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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보면 그대로 따라 한다…신통방통한 골프천재 임성재

중앙일보 2019.08.12 00:04 경제 7면 지면보기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PGA 투어 신인왕을 노리는 새내기 임성재. [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PGA 투어 신인왕을 노리는 새내기 임성재. [로이터=연합뉴스]

임성재(21)는 현재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인이다. 올 시즌 PGA 투어에서 60대 타수를 가장 많이(34번) 기록했다.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PGA투어 페덱스 랭킹 23위로 신인상 수상이 유력하다.
 

사진기억능력, 관찰력, 모방 능력
다른 선수 스윙 곁눈질로도 배워
낯선 환경·코스에서도 실력 발휘
더 큰 무대에서 더 뛰어난 활약
60대 타수 34차례 기록, 전체 1위

임성재는 6세 때 골프를 시작했다. 그러나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레이디 티에서 90타를 깨지 못했다. 프로 선수가 되기엔 재능이 부족한 듯 보였다. 그런데 시험 삼아 초등학생 대회에 나가서 77타를 쳤다. 중요한 순간이 되자 80대 타수를 바로 뛰어넘어 70대로 도약한 것이다.
 
고비도 많았다. 고교생이던 2016년 임성재는 프로로 전향한 뒤 한국과 일본 투어 출전권을 동시에 땄다. 그러나 성적이 나빠 시드를 잃을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임성재는 “경기 출전 자격이 없어지는 마지막 경기에 월요 예선을 거쳐 출전해서 4등을 했다. 그 덕분에 다음 경기에 나갈 자격을 얻었다. 그다음 경기에선 또 10위 안에 들어 조건부 출전 자격을 따냈다. 그다음 더 큰 경기에서 11등을 해서 전 경기 출전권을 땄다”고 말했다. 꼬마 때 그랬던 것처럼 임성재는 역시 중요한 순간이 되자 슈퍼맨 같은 능력을 발휘했다.
 
2017년 말 미국 2부 투어 1차 퀄리파잉 스쿨에선 어려움이 많았다. 6라운드로 열리는 퀄리파잉 스쿨에서 그는 일본 일정 탓에 대회 직전에야 경기장에 도착했다. 시차 적응도 안 됐고 피곤한 상황이었다. 5라운드까지 2언더파로 하위권이었다. 그러나 임성재는 마지막 날 8언더파를 기록하면서 2차 대회에 나갈 수 있었다. 2차 대회에서도 탈락하는 듯했지만, 마지막 날 또 8언더파를 쳤다. 3차 대회에서는 3라운드에 무려 60타를 쳤다.
 
임성재는 지난해엔 이런 벼랑 끝으로 몰리지 않았다. 2부 투어 첫 대회부터 우승을 차지하면서 상금 1위로 올해 PGA 1부 투어에 올라왔다. 아버지 임지택 씨는 “성재는 승부욕이 대단하다. 어릴 때부터 경기에서 마음에 드는 샷이 안 나오면 흐르는 코피를 틀어막고 연습을 했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울거나 화를 내곤 했다. 그런 기를 꺾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결과적으로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리한 관찰력도 임성재의 특출한 능력이다. 어머니 김미씨가 전한 아들의 어릴적 이야기다.
 
“저 차는 어제 본 그 차 같네.”
 
“아니요. 엄마 어제 그 차는 바퀴에 작은 빨간 점이 있었는데, 이 차는 그게 없어요.”
 
임성재는 마치 사진을 찍어 놓은 것처럼 예전 일을 정확히 기억했다. 어머니 김미씨는 “글자를 모를 때도, 글자를 유심히 보면서 읽어 달라고 했다. 그러곤 받아쓰기 100점을 받아 왔다”고 전했다.
 
임성재는 지난 4년간 해마다 다른 투어에서 뛰었다. 매년 다른 코스에서 경기했다는 얘기다. 임성재는 경기 전 18홀 한 번, 9홀 한 번, 총 27홀을 도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처음 나간 코스에서 마치 베테랑처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골프 코스를 파악하고 그린 경사를 읽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모방 능력과 리듬감도 타고났다. 임지택씨는 “흉내를 잘 냈다. 어릴 때 해리 포터 영화를 한두 번 보고 나서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는 동작을 흉내 냈다. 영화를 틀어 놓고 따라 하기도 했는데 화면을 보지 않는데도 해리 포터가 방향을 바꿀 때 동시에 바꾸고, 해리 포터가 회전할 때 똑같이 돌더라”고 했다.
 
그가 큰 무대에 갈수록 점점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건 그런 모방능력 덕분일 수도 있다. 임성재는 일본 투어 정상급 선수인 이케다 유타, 이시카와 료 등의 스윙을 보고 샷을 진화시켰다. PGA 투어에 진출한 뒤에도 연습장에서 다른 선수들의 스윙을 흘끔흘끔 보고 배운다고 했다. PGA 투어에선 쇼트 게임 전담 코치가 흔하다. 그런데 임성재는 코치의 도움 없이도 쇼트 게임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의 모방 능력과 리듬감 덕분이다. JTBC골프는 지난 7월 디 오픈 당시 임성재의 모습을 담은 특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임성재, 꿈의 무대에 서다’를 13일 방송한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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