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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몸 속에 있는데, 왜 항산화 식품 못 먹어 안달일까

중앙일보 2019.08.13 10:00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50)

아로니아는 항산화제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고 하여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느 건강식품처럼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소비자 반응이 시들해지면서 최근에는 가격이 폭락했다고 한다. [사진 pixabay]

아로니아는 항산화제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고 하여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느 건강식품처럼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소비자 반응이 시들해지면서 최근에는 가격이 폭락했다고 한다. [사진 pixabay]

 
항산화제가 세간에는 만병통치로 통한다. 만병의 근원으로 치는 활성산소를 없애고 성인병을 예방하며 불치병인 암을 치유한다는, 실로 신통방통한 물질로 말이다. 그러나 이도 여느 건강식품처럼 그 효능이 과대 포장된 것 중의 하나이다.
 
한때 항산화제인 안토시아닌의 보고 혹은 슈퍼푸드라 하며 아로니아 등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아니 작금에는 미러클푸드도 등장했다. 그런데 얼마 전 충격적인 기사를 접했다. 지난 겨울 충남 보령의 농장에서 8~9월에 거둬들이지 못한 아로니아 열매가 그대로 썩은 채 방치돼 있다는 것이었다.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란다.
 
여느 건강식품처럼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소비자의 반응이 시들해진 탓이다. 2013년에 kg당 3만 5000원 했던 것이 해마다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최근에는 500원 수준으로 폭락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로니아 재배농가들은 수확조차 할 수 없는 지경까지 몰렸다.
 
우리는 왜 이렇게 항산화제에 열광하는 걸까. ‘항산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효능은 ‘노화 방지와 암의 예방’이다. 항산화제, 항산화작용, 항산화물질 등 ‘항산화’를 접두어로 쓰는 모든 것이 우리에게 영원한 젊음을 선사할 것처럼 들린다.
 
항산화는 말 그대로 산화를 막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산화가 무엇이며, 어떤 것이 항산화제 일까?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반응은 수만 가지가 있는데 크게 산화환원반응, 전이반응, 이성화반응, 탈리반응, 축합반응, 가수분해반응의 6가지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항산화와 관련 있는 것이 산화환원반응이다.


에너지대사는 모두 산화반응  

‘산화’란 어떤 분자가 산소(O)와 결합하거나 전자(e-)를 잃는 것을, ‘환원’은 그 반대로 산소가 떨어져 나가거나 전자를 얻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영양분을 섭취한 뒤 체내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에너지대사반응은 모두 전자를 잃는 산화반응이다.
 
즉 포도당 등의 영양성분이 대사과정을 거쳐 에너지를 내놓을 때 점차적으로 전자가 떨어져 나가면서 산화반응이 진행된다. 이때 전자의 이탈을 막아주는 현상을 ‘항산화’라 하고, 이런 반응을 방지하는 물질을 ‘항산화제’라 부른다.
 
산화반응을 막으면 우리 몸은 에너지를 낼 수 없다. 항산화제가 몸에 좋다는 말은 '바람직하지 않은 산화반응만 막아주는 물질'이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진 pixabay]

산화반응을 막으면 우리 몸은 에너지를 낼 수 없다. 항산화제가 몸에 좋다는 말은 '바람직하지 않은 산화반응만 막아주는 물질'이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진 pixabay]

 
그런데 한 가지 짚어볼 것이 있다. 산화반응을 막으면 우리 몸은 에너지를 낼 수 없으므로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럼 항산화제가 좋다는 말은 틀린 말일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바람직하지 않은 산화반응만 막아주는 물질’이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다행히도 체내의 이런 에너지대사반응은 바람직하지 않은 산화반응과는 격리된 장소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항산화제에 의한 부작용은 보통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 ‘바람직하지 않은 산화반응’은 뭔가? 활성산소가 관여하는 반응이다. 활성산소는 분자 내에 전자가 부족해 주위의 분자로부터 전자를 무차별 강탈함으로써 자기는 안전한 물로 변하고 주위 분자에 흠집을 내고 망가뜨린다. 또는 활성산소에 의해 전자를 뺏긴 분자는 제 기능을 잃거나 다른 분자로부터 또 전자를 강탈하는 수순으로 진행한다. 이런 도미노현상이 활성산소의 위해성이고 만병의 근원으로 치는 이유이다.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활성산소(종)의 주 생성원은 다음과 같다. 
 
1. 백혈구가 세균 등 미생물을 공격할 때
2. DNA· RNA 속 핵산염기(퓨린)가 요산으로 배설될 때
3. 생리활성물질, 프로스타글란딘이 합성될 때
4. 방사선 치료 등으로 피폭될 때
5. 지방질이 산소에 의해 과산화물이 될 때
6. 미토콘드리아의 전자전달계에서 에너지가 생산될 때 
 
여기서 1번은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고 그 외 반응은 생체내 정상반응의 부산물로 생성된다. 활성산소의 90%이상은 6번 에너지대사과정인 미토콘드리아에서 나온다. 정확한 학설은 아니지만 우리가 들이마신 산소의 2~3%가 이런 반응에서 활성산소로 변한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활성산소는 체내의 방어기전에 의해 보통은 소거된다. 우리 몸은 이런 활성산소를 없애주는 메카니즘이 잘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 항산화제의 역할은 뭘까. 활성산소가 주위의 분자로부터 전자를 뺏기 전에 자기가 잽싸게 활성산소에 전자를 제공해 안정화시켜주는 역할이다. 그러면 이때 전자를 제공한 자신은 전자가 부족한데도 괜찮을까? 그렇다. 이상하게도 이놈은 인심이 좋아 전자를 뺏기고도 멀쩡하게 있다. 그래서 멀쩡한 정도가 더한 놈을 더 좋은 항산화제로 취급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비타민 A와 C조차도 아직 항산화 효과에 대한 메카니즘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시험관에서 항산화 활성만 나타나도 '슈퍼푸드'라 호들갑을 떠는 것은 잘못이다. [사진 pixabay]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비타민 A와 C조차도 아직 항산화 효과에 대한 메카니즘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시험관에서 항산화 활성만 나타나도 '슈퍼푸드'라 호들갑을 떠는 것은 잘못이다. [사진 pixabay]

실제 체내 항산화제로서 효능이 밝혀진 물질로는 비타민 A, C, E, K 및 글루타티온이 있으며, 생체 내 효소로는 슈퍼옥시드 디스무타아제(SOD), 카탈라아제 등이 있다. 이 외 시중에서 자주 회자되는, 효과가 의심스러운 항산화제에는 베타카로틴, 이소플라본, 안토시아닌, 카테킨, 라스베라톨, 쿠세킨, 탄닌 등 그 종류가 무수히 많다. 이들 모두가 다 폴리페놀류에 속한다.
 
페놀은 누구나 다 아는 독성물질이다. 고리 구조의 페놀이 몇 개 겹친 물질을 폴리페놀이라 하며 이들에는 인체에 해로운 것도, 무해한 것도 있다. 
 
여기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비타민 A와 C조차도 아직 항산화 효과에 대한 메카니즘이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을 정도로 연구가 미진하다. 어떤 식품이 시험관에서 항산화 활성만 나타나도 ‘세계 몇 대 식품’, ‘슈퍼푸드’ 심지어 미라클푸드라 하며 호들갑을 떠는 것은 잘못이다.
 
앞에서 항산화제라는 물질은 전자를 인심 좋게 활성산소에 주고 자기는 멀쩡한 성질을 띠는 것이라 했다. 물론 멀쩡한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이 항산화제라는 물질이 모두 세포 내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는 요소를 찾아가 실제로 이들을 없애주느냐 하는 것이다.
 
이들 물질이 항산화 활성을 나타내려면 활성산소가 생성되는 장소에 도달해야 한다. 그것도 활성산소의 대부분이 나오는 미토콘드리아의 내막에까지 말이다. 그런데 여기까지 도달하려면 상식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
 
그 1단계로 우선 소화기관에서 혈액으로 물질이 흡수되어야 한다. 소장에서의 물질흡수는 아직 그 전모가 밝혀져 있지 않을 정도로 복잡하고 난해하다. 어떤 구조의 물질이 흡수되고 흡수되지 않는지조차 잘 모른다. 설령 혈액으로 흡수됐다고 쳐도 2단계로 세포막을 통과해야 하는 더 큰 난관에 봉착한다.
 
세포막의 물질투과성(transport system)은 엄청나게 까다로워 물 이외에는 자유롭게 통과할 수 없을 정도다. 어찌어찌해서 세포막도 통과했다고 치자. 이제는 활성산소의 대부분이 나오는 미토콘드리아 내막을 통과해야 할 차례다. 이도 세포막 못지않게 철통 방어벽이다. 포도당, 아미노산도 아예 들어가지 못한다. 그런데 심지어 우리 몸에 없는 식물성 물질이 이런 막을 쉽게 통과해 적재적소에 도달하고 활성산소를 없애준다는 것이 말이 되나.


인체 효과로 포장된 시험관 속 효과

인체 내에는 활성산소를 소거하는 항산화물질과 효소가 항상 보초를 서고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다. 우리 몸은 이런 대비책을 차질 없이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인체 내에는 활성산소를 소거하는 항산화물질과 효소가 항상 보초를 서고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다. 우리 몸은 이런 대비책을 차질 없이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식품속 항산화제의 어떤 종류가 실제 체내 적재적소에 도달해 활성산소를 소거해 주는가는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단순 시험관속의 효과를 인체내 효과로 연결 짓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인체 내에는 활성산소를 소거하는 항산화물질과 효소가 항상 보초를 서고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다. 우리 몸이 이런 대비책을 차질 없이 갖추고 있는데도 대중들은 이를 불신하고 끊임없이 효과도 의심스러운 식물성 항산화물질을 찾는 이유가 뭔가. 다분히 과잉걱정이거나 마음의 위안을 찾고 싶었을 게다.
 
아니면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한 부류에 잘 먹혀드는 공포마케팅에 속았던가. 참고로 SOD가 체내에서 활성산소를 소거한다 하니까 식물에 들어있는 이 효소를 뽑아내 건강식품 또는 화장품에 섞어 소비자를 유혹하는 경우도 있다. 효소는 먹거나 발라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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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필진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 시중에는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모든 식품이 약으로 변했다. 허위와 과대광고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함량 부족의 전문가가 TV에 붙박이로 출연하면서 온갖 왜곡정보를 양산하고 소비자를 기만한다. 음식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병이 없고 그들의 말대로라면 질병에서 해방될 것 같은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들을 쇼닥터로 지칭하고 규제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이제 그 도를 넘겼다. 노후에 가장 관심사인 건강관리를 위해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시중의 잘못된 식품에 대한 왜곡된 상식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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