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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보다 강경화 먼저 만난 美국방…외교부 "방위비 언급 안 해"

중앙일보 2019.08.09 10:44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9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장관과의 면담을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9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장관과의 면담을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취임 이후 처음 한국을 찾은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9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으로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9일 오전 첫 일정으로 외교부 청사 찾아
상견례 격인데 일정 공지· 발언 공개 없어
"일정상 문제"라지만 방위비 현안 의식한 듯

 
에스퍼 장관은 이날 오전 9시 50분쯤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도착했다. 에스퍼 장관은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 관해 강 장관과 언급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소만 띤 채 답변하지 않았다. 에스퍼 장관은 외교부 방문에 앞서 주한미국대사관에서 해리 해리스 대사를 만난 뒤 청사로 함께 들어왔다.
 
미 국방부 장관이 방한 첫 일정으로 카운터파트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아닌 외교부 장관을 만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이틀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공개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던 만큼 SMA 협상의 주무 부처인 외교부를 먼저 찾은 것이란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부자나라인 한국이 방위비를 올리기로 했다. 협상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부를 먼저 찾은 건) 일정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 장관은 물론 에스퍼 장관 측도 이날 만남에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통상 외국 고위 인사가 외교부를 방문하면 모두발언을 공개하고 사안에 따라 약식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이날 에스퍼 장관의 면담 일정은 사전에 공지되지 않았고, 강 장관과의 발언도 비공개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면담이 끝난 뒤 "두 장관이 전반적인 한미 동맹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고, 방위비 관련 이슈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방한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한국에 대해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에스퍼 장관이 의도적으로 민감한 현안을 꺼내지 않았을 수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측은 한국에 50억 달러의 방위비 분담금을 부담시키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소식통은 "미 정부 내 논의 과정에서 국방부 측은 '동맹국에 지나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경해, 신임 에스퍼 장관도 인상 압박 기조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스퍼 장관은 이번 방한에서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미국은 다양한 경로로 한국을 압박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는 차기 SMA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증액 요구를 방어하는 동시에 한·미 동맹을 위태롭지 않도록 하는 적정 수준을 찾아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에스퍼 장관 방한 직후 외교부 내 방위비 협상대표 인선과 태스크포스(TF)팀 구성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공식 SMA 협의는 개시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냈다. 이에 대해 미 CNN은 7일(현지시간) 이 같은 한국 측 주장에 대해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한국 측의 방위비 인상을 위한 일부 협의(discussion)는 이미 시작됐다"고 재반박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볼턴 보좌관이 7월 말 방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의 증액 요구를 공식 협의를 시작하는 신호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수 개월 간 한국에 대해 호감을 잃어가고 있다"고도 했다. 최근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지 않고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이 평양을 제어하는 역할을 못 한다"는 불만을 사석에서 토로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방위비 압박 발언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고 방송은 전했다. 
 
◇아베,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률 74%"= 미국은 한국 뿐 아니라 일본에도 방위비 증액 압박을 하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측이 2021년 3월 재협상에서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의 5배로 인상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9일 나가사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재일(주일) 미군 경비에 대해선 지금까지 공표된 미 국무부 보고서에 일본의 부담비율이 74.5%로 돼 있다”며 “이는 한국과 독일, 영국과 비교해도 훨씬 많고 이전부터 미 정부관계자는 일본의 경비부담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는 “새로운 협정에 대해선 교섭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예단을 갖고 답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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