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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중학생 성관계 무혐의 파문···"사제지간 특수성 무시"

중앙일보 2019.08.09 14:46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청원인이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 적용 기준을 만 13세에서 올리자는 주장을 했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청원인이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 적용 기준을 만 13세에서 올리자는 주장을 했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충북의 한 중학교 여교사가 남학생 제자와 성관계를 맺고도 처벌을 받지 않자 미성년자와의 성행위를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충북 한 중학교 여교사 남제자와 성관계 드러나
경찰 "강압적 성관계 아니었다"…여교사 무혐의
누리꾼 "제자와 성관계 사실만으로도 처벌해야"
전문가 "성적 호기심 자극 등 범죄 요건 반영해야"

경찰은 형법상 만 13세 미만에 적용하는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에 해당하지 않는 등 이유를 들어 이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경찰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제자와 성관계를 한 교사를 처벌한 선례를 검토했으나 ‘강압적 성관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성(性)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만 13세 이상 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관련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한다.
 
9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미혼인 중학교 교사 A씨는 지난 6월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남학생 B군과 성관계 했다. 이 사실은 지난 7월 중순께 B군의 친구가 해당 학교 상담교사와 상담하던 중 드러났다. 이 학교는 자체조사를 통해 A씨의 성관계 사실을 확인했고, B군과 분리조치를 했다. A씨는 휴가를 내고 현재 학교에 출근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청 관계자는 “B군은 ‘서로 좋아하는 관계였다’고 말했다. 교사 A씨 역시 "좋아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교육청 설명을 종합하면 A씨와 B군은 연인 관계였고, 합의로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도 교육청은 이달 중 징계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충북교육청 전경

충북교육청 전경

 
경찰은 A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학생은 만 13세 이상이어서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형법상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를 적용할 수 없었다”고 처벌 불가 이유를 밝혔다.
 
형법은 만 13세 미만 미성년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형법 제305조에 의하면 만 13세 미만 청소년을 간음ㆍ추행할 경우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강간과 강제추행 등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다. 합의로 성관계했더라도 이를 범죄 행위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13세가 넘은 미성년자는 상호 합의해 성관계하면 처벌하지 않고 있다.
 
2012년 국회에서 미성년자 의제 강간 적용 나이를 만 16세 미만으로 올리자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학생들끼리 좋아서 성관계를 맺어도 처벌 대상이 되는 등 과잉 처벌 우려와 성적 자기결정권을 국가가 통제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바라보는 여론은 우호적인 편이 아니다. 한 누리꾼은 “비록 원해서 했더라도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성관계하는 건 옳지 않다. 합의 여부를 따지지 말고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한 청원인은 “만 13세 이상 미성년자는 이제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청소년에 불과해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연령을 올려 만 13세~만 19세 아이들 역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폭행 이미지. [연합뉴스]

성폭행 이미지. [연합뉴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비록 합의한 성관계라도 사제라는 특수한 상황이나 성적 호기심이 많은 청소년을 자극하는 행위 등 여러 가지 변수를 처벌 조항에 넣는 등 강화가 필요하다”며 “법이 사회의 통념과 정서, 윤리를 반영하지 못하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최소한 중학생까지는 법이 보호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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