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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에 백기? 심상정과 연대?…의원 4명 남을 정동영 선택

중앙일보 2019.08.10 05:00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동영(DY) 민주평화당 대표가 구석에 몰렸다. DY 반대편에 선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 소속 의원 10명이 오는 12일 탈당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여기에 김경진 의원도 탈당할 계획이다. 그러면 평화당에는 정 대표 외에 현역의원이 4명(박주현·황주홍ㆍ조배숙ㆍ김광수)만 남는다. 하지만 중재파인 황주홍ㆍ조배숙ㆍ김광수 의원마저 탈당할 가능성이 있다. 최측근인 박주현 의원은 당적은 바른미래당(비례대표)이다.  ‘나 홀로 의원’ 정당의 대표가 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DY는 난국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왼쪽)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안정치연대 회의 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 오른쪽은 장정숙 의원. 대안정치연대는 오는 12일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왼쪽)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안정치연대 회의 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 오른쪽은 장정숙 의원. 대안정치연대는 오는 12일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①박지원과 화해?

대안정치가 탈당 D-데이를 오는 12일로 제시한 것은 DY와 대안정치가 협상을 할 시간을 벌어두자는 뜻이다. 하지만 협상의 공간은 좁다. 대안정치의 요구는 DY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은 대안정치와 그 중심에 있는 박지원 의원에게 사실상 백기투항하는 것이다.당권파 측 인사는 “DY가 지금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다음 총선에 못 나온다. 스스로 ‘정치적 사망 선고’를 하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 DY 측근 인사는 “명분이나 퇴로가 마련된다면 대표직을 내려놓을 생각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권노갑·정대철 고문 등의 중재안(신당 추진 기구 설치 등)이나 당원 투표를 통해 대표직을 내려놓을지 결정하자는 제안이 일종의 퇴로를 마련해달라는 요구였다. 그런데 막판 협상을 한 유성엽 원내대표가 행동대장처럼 밀어붙이는 성격이다. 무조건 물러나라고 하니 협상이 안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원 의원과 감정의 골이 깊어진 점도 협상을 통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는 당의 미래를 논하기 위한 평화당 워크숍이 열렸다. 당 관계자이 따르면, 이 자리에서 박지원 의원은 “나를 상왕으로 모시기로 하지 않았냐”고 화를 버럭 냈고, DY는 “그런 적 없다”고 서로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왼쪽)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며 박지원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왼쪽)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며 박지원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호남선거에 각개약진?

DY가 대안정치와 결별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 중 하나는 내년 총선에서 호남 선거에 전력을 쏟는 일이다.  
 
지난 5일 DY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당권파인 민영삼 최고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여론조사기관(닐슨 코리아 등)에서 일하던 사람인데 우리를 향한 호남 민심 나쁘지 않다.” 그러면서 그는 알앤써치가 남도일보 의뢰로 지난 6월 5~6일, 지난달 8~11일 각각 광주와 전남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만약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라면 어느 정당 후보자에게 투표하겠느냐’는 물음에 평화당 후보자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광주에선 8.6%, 전남에선 10.1% 나왔다.

 
전북은 광주ㆍ전남보다 더 분위기가 좋다는 게 당권파의 시각이다. 박주현 의원은 “광주ㆍ전남엔 차기 유력 여권 대선 후보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있고, 각종 공공기관 이전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전북은 이번 정부에서 금융 공공기관 유치 약속도 못 받았다. 여당 지지세 높지 않아서 우리가 해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4ㆍ3 재선거에서 평화당 최명철 후보가 43.7% 득표율로 시의원에 당선됐다는 점도 희망을 거는 부분이다.

 
민 최고위원은 “DY의 전북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 광주ㆍ전남ㆍ전북 합치면 내년 총선에서 두 자릿수 당선할 수 있다. 우리는 재창당을 통해 내년 총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및 박주현.김광수.허영.서진희 최고위원 및 지도부와 당직자들이 지난달 25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 고 김대중 대통령 생가를 찾아 헌화·분향한 뒤 추도식을 갖고 있다. [뉴스1]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및 박주현.김광수.허영.서진희 최고위원 및 지도부와 당직자들이 지난달 25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 고 김대중 대통령 생가를 찾아 헌화·분향한 뒤 추도식을 갖고 있다. [뉴스1]

③심상정의 정의당과 연대?

하지만 정치권은 이런 당권파의 시각을 ‘뇌피셜’(자신들만의 생각) 정도로 보고 있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평화당은 내년 총선에서 의석이 반 토막 나도 성공인 수준”이라고 했다. 주요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평화당의 전국 지지율은 1~2%대, 호남 지지율도 높아야 5%대다.

 
그래서 당권파 내에선 총선을 위한 여러 얘기가 오가는데, 그중 하나가 심상정 대표의 정의당과 연대하는 것이다. 진보노선을 뚜렷이하고 있는 정 대표의 성향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다. 박주현 의원도 “총선에서 정의당과 선거 연대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정의당 호남 지역위원장 중엔 우리와 연대를 바라는 이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Y도 대표 취임 후 “진보 정치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주변에 여러 차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은 아이디어 수준이다. 심상정 대표도 “공식 제안이 없는 상태에서 할 말은 없다”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신임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16일 오전 국회 민주평화당 회의실로 정동영 대표를 예방,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심상정 신임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16일 오전 국회 민주평화당 회의실로 정동영 대표를 예방,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지금으로선 DY는 당을 추스르고 힘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연말에 정계개편과 제3지대 신당 창당이 본격화될 텐데, 조금의 주도권이라도 갖기 위해선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박지원 의원이 탈당으로 무소속인 상태가 되면 정계개편 때는 DY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제3지대 창당 자체가 큰 폭발력이 있겠느냐”고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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