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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철의 졸음쉼터] 올림픽대로

중앙일보 2019.08.12 00:18 종합 29면 지면보기
문희철 산업1팀 기자

문희철 산업1팀 기자

월요일 아침 올림픽도로. 차량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짜증이나 답답함을 연상한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이 널찍한 도로는 강서부터 강동까지 한결같이 막힌다. 교통사고라도 있는 날이면 이해가 되지만, 단 하루도 예외 없이 막히는 건 믿기 힘든 일이다.  
 
교통공학자에 따르면, 일반적인 도로에서 차량이 정속주행할 경우 1개의 차선에서 1대의 차량이 지나가는데 평균 0.5초가 걸리고 1㎞ 당 34대의 차량이 지나가더라도 정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는 7920대가 동시간에 몰리더라도 교통체증 없이 37㎞ 구간의 올림픽대로를 주파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올림픽도로가 막히는 이유는 이렇다. 운전자가 주의력이 분산하거나, 차선을 바꾸면 뒤따르던 차량이 안전거리 유지를 위해서 브레이크를 밟는데 이때 약 1초가량의 지체가 발생한다. 이 차량은 불과 1초 늦게 가지만, 뒤따르던 차량이 연달아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차량마다 추가로 1초 안팎이 지체한다. 결국 후방에 쫓아오던 차량일수록 속도가 더 줄어들게 되고 정체가 가중된다.
 
결국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모두가 되도록 차선을 바꾸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내가 달리는 차선보다 옆 차선이 덜 막힌다는 건 도로의 진리다.  
 
꽉 막힌 도로에서 어떻게 빈 차선으로 진입하지 않을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이럴 때마다 불개미를 떠올린다. 세계 3대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불개미는 페로몬이라는 사회적 상호 작용을 통해서 정체 없는 집단이동 시스템을 완성했다. 불개미는 이동할 때 결코 자신의 앞에서 기어가는 개미를 ‘추월’하지 않는다. 차선의 크기와 무관하게 일정한 차선 안에서 일정 속도·간격을 유지한다. 만약 어떠한 이유로 이러한 교통흐름을 따르지 못한다면 스스로 ‘갓길’로 빠진다고 한다.
 
‘그래, 불개미보다 못한 인간이 되지 말자!’ 오늘 아침도 주먹을 꽉 쥐고 외치지만, 카카오톡 알림소리가 울리면 또 다시 화들짝 방향지시등을 켠다. 불개미 함부로 발로 밟지 마라. 너는 누구 앞을 한 번이라도 추월하지 않은 사람이었느냐.
 
문희철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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