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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의 '정치적 경호실장' 유시민···文에겐 '배드캅' 조국 있다

중앙일보 2019.08.09 16:04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9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장관직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문재인 정부 두 번째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조국 서울대 법학 전문대학원 교수(54)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된다면 역대 세 번째 비(非) 사법고시 출신 법무부 장관이 된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9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장관직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문재인 정부 두 번째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조국 서울대 법학 전문대학원 교수(54)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된다면 역대 세 번째 비(非) 사법고시 출신 법무부 장관이 된다. [뉴스1]

 2011년 12월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검찰을 생각한다’는 저서의 북 콘서트를 열었다.
 ▶조국=“어떤 분이 법무부 장관에 있는가가 검찰개혁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만약 대통령이 되신다면) 누구를 임명하실 것인지…”
 ▶문 이사장=“여러분, 우리 조국 교수님 어떻습니까?”

콘서트 도중 차기 법무부 장관 얘기가 나오자 문 이사장은 서슴지 않고 질문을 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목했다. 조 교수는 당시 북 콘서트 진행을 맡았다. 조 교수는 손을 내저었지만 가볍게 넘기는 듯했던 이 대화는 8년 뒤 ‘실화’가 됐다. 9일 문 대통령이 조 교수를 신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하면서다.
 
2012년 5월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야권통합 추진 모임 '혁신과 통합 '이 주최한 정치콘서트 '당신들이 꿈꾸는 나라'에서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왼쪽 둘째)과 조국 서울대 교수(맨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2년 5월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야권통합 추진 모임 '혁신과 통합 '이 주최한 정치콘서트 '당신들이 꿈꾸는 나라'에서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왼쪽 둘째)과 조국 서울대 교수(맨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2001년부터 모교 교수로 일한 조 후보자는 1993년 사노맹 사건에 연루돼 투옥된 적이 있는 진보·운동권 지식인의 아이콘이었다. 화려한 스펙, 진보적 이념이 어우러지며 ‘강남 좌파’란 별명이 따라다녔다.
 

문 대통령과의 동행, 2010년 『진보집권플랜』 계기

조 후보자와 문 대통령의 동행은 2010년 조 후보자가 펴낸 『진보집권플랜』(진집플)이 사실상 계기가 됐다고 한다. 진보 진영이 집권하면 어떻게 국정 운영을 해야 하는가를 놓고 당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벌인 대담을 엮은 책이다. 조 후보자는 책에서 “1987년 체제, 경제적으로 1997년 (IMF) 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려면 개혁진보 진영이 2013년부터 최소한 3연속 집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대선 출마를 결심한 문 대통령(당시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조 후보자의 책을 읽고, 친필로 편지를 써서 조 후보자에게 보냈다는 일화도 있다.
 
조 후보자는 2012년 18대 대선에서 야권 통합과 정권 교체를 역설하며 문 대통령을 외곽에서 적극적으로 도왔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전신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인 2015년 비주류 의원들과 갈등이 깊어졌을 때는 당내 혁신 기구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 위원으로 활동하며 우군으로 활약했다. 당시 조 후보자가 난마와도 같은 당 내 갈등 상황에서 혁신안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문 대통령(당시 당 대표)의 신뢰도 커졌다고 한다. 한 청와대 참모는 “문 대통령은 어떤 것이든 ‘결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을 신뢰하는데, 조 후보자도 그런 부분을 평가받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소감을 밝힌 뒤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소감을 밝힌 뒤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정치권 “문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 역할” 관측도

이후 조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민정수석으로 임명돼 청와대에서 핵심 국정과제인 검찰 개혁의 밑그림을 그렸다. 청와대 홍보라인과는 별도로, 국면마다 페이스북에 정부 입장을 강조하는 공격적인 글을 올리면서 ‘배드캅’ 역할을 자처했다. 최근 한ㆍ일 갈등 국면에서도 폭풍처럼 페이스북에 강경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의 ‘페이스북 정치’는 야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뿐만 아니라 개각 때마다 매번 인사검증 논란이 불거지면서 퇴진 압박도 끊임없이 받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꿈쩍하지 않았다. 
  
이런 ‘특수관계’ 때문에 여권에서는 ‘노무현의 유시민’과 ‘문재인의 조국’을 등가로 보는 시선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적 수세에 몰렸을 때 보호막을 자처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처럼 조 후보자도 ‘문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 후보자가) 내년 1월 중 법무부 장관직을 던지고 총선에 출마할 것이며, 총선에서 당선되면 2년 후 대선 후보로 갈 수 있는 확률이 대단히 높다”고 주장했다. 물론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받은 이상 내년 1월에 장관직을 던질 것이란 분석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더군다나 조 후보자는 정계 입문설이 나올  때마다 “나는 체질적으로 정치 근육이 없는 사람”이라며 국회의원 출마 등 선출직 진출에는 선을 그어왔다. 중앙일보 기자에게 “나는  (입법부형 인간이 아니라) ’행정부형’ 인간”이란 표현까지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조 후보자 움직임과 메시지를 정치적으로 연결하는 일은 계속될 것 같다. 애초 정치에 뜻이 없다가 정치권에 발을 들이게 된 과정이나 PK(부산ㆍ경남) 출신이란 공통점에 주목해 문 대통령과 닮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조 후보자가 입각하면 일단은 서울대 법대 교수 때부터 주장해온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의 고삐를 더욱 죌 거란 전망이다. 청와대에서 2년 2개월 이상 근무해 문 대통령의 생각을 잘 아는 만큼 국무회의를 통해 내각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공수처 설치 법안 등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절차)에 올라탄 상태지만, 국회 본회의 표결 과정이 남아있다는 점이 변수다.
 
이날 조 후보자는 장관직 지명 후 “뙤약볕을 꺼리지 않는 8월 농부의 마음으로 다시 땀 흘릴 기회를 구하고자 한다”며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이 된다면 서해맹산(誓海盟山, 바다에 맹세하고 산에 다짐함)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 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야권은 조 후보자 지명을 겨냥해 “야당과의 전쟁을 선포한 개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해맹산’ 이전 청문회에서 혹독한 검증을 예고한 셈이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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