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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산하 연구원 "관광산업, 최저임금 부작용 크다"

중앙일보 2019.08.09 05:00

문광硏 ‘최저임금 차등적용’ 필요성 강조

 
고용노동부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5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의 책상에 청년 352명이 최저임금위에 요구하는 엽서가 올려져 있다. [뉴스1]

고용노동부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5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의 책상에 청년 352명이 최저임금위에 요구하는 엽서가 올려져 있다. [뉴스1]

 
정부가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부정적인 입장인 가운데 정부 산하기관이 ‘일부 업종은 최저임금 인상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실증 보고서를 내놨다. 최저임금을 업종·규모별로 차등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는 분석결과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달 ‘최저임금·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관광 사업체 영향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여행업·관광숙박업·유원시설업에 미치는 효과를 조사했다. 여행업·관광숙박업·유원시설업은 관광진흥법상 종사자 비중이 가장 큰 3개 업종이다.
 
최저임금 인상후 관광업계 고용자수 변화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최저임금 인상후 관광업계 고용자수 변화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정부는 지난해 최저임금을 16.4% 인상하고 올해 10.9%를 올렸다. 역대 최고 수준의 인상폭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관광업계가 가장 먼저 줄인 건 일자리였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503개 관광기업에 최저임금 우려·대응조치를 물었더니 ‘인력감축·고용축소(37.0%)’가 1위, 신규투자위축(25.4%)이 2위였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기업은 14.9%에 불과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응조치로 신규채용 축소를 하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2017년 대비 지난해 기업당 평균 고용인원(33.7명→31.2명)은 7.6% 감소했다. 특히 단순업무직(4.49명→3.2명)과 서비스직 종사자(18.4명→17.3명)가 구조조정 1순위였다. 
 

최저임금 부담…고용 줄이고 신규채용 포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2020년 최저임금 심의 관련 공청회.' 장진영 기자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2020년 최저임금 심의 관련 공청회.' 장진영 기자

 
관광기업은 신규 채용도 포기했다. 전체 기업(503개)의 64.8%(326개사)가 지난해 신규 채용을 단 한 명도 하지 않았다. 이는 5인 이하 소기업(77.8%)이나 300인 이상 대기업(80.0%) 등 기업 규모를 떠나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더 심각한 건 지난해 신규 채용을 포기한 기업이 올해도 여전히 채용할 의사가 없다는 점이다. 응답기업 72.2%는 “2019~2020년 신규 채용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특히 50인 이하 중소·영세기업일수록 채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신규채용 ‘0명’ 관광기업 비중. 그래픽=김주원 기자.

신규채용 ‘0명’ 관광기업 비중. 그래픽=김주원 기자.

앞으로도 신규채용 못한다는 관광기업. 그래픽=김주원 기자.

앞으로도 신규채용 못한다는 관광기업. 그래픽=김주원 기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력을 줄인 덕분에 지난해 관광기업이 지출한 인건비는 줄었다. 2017년(9억4080만원) 대비 지난해 지출한 연평균인건비(8억7350만원)는 7.2% 감소했다. 하지만 고정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줄었는데도, 경영사정은 오히려 나빠졌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3억4460만원→1억7140만원)은 절반 이하로 반 토막 났다.
 
이와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관광산업은 최저임금 구간 근로자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업종”이라며 “(2018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연구 결과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관광업종은 최저임금 인상이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결론 내렸다.  
 

“최저임금 인상, 관광업에 부정적” 결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관광업계의 우려·대응조치.  그래픽=김주원 기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관광업계의 우려·대응조치. 그래픽=김주원 기자.

 
경영계와 소상공인은 업종별·규모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은 4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브리핑을 개최하고 “현행 최저임금 제도는 영세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업별로 구분해서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5일 2020년 최저임금을 8590원으로 확정·발표하는 자리에서,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차등적용 요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경영계 요구는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해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정부 산하기관이 직접 작성한 이번 보고서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의 필요성을 보여줬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관광산업처럼 경영이 어려운 업종의 경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주는 타격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관광업, 최저임금 차등적용 요구하는 이유는

 
기업의 규모가 크든 작든, 돈을 잘 버는 업종이든 그렇지 않은 업종이든, 정부는 대한민국 모든 기업이 최소한 내년에는 시간당  8590원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단일 최저임금제’를 고수하고 있다.
 
임금을 추가지급할 여력이 있는 사업장의 경우 이렇게 획일적인 최저임금 제도를 적용해도 큰 문제는 없다. 오히려 저임금 근로자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득분배가 확대하는 장점도 있다.
 
최저임금 부작용에 대한 관광업계의 정부 요구안  그래픽=김주원 기자.

최저임금 부작용에 대한 관광업계의 정부 요구안 그래픽=김주원 기자.

 
문제는 관광산업처럼 영세·중소기업 비중이 높거나 소상공인이 많이 뛰어드는 업종에서 발생한다. 최저임금위원에 따르면 숙박·음식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의 43.1%, 농림어업 종사자의 40.4%는 올해 시급이 법정 최저임금(8350원)보다 낮았다.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2016년을 기준으로 100명 중 13명이 넘는 사람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을 받는다”며 “최저임금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면 최저임금 구분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지방중소도시의 경우 물가가 낮아 생계비가 덜 들어가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지역별 차이를 현행 최저임금 제도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영세기업이 채용을 줄이거나, 소상공인이 인력을 채용하는 대신 가족을 투입하거나 본인이 직접 사업 운영에 뛰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업종·규모에 따라서 천차만별인 경영환경을 고려해서 최저임금을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일자리 살리려면 최저임금 차등적용해야” 

 
실제로 이번 연구조사를 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소규모 여행사 등 관광산업에 대한 선별적·집중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상당수 기업(60.0%)은 최저임금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그중에서도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54.3%·1위)이 가장 시급하다고 봤다. 최저임금 결정주기(1년→2~3년) 변경(21.9%·2위)이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11.9%·3위)도 문제라고 파악하고 있었다.
 
개선이 필요한 최저임금 주요 내용. 그래픽=김주원 기자.

개선이 필요한 최저임금 주요 내용. 그래픽=김주원 기자.

 
이 보고서는 “역대 최고액의 최저임금 인상은 포용적 성장의 첫걸음이지만,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업경쟁력 저하, 경영 악화, 신규 고용 위축 문제가 발생한다”며 “특히 관광산업과 같은 노동집약적 산업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경영 여건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을 지금처럼 큰 폭으로 인상할 경우 4년간 62만9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한다”며 “하지만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면 이중 54만1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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