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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새로운 길’ 또 경고하나…최고인민회의 4개월만에 여는 배경은

중앙일보 2019.08.09 13:51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가 지난 4월 1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렸다.[연합뉴스]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가 지난 4월 1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렸다.[연합뉴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14기 제2차 회의를 29일 평양에서 소집한다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이 8일 보도했다. 지난 4월 11~12일 최고인민회의 제1차 회의를 연 지 4개월여 만에 다시 개최키로 하면서 어떤 내용이 논의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이례적 소집 결정
비핵화 담판 앞두고 대미 압박 수위 높이나

 
남한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는 헌법과 법령 제정 및 수정·보충, 국가 예산 심의·의결, 내각 성원 임명·해임 등을 행사한다. 북한은 4월 최고인민회의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국가의 대표'로 헌법에 명문화, 권한을 강화하는 한편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김정은 집권 2기’ 진용을 출범시켰다. 
또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북·미 2차 정상회담 이후 대내외 정책 기조를 밝혔다. 남한에는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 말라”고 했고, 미국을 향해선 ‘새로운 길’ 모색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재차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한 것은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통일부 김은한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4월에 이어 8월에 개최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관련 사항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 참석했다. 시정연설 발표를 위해 최고인민회의 회의장에 들어서는 모습.[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 참석했다. 시정연설 발표를 위해 최고인민회의 회의장에 들어서는 모습.[연합뉴스]

  
대북 전문가들은 우선 소집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6·30 판문점 회담 이후 좀체 열리지 않고 있는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은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고 이달 말 이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그 시기에 북한은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대화가 시작돼야 할 시점에 최고인민회의를 열겠다는 건 비핵화 협상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다시금 천명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4월 시정연설 때처럼 ‘새로운 길’ 모색을 거론할 수도 있다”고 봤다. 국가 명운을 건 북·미 비핵화 담판을 앞두고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대미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6·30 판문점 회담 이후 두 달 가까이 북·미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평양에서 불안감과 패배감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흐트러지는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미국과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압박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이후 새롭게 북한 국무위원회에 편입된 국무위원들 간부들과 집무실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이후 새롭게 북한 국무위원회에 편입된 국무위원들 간부들과 집무실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그러나 이번 최고인민회의가 대외적 메시지보다 내부 정책 추진에 방점이 있을 거란 분석도 있다. 북한이 1년에 두 차례 최고인민회의를 열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2012년과 2014년에 각각 4월과 9월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내부 정책 안건을 논의했다. 다만 두 해 모두 2차 회의가 9월 25일에 열렸던 것과 달리, 이번 회의는 8월 말로 앞당겨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북·미 협상, 남북관계, 내부 경제계획 등 모든 타임스케줄을 짜고 움직인다”며 “9월부터 북·미 비핵화 협상에 매진한다는 결정 아래 최고인민회의를 서둘러 열어 내부 정책 결정을 마무리하려는 계획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이 당 창건 75주년이고, 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년)의 마지막 해인 만큼 경제 정책이 최고인민회의 주요 안건일 거라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가 헌법 개정, 당·정 인사에 치중해 상대적으로 경제 정책이 등한시됐다”며 “이번 회의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북한식 경제발전을 위한 50일, 100일 전투 등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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