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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 지키려면 어느 정도 희생 필요"하다던 은성수, 금융위원장에

중앙일보 2019.08.09 12:21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  [중앙포토]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 [중앙포토]

 은성수(58ㆍ사진) 한국수출입은행장이 9일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국제금융 전문가’로 미ㆍ중 무역분쟁과 한ㆍ일 갈등 속 경제와 금융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금융정책을 이끌 수장을 맡기에 적임자란 평가다. 
 
 은 후보자는 지명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엄중한 경제 상황에서 금융위원장이란 중책에 내정된 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은 후보자는 행정고시 27회로 1984년 공직에 입문했다. 재정경제부 국제기구과장, 금융협력과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실 행정관 등을 거쳤다. 2011~12년 국제금융국장으로 일할 때는 한ㆍ일, 한ㆍ중 통화스와프를 확대하는 등 유럽재정위기에 안정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때 그와 손발을 맞춰던 이가 당시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이었던 최종구 금융위원장이다. 최 위원장과 은 후보자의 이력은 닮은 꼴이다. 두 사람 모두 재경부와 기재부 등에서 국제금융 경험을 쌓으며 기재부 국제금융국장과 국제경제관리관, 수출입은행장 자리를 거쳤다.
 
 은 후보자는 최위원장을 자신의 ‘롤 모델’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력의 유사함 뿐만 아니라 정책관 등도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 최 위원장은 대표적인 ‘환율주권론자’다. 시장에 환율관리를 맡기기보다 정부 개입으로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이와 맥을 같이 하는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것이 지난달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다.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일본의 수출규제를 ‘옆집과의 싸움’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주먹 한 대씩 때려도, 저도 맞고 저쪽도 맞는 것”이라며 “(싸움을) 하면 양쪽 다 피해를 당한다. 어느 나라든지 자유를 지키고 주권을 지키려면 어느 정도 희생은 있어야 하는데, 희생이 무섭다면 자유를 지킬 수 없다. 필요한 경우 우리도 의지를 보여줄 필요는 있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뒤 이날 간담회에서 그는 “(일본에 대한) 현 정부의 대응은 당연히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평화 경제’ 등과 관련해서도 정책 기조를 잘 맞춰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수출입은행장으로 일하며 대북 경협 등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간담회에서 “대북 경협은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는 만큼 연구하고 만약 시작되면 잘 서포트(지원)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은 후보자가 금융위의 키를 이어받으며 최 위원장이 추진했던 정책의 연속성은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그는 최 위원장의 업무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테니 각자 주관에 맡기겠지만 저로선 백 점 만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최 위원장을 차관보로 모시고 2년 가까이 일하며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던 경험도 있고 필요하면 언제든 제게 조언도 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은 후보자는 격식을 따지지 않는 소탈한 성격으로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조직 장악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한국투자공사(KIC) 사장과 수출입은행장으로 재직하면서 조직의 혁신과 안정을 이끌어내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수은을 이끌면서 조선ㆍ해운 구조조정’ 여파로 경영난에 봉착한 수은의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수익(5970억원)을 냈다.
 
 은성수(58) ▶전북 군산 ▶군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하와이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27회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세계은행 상임이사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한국수출입은행장
 
 하현옥ㆍ정용환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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