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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두둔, 남한엔 짜증…트럼프 ‘동맹 리스크’ 현실이 되나

중앙일보 2019.08.13 00:04 종합 8면 지면보기
2017년 4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정책 기조로 ‘최고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를 정했을 때 외교가에서는 “이게 동맹국을 향한 기조이기도 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라면 동맹에도 최고의 압박을 가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스타일 때문이었다. 그가 본격적인 재선 레이스에 뛰어든 지금, 이런 동맹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북 미사일 도발에 사실상 면죄부
문 대통령 억양 흉내내 조롱까지
“트럼프 견제 가능한 미 의회 뚫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수행원과 단거리 발사체 발사 장면을 보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수행원과 단거리 발사체 발사 장면을 보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올해 들어 북한이 한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단거리 미사일을 7차례나 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수롭지 않다고 반응했다. 양국 중 한 나라가 무력 공격의 위협에 처하면 공동 대응하도록 한 한·미 상호방위조약 2조와도 거리가 있다. 동맹 한국을 배제하고 북한 편을 드는 듯한 태도(10일 워싱턴포스트)다.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은 11일 담화에서 “미국 대통령까지 우리의 상용무기개발시험을 어느 나라나 다 하는 아주 작은 미사일 시험이라며 주권국가로서 우리 자위권을 인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으로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하로는 도발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면죄부를 받은 셈”이라며 “협상이 시작되면 협상력 강화를 위해 도발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행형인 한·일 간 외교 전면전을 두고 트럼프는 촉진자 역할은커녕 짜증스럽다는 태도다. “한국과 일본은 동맹 역할을 해야 하는데(supposed to be allies), 항상 싸우기만 한다. 우리를 매우 곤란하게 만든다”(현지시간 9일)고 했다. 일본은 미국의 외교정책 기조인 인도·태평양 구상에 핵심국가로 참여하고 있어 미국이 한·일 갈등에 관여한다 해도 한국에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트럼프의 동맹국 정상에 대한 외교 결례도 반복되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영어) 억양을 흉내 내며 그가 어떻게 자신의 터프한 (방위비) 협상에 굴복했는지(cave in to) 묘사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문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과 함께 (대북) 공조를 하겠다”고 답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 말은 통역할 필요 없다”고 해 물의를 빚었고, 올 4월 정상회담 때는 총 29분간의 단독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원맨쇼’로 27분을 써버렸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이는 미 주류의 인식과는 온도 차가 있다.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특성에서 기인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도 “오히려 워싱턴 조야는 미·중 간 대립이 심화하며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더 중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체적 언행 관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행정부 견제 기능이 강한 미 의회 등을 상대로 적극적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에 우호적인 미 의회의 코리아 코커스 활동은 물론 통상 8월 무렵 휴회기를 이용한 상·하원 의원들의 한국 방문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조태용 전 외교부 1차관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밀도 있는 외교를 펼쳐 안전판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공식적이라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가깝게 느끼는 사람들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지혜·이유정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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