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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일본, 독일처럼 피해자가 받아들일 때까지 사과해야”

중앙선데이 2019.08.10 00:30 648호 10면 지면보기

사토 요지 원아시아재단 이사장

지난 6일 롯데호텔서울 에서 만난 사토 요지 원아시아재단 이사장은 ’한·일 갈등 이 깊어도 민간교류는 포기해선 안 된다“고 했다. 신인섭 기자

지난 6일 롯데호텔서울 에서 만난 사토 요지 원아시아재단 이사장은 ’한·일 갈등 이 깊어도 민간교류는 포기해선 안 된다“고 했다. 신인섭 기자

“가해자는 100년이 걸리든, 200년이 걸리든 피해자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매년 사과해야 한다.”
 

일본 국적의 재일한국인 3세 거부
아시아 35억명 협력 공동체가 목표

한·일 갈등, 정치가 앞서 나가 걱정
민간의 교류까지 포기해선 안 돼

일, 2차대전 후 미국의 속국처럼 돼
진정한 의미의 독립국 된 후 개헌을

지난 6일 일본 국적의 재일한국인 3세 사토 요지(佐藤洋治·74) 원아시아(One Asia)재단 이사장은 기자에게 망설임 없이 이렇게 말했다. 중앙SUNDAY는 이날 건국대와 재단이 ‘교육과 평화’를 주제로 주관한 ‘2019 서울 원아시아 컨벤션’에서 사토 이사장을 만났다. 원아시아는 아시아 지역 31개국 35억여 명의 아시아인들이 협력하며 공동체를 이루는 것을 비전으로 설립된 재단이다. 이번 서울 행사에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 등이 국내외 인사 450여 명이 참석했다.
 
사토 이사장은 이날 150여 년 전 캐나다의 식민정부가 원주민을 강제로 이주시키고, 학대·살해한 역사를 얘기했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매년 이 잘못된 과거사에 대해 원주민에게 사과하고 있다는 사실도 자세히 설명했다.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이 주변 피해국들에 지금까지 꾸준히 사죄하고 있는 사례도 다시 꺼냈다. 그는 “캐나다나 독일의 사례로 비춰보면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사과가)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경계인의 삶
 
평화로운 아시아 공동체를 꿈꾸는 재단 이사장 입장에서 한·일간의 심각한 갈등 상황이 곤혹스러울 텐데.
“정치가 너무 앞서 나가고 있어 걱정스럽다. 정치가 신경 써야 하는 문제는 ‘어떻게 시민들에게 안전한 생활을 보장하고, 사회적 약자를 구제하고, 세계 평화를 이룩하는 것인가’이지 않나. 그런데 이번에는 정치가 민간 경제에 개입했다.”
 
일본 국적인 그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등과 함께 일본 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거부 중 한명이다. 일본 재계 20위 기업인 다이남 그룹을 일군 뒤 현재 회장 직함을 내려놓고 회사의 고문으로서 조용히 활동하고 있으며, 요즘 비영리 민간재단인 원아시아재단 이사장에 전념하고 있다.
 
기업인 출신인데 아시아공동체를 꿈꾸는 재단을 만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큰 성공을 했다. 사업을 하면 경쟁자를 무너뜨려야 한다. 또 호황과 불황이 항상 반복되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어도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았다. 왜 사업을 하는지, 내가 왜 살아가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생기더라. 그 답을 찾아 전 세계를 다니며 철학자들을 만났다. 인간과 자아, 생명과 실체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내가 나름대로 찾은 답을 다음 세대를 끌고 갈 젊은이들과 공유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 재단이 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지원하는 이유다.”
 
재일한국인으로서 일본 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겠다.
“재일한국인으로서 아버지 세대가 겪은 차별을 자신도 초등학교 때부터 겪었다.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경계인으로서 살면서, 특히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내가 태어난 의미가 무엇인지 계속 의문을 품었다. 어머니가 불교도였는데, 불교의 가르침에서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재단의 목표가 ‘아시아공동체 설립’을 20~30년 후 실현하겠다는 것인데, 종교와 문화가 비슷한 유럽 공동체와 달리 아시아에 EU와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EU는 경제 공동체로 시작했다. 석탄과 철강 부문의 경쟁을 그만두고 공동체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문화적으로도 기독교라는 공통의 종교가 있어 서로 가깝다. 반면 아시아는 종교도, 언어도 너무 다양하고 유럽보다 훨씬 많은 나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다양성이 확보되어 있다는 것은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이다. 산에 삼나무 하나만 심으면 멋있어 보이지만 매우 약하다. 천년을 이어가는 숲에는 다양한 나무와 꽃이 있고 각자가 역할을 잘 분담한다. 다양성이 있는 생태계가 더 강하다. 나는 아시아에 숲과 같은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이번 원아시아 재단 서울 행사의 주제가 ‘교육과 평화’다. 현재와 미래 못지않게 과거사를 제대로 가르치는 게 중요하지 않나.
“독일은 교과서에서 히틀러가 얼마나 나쁜 일을 했는지 알려준다. 이런 교육을 받은 독일 고등학생들은 히틀러도 나쁘지만 그를 선택한 당시 독일 국민도 나쁘다고 말한다. 일본의 젊은 학생들에게 캐나다와 독일의 사례를 가르치며 역사 교육을 해야 한다. 계속 사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그는 ‘아베의 일본’에 대한 계속된 질문에 “원아시아재단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일본이 가진 근원적 문제를 담담하게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진정한 의미의) 독립국가가 아니다”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그것이 “일본이 가진 최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 학생들에게 바른 역사 가르쳐야
 
일본이 독립국가가 아니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속국처럼 됐다. 미국이 얘기하는 것에 대해 일본은 ‘예스맨’이 되고 있다. 가령 미국이 일본 어느 곳을 군사기지로 삼겠다고 하면 일본은 그걸 따라야 한다. 그런 계약이 되어 있다. 전 세계에 여러 곳에 미군 기지가 있지만 ‘나가 주세요’라고 하면 미국은 나가야 하는데, 일본은 그렇지 못하다.”
 
사토 이사장은 아베 정부가 추진하는 평화헌법 개정 문제와 관련해서 “아직은 개정이 이르다”고 못 박았다. 진정한 의미의 독립국이 된 후 군대를 가져야 하고, 해외에는 파병하지 않는다고 헌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또 “한·일 양국 정부 간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이지만 결코 민간(시민)의 교류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양국 시민의 힘으로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고성표 기자, 정미리 인턴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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