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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DMZ 평화의길 최초공개] 죽음의 다리 옆 '뼈 아픈' 건물 한채

중앙일보 2019.08.10 17:55
정전 후 최초로 공개된 파주 DMZ 구 장단면사무소. 한국전쟁 때 생긴 총탄 자국이 선명하다. 10일 개장한 DMZ 평화의 길 파주 구간 탐방을 신청하면 볼 수 있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정전 후 최초로 공개된 파주 DMZ 구 장단면사무소. 한국전쟁 때 생긴 총탄 자국이 선명하다. 10일 개장한 DMZ 평화의 길 파주 구간 탐방을 신청하면 볼 수 있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DMZ 평화의 길 ‘파주’ 구간이 10일 개장했다. 4월 27일 강원도 고성, 6월 1일 강원도 철원에 이은 세 번째 구간이다. 이날 오전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동해 상에 쏘면서 긴장감이 조성되기도 했지만 파주 임진각에는 평화의 길 탐방객 40명을 비롯해 수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고성·철원 이어 세 번째 구간 개장
생태 탐방로 걷고 도라전망대 방문
철거 GP, 군사분계선 700m 거리

평화의 길 파주 구간은 임진각이 출발점이다. 오전 10시. 민통선 안쪽, 생태 탐방로 1.4㎞를 걷는 것부터 시작했다. 임진강변 철책을 따라 조성된 길은 평지여서 남녀노소 어렵지 않게 걸었다. 탐방로 중간에는 곤돌라 공사가 한창이었다. 군 관계자는 “내년이면 곤돌라를 타고 강 건너 캠프 그리브스에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캠프 그리브스는 2004년까지 미군이 주둔했던 곳으로 현재 유스호스텔과 안보 체험시설로 운영 중이다. 
DMZ 평화의 길 파주 구간 생태 탐방로를 걷는 사람들. 오른쪽 철책너머 임진강이 흐르고 있다. 최승표 기자

DMZ 평화의 길 파주 구간 생태 탐방로를 걷는 사람들. 오른쪽 철책너머 임진강이 흐르고 있다. 최승표 기자

탐방객은 파주시에서 제공한 소형 버스를 타고 통일대교를 건넜다. 1998년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이 소 1001마리를 몰고 건넜던 다리다. 6.5㎞를 이동해 도라전망대에 도착했다. 낡은 전망대를 대신해 2018년 10월 문을 연 새 전망대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비롯한 외국인이 유난히 많았다. 가동을 멈춘 개성공단과 인구 35만의 도시 개성, 병풍 같은 송악산(488m)이 어른거렸다.
지난해 10월 개장한 도라전망대. 낡은 옛 전망대와 달리 시설이 좋다. 2층 극장에서는 넓은 창밖으로 북한 개성 땅이 보인다. 최승표 기자

지난해 10월 개장한 도라전망대. 낡은 옛 전망대와 달리 시설이 좋다. 2층 극장에서는 넓은 창밖으로 북한 개성 땅이 보인다. 최승표 기자

도라전망대에서 본 인구 35만의 북한 도시 개성. 최승표 기자

도라전망대에서 본 인구 35만의 북한 도시 개성. 최승표 기자

다시 버스를 타고 1㎞를 북상했다. 비무장지대(DMZ) 안쪽으로 들어가는 통문이 나왔다. 신분증과 휴대전화를 맡기고 다시 차에 올랐다. 육중한 군용 차량이 버스 앞뒤에서 호위했다. 고성, 철원 구간과 달리 유엔사 관계자도 동행했다. 용성중(55) 해설사는 “파주에서 30년 이상 군 생활을 했지만 DMZ 안쪽은 군인도 들어가기 힘든 구역”이라며 “엄중하면서도 묘한 감정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탐방객을 태운 버스가 통문을 열고 DMZ 안쪽으로 들어가는 모습. 군용 차량이 앞뒤에서 호위한다. 최승표 기자

탐방객을 태운 버스가 통문을 열고 DMZ 안쪽으로 들어가는 모습. 군용 차량이 앞뒤에서 호위한다. 최승표 기자

버스 오른쪽에 뼈대만 남은 건물 한 채가 보였다. 1934년 지은 뒤 한국전쟁 때까지 쓰였던 장단면사무소다. 건물 외벽에는 총탄 자국이 뚜렷했다. 용 해설사는 “인근에 한국군이 중공군에 의해 몰살당한 죽음의 다리와 장단역도 있다”고 설명했다. 워낙 수풀이 무성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남쪽으로 700여m 거리인 철거 감시초소(GP)에 도착했다.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우리측이 철거한 10개 GP 중 하나다. 북한 금암골 마을이 무척 가깝게 보였다. 고고학 발굴 현장 같은 공터에는 덩그러니 종이 전시돼 있었다. 안규철 작가가 철거 GP에서 나온 철을 녹여 만든 ‘평화의 종’이다. 탐방객은 희망 트리에 미리 적어온 메시지를 걸었다. 김라희(11)양은 “처음엔 겁이 났지만 경치가 너무 멋있었고, 특별한 여행을 할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임진각으로 돌아왔다. 2시간 30분이 금세 지났다.
탐방객 가족이 철거 GP에 마련된 희망 트리에 희망 메시지를 걸고 있다. 최승표 기자

탐방객 가족이 철거 GP에 마련된 희망 트리에 희망 메시지를 걸고 있다. 최승표 기자

철거 GP에서 수거한 철로 만든 평화의 종. 최승표 기자

철거 GP에서 수거한 철로 만든 평화의 종. 최승표 기자

파주 구간 개장 첫날 예약 경쟁은 치열했다. 탐방 인원은 오전 10시 스무 명, 오후 2시 스무 명인데 모두 430명이 응모했다. 8월 말까지 예약 경쟁률은 고성이 5.5 대 1, 철원이 2.8 대 1, 파주가 6.3 대 1을 기록 중이다. 
파주 구간은 정부가 애초 계획한 3개 코스 중 가장 늦게 개장했지만 콘텐트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생태탐방로 1.4㎞를 걷고, DMZ 안쪽 철거 GP를 최초로 개방했지만 기존 DMZ 관광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아서다. 무료라는 장점도 있지만 DMZ 안보관광 코스(어른 9200원)에 포함된 제3땅굴, 도라산역, 통일촌을 가지 않고 짧은 시간 숨 가쁘게 일정이 진행되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정부가 최초 구상한 DMZ 평화의 길이 안전 문제를 지적받으면서 대폭 축소된 탓이라고 볼 수 있다. 군, 문체부 관계자는 “고성, 철원, 파주 코스 모두 B코스를 준비하고 있지만 언제 개방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최근 보도자료에서 “평화의 길 동서 횡단구간(인천 강화~강원도 고성, 456km)에 대한 조사를 올해 안에 마치고 2022년까지 지역별 거점센터를 설치해 세계적인 걷기여행길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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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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