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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내테러 대응해야 한다는 국토안보부 경고 묵살"

중앙일보 2019.08.09 05: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데이턴 총격 참사 생존자를 위로하기 위해 마이애미밸리 병원에 방문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이 '베이비 트럼프' 풍선을 들고 비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데이턴 총격 참사 생존자를 위로하기 위해 마이애미밸리 병원에 방문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이 '베이비 트럼프' 풍선을 들고 비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최근 잇따른 대형 총기 참사로 미국 전체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백악관이 국내 테러에 집중해야 한다는 미 국토안보부(DHS)의 경고를 무시했다는 보도가 7일(현지시간)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적 이익을 위한 이념 대립에만 집중하느라 폭증하는 국내(미국) 테러에 대응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분석이다.
 
전직 행정부 고위 관계자와 트럼프 행정부에 가까운 복수 인사의 발언을 인용한 CNN 보도에 따르면 DHS는 지난 1년여 동안 백악관에 국내 테러 대응을 위한 대책이 필요함을 강조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익명의 한 고위 관계자는 CNN에 "DHS는 백악관이 국내 테러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며 1년 넘게 투쟁을 해야 했다"며 "그러나 백악관은 오직 지하디스트(이슬람 원리주의자)의 위협에만 초점을 맞추길 원해 국내 인종주의 폭력이 증가하는 현실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7일(현지시간) 오후 텍사스주 엘패소 총격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오후 텍사스주 엘패소 총격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CNN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가을 발간된 미국의 '국가 대테러전략' 보고서에서도 국내 테러의 심각성이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보고서는 1차적 테러 위협으로 '극단적 이슬람교 테러리스트'를 지목했고, 전문가들도 이 부분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등 국내 테러의 심각성을 도외시했다는 평가다.
 
이 고위 관계자는 "결국 백악관은 국내 테러리즘에 대해선 지나가는 식으로 한 단락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단락도 '인종 극단주의' '동물권 극단주의' '환경 극단주의' 등을 국내 테러 위협의 사례로 들었을 뿐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 반대 진영에서도 백악관의 국내 테러에 대한 무관심을 비판하고 있다. 미 대선 주자로 나선 민주당의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은 자신의 트위터에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이 나라의 대통령은 국가의 안보위협에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려버렸다"고 비난했다. 텍사스 주(州) 엘패소 출신의 또 다른 대선 주자 베토 오루크 전 하원의원이 "국내 테러리즘이 심각하다는 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역대 대형 총기참사 사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국 역대 대형 총기참사 사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 연방수사국(FBI) '총격 사건(Active shooter)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총기 참사 사건 20건 중 2018년 이후 발생한 사건만 6건에 달한다. 지난 4일 오하이오주(州) 데이턴에서 9명이 숨진 사건(21위)까지 더하면 역대 최악의 총기 참사 21건 중 30%가 넘는 7건이 지난 20개월 동안 발생했다.
 
7건의 사건으로 93명이 목숨을 잃었고 100여명이 넘는 이들이 다쳤다. 특히 지난 3일 텍사스 엘패소에서 벌어진 총기 참사 사건은 미 역사상 7번째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참사로 기록됐다. 엘패소 사건 용의자는 범행 직전 혐오주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중남미 이주민들에 대한 증오심을 드러낸 성명을 올린 것으로 확인돼 백인우월주의에 바탕을 둔 '증오범죄' 논란을 일으켰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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