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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연해주 독립운동 대부’ 4대손, 할아버지 나라서 한국어 배운다

중앙일보 2019.08.12 05:00
초이 일리야(17)는 어릴적 최재형 선생이 한인을 위한 학교를 세우고 독립투사단을 조직했다는 이야기를 할머니로부터 듣고 자랐다. [중앙포토]

초이 일리야(17)는 어릴적 최재형 선생이 한인을 위한 학교를 세우고 독립투사단을 조직했다는 이야기를 할머니로부터 듣고 자랐다. [중앙포토]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로 평가받는 최재형 선생(1860~1920)의 현손(玄孫·4대손)이 고조할아버지의 나라에서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얻었다. 최재형 선생은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하원 연설 도중 안중근 의사 등과 함께 언급해 새롭게 주목받은 독립투사다. 인천대는 최재형 선생의 현손인 초이 일리야 세르계예비치(17·사진)가 다음 달 18일부터 개강하는 인천대 어학원에 입학해 한국어 강의를 듣는다고 12일 밝혔다.

다음달 인천대 어학원서 강의 들어

 
사연은 이렇다. 그는 지난해 7월 경북도가 주최한 재러시아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 행사를 통해 낯선 할아버지의 땅을 찾았다. 당시 초이 일리야는 독립운동 영웅의 후손이란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 채 러시아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이후 그는 올 1월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해에 할아버지의 나라를 꼭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마침 한 달 뒤 인천대가 최재형 기념사업회(이후 기념사업회)를 통해 초이 일리야에게 어학원 입학을 제안하면서 그는 한국어 강의 수강기회까지 얻게 됐다.
 
최용규 인천대학교 이사장은 “독립운동가 후손에게 할아버지의 조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지난 2월) 기념사업회 측에 우리 대학 어학원으로의 입학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인천대는 어학원 입학 허가서를 발급해 곧 러시아 집 주소로 발송할 예정이다.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후손 초이 일리야(사진 오른쪽)가 지난해 7월 국립서울현충원에 새겨진 최 선생 부부의 이름을 가리키고 있다. 러시아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의 후손 12명은 경상북도 초청으로 방한해 항일운동 유적지 등을 견학했다. [중앙포토]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후손 초이 일리야(사진 오른쪽)가 지난해 7월 국립서울현충원에 새겨진 최 선생 부부의 이름을 가리키고 있다. 러시아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의 후손 12명은 경상북도 초청으로 방한해 항일운동 유적지 등을 견학했다. [중앙포토]

 

한국어 서툴지만 ‘독립운동가 후손’ 자부심

 
초이 일리야는 최재형 선생 손자(인노켄티)의 손자다. 현재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그는 최근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한국말은 잘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최재형 선생의 활약상은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다. 할머니로부터 ‘(너희 고조 할아버지가) 한인들을 위해 학교도 세우고 독립투사단을 조직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기 때문이다.
 
문영숙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과거 최재형 선생이 헌신한 빛을 현손이 보는 것 아니겠냐”며 “최재형 선생 순국 100주기(2020년)를 앞두고 그의 후손을 (할아버지의) 조국에서 가르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대에 고려인 유학생이 많아 적응하기는 수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토 히로부미 암살 모의 인물 알려져

안중근(왼쪽) 의사가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는 과정에서 연해주 한인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최재형 선생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중앙포토]

안중근(왼쪽) 의사가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는 과정에서 연해주 한인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최재형 선생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중앙포토]

 
최재형 선생은 일제강점기 러시아 연해주 일대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다. 안중근과 함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모의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러시아 군대에 물건을 납품하면서 축적한 부를 토대로 무장 독립투쟁을 지원했다. 봉오동·청산리 전투 무기구매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해주 내 한인 마을마다 소학교를 세우는 등 교육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는 일제가 고려인을 무차별 학살한 1920년 4월 순국했고 유가족들은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의 사후 42년만인 1962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3급)을 추서했다.
 

최재형 고택서 기념비 제막식 열려

최재형 선생의 항일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비석과 흉상이 최재형기념관 경내에 설치됐다. [사진 최재형 순국 100주년 추모위원회]

최재형 선생의 항일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비석과 흉상이 최재형기념관 경내에 설치됐다. [사진 최재형 순국 100주년 추모위원회]

 
한편 ‘최재형 순국 100주년 추모위원회’는 12일 러시아 우수리스크 최재형 기념관(옛 최재형 생가)에서 소강석 추모위원회 공동대표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비 제막식을 연다. 기념비에는 대한민국 광복의 형상이 한반도 국토 모양으로 제작돼 태극기 문양과 함께 새겨졌다. 
 
추모위 측은 “최재형 선생의 기념비가 선생의 고택인 기념관에 설치돼 의미가 크다”며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 기념비와 함께 연해주 항일 독립운동의 대표적인 유적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추모위는 내년 최재형 선생의 순국 100주기를 기리려 후손들과 함께 추모음악회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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