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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국산 1호 고혈압 신약, 국내 1등 이어 세계에도 통했다

중앙일보 2019.08.12 00:03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스타벅스·아이폰·이케아…. 1등은 언제나 주목 받는다. 질병도 그렇다. 건강 수명을 줄이는 만성질환 1위는 고혈압이다. 건강을 유지한 상태에서 기대수명을 채우는 데 가장 큰 손실을 끼친다. 고혈압 상태가 지속하면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킨다.
보령제약 중앙연구소 명제혁 소장

보령제약 중앙연구소 명제혁 소장

 

권선미 기자의 블록버스터 탐구 ②보령제약 ‘카나브’

고혈압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약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국내 제약회사가 있다. 중견 제약기업인 보령제약이다. 2010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고혈압약(ARB 단일제 기준)인 ‘카나브’를 만들었다. 한국에서 개발한 15번째 신약이다. 주목할 점은 글로벌 시장 개척이다. 카나브는 전 세계 51개국으로 수출 계약됐다. 올해는 매출 1000억원 달성에 도전한다. 국산 혁신 신약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국산 최초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의 복합제 연구를 진행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진두지휘한 보령제약 중앙연구소 명제혁(사진) 소장을 만나 카나브 글로벌 성공 전략에 대해 들었다. 그는 보령제약에서 수행하는 신약 개발 전 과정을 총괄한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개발한 신약은 사실상 ‘투명 인간’ 취급을 받았다. 약효·인지도 등에 밀려 이리저리 치이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이런 편견을 바꾼 것이 카나브다. 카나브는 혈관의 수축·이완에 영향을 줘 혈압을 높이는 안지오텐신이라는 효소의 활동을 억제해 혈압을 떨어뜨린다. 동일한 작용 기전을 가진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계열 약 중에서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가장 우수하다. 명 소장은 “약효가 뛰어난 화학 합성물을 찾기 위해 수천 개의 후보 물질을 점검했다”며 “좋은 약은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통한다”고 말했다.
 
카나브의 약효는 기대 이상이다. 같은 방식으로 혈압을 낮추는 다른 고혈압 치료제(로살탄 계열)와 비교해 20% 이상 좋은 혈압 강하 효과를 보였다. 대규모 임상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보령제약은 한국인 1만4151명을 대상으로 카나브를 8주 이상 복용한 환자의 혈압 강하 효과 등을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카나브를 복용한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 혈압은 18.6㎜Hg(145.4→126.8㎜Hg), 이완기 혈압이 9.7㎜Hg(88.7→79㎜Hg), 맥박은 2.5bpm(74.4→71.9bpm) 감소했다.
 
우수한 혈압 강하 효과는 약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보령제약은 디오반(노바티스)과 약물의 우열을 살펴보는 비교 임상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디오반보다 빠르고 강력한 혈압 강하 효과가 입증됐다. 치료 유효성을 입증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카나브는 멕시코 진출 1년 만에 ARB 계열 단일제 부문 주간 처방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명 소장은 “한국도 충분히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 기술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령제약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명 소장은 “글로벌 고혈압 신약으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카나브 복합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카나브 패밀리 전략’이다. 각각 먹던 두 종류의 약을 섞어 치료 효과를 강화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한 알만 복용해도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보령제약은 이미 카나브와 이뇨제를 섞은 라코르, 카나브에 암로디핀 성분을 추가한 듀카브 등으로 혈압 강하 효과를 극대화했다. 치료 가능한 질병도 다양화한다. 고혈압·고지혈증을 동시에 치료하는 투베로 개발을 완료했고, 이제는 고혈압·당뇨병 치료 복합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명 소장은 “카나브는 그동안 국산 혁신 신약이 이루지 못한 다양한 성과를 최초로 달성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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