감축해오던 대학구조개혁을 중도 폐기하고,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고 밝혔다.  
 
대학입학가능자원 전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대학입학가능자원 전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앞서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대학 정원을 10년간 16만명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대학구조개혁'을 진행했다. 당시 56만명이던 대학입학정원을 2017년까지 4만명, 2020년까지 5만명, 2023년까지 7만명씩 줄이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되면 2023년 대학 정원이 40만명으로 줄어 수험생 숫자와도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6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정부 주도로 대학 정원 4만명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득보다 실이 컸다. 대학의 자율 역량은 위축되고 갈등이 커졌다"면서 "학령인구의 자연적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원 감축에 대한 혁신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원 감축은 대학 자율에 맡기되, 신입생 충원율과 유지율을 재정지원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방대와 전문대에서는 "신입생을 충원할 대책 없이 '알아서 하라'는 것은 사실상 문을 닫으란 얘기"라고 입을 모았다. 충북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지난 정부에서 대학구조개혁을 진행할 때는 운영을 잘한 지방대는 높은 등급을 받고 정원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겉으로는 '자율로 하라'면서, 신입생 충원을 못 하면 재정 지원을 끊는 구조라 지방대는 오히려 벼랑 끝에 몰렸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대가 연계하라고 했지만 구체적이지 않고 예산도 책정되지 않아 실제로 진행될지 미지수"라고도 지적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혁신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혁신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전북의 한 대학 입학처장은 "유 부총리는 지난 정부의 대학 평가를 '득보다 실이 많다'고 했지만, 대학의 생각은 다르다"면서 "정부의 평가가 지방대 역량강화의 계기가 된 부분도 있었는데, 느닷없이 자율로 방향을 틀어버리니 오히려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강조한 대학 자율이 실제로는 대학 간의 눈치 보기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경기도의 한 사립대 대외협력실장은 "교육부가 대학에 '정원 감축'은 기정사실로 정해놓고, 방법과 규모을 자율로 정하라고 요구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대학 입장에서는 다른 대학에 비해 소규모 감축 계획을 세워 교육부의 눈 밖에 날까 봐 눈치작전을 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남의 한 대학 총장은 "지방대 입장에서는 정원 감축 규모를 정부가 정하든, 대학 자율에 맡기든 큰 차이가 없다"면서 "교육부가 만족할 수준으로 대규모 정원 감축을 하다 보면,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의 격차가 급격히 벌어져 결국 문을 닫는 대학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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