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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프리즘] 북한 크낙새, 광릉숲에서 보고싶다

중앙일보 2019.08.09 00:32 종합 29면 지면보기
전익진 경인총국장

전익진 경인총국장

크낙새는 남한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광릉숲 국립수목원에서 1993년 한 쌍이 목격된 게 마지막으로 26년째 볼 수 없다. 천연기념물 제179호인 크낙새는 2010년 6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경기도 포천시·남양주시·의정부시 일대 광릉숲(244㎢)의 대표적 상징물이다.
 
최근 남북 협력을 통해 광릉숲 크낙새를 복원하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북한 지역 크낙새를 기증받아 광릉숲에 방사하는 방식이다. 북한은 69년부터 황해남도 봉천군 일대 등 4곳을 크낙새 보호 증식 및 보호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크낙새를 “클락, 클락”하는 소리를 낸다고 해서 ‘클락새’라 부른다. 현재 20여 마리가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한정(경기 남양주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멸종위기종 생물 복원을 위한 남북교류협력 차원에서 북한의 크낙새를 분양받는 방안에 대해 북측과 협의 중”이라며 “분양될 경우 크낙새를 광릉숲에 방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이화영 평화부지사가 방북 길에 크낙새 국내 도입 방안에 대해 북측과 논의했다. 문화재청은 남측 민간단체(학회)와 북측(민족화해협의회) 간 ‘크낙새 서식지 환경과 개체 수 조사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 회담 결렬 이후 남북 교류협력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과거 한국과 중국 간 희귀 생물자원 기증을 통해 우호 관계를 증진한 선례가 있다. 94년 6월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은 한국과 국교 수립을 기념해 백두산 호랑이 한 쌍을 기증했다. 2005년 11월엔 한국을 방문한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이 백두산 호랑이 한 쌍을 다시 기증하며 우호 분위기를 다지기도 했다.
 
지금처럼 남북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희귀 생물자원 교류처럼 정치적 다툼이 없는 분야를 통해 막힌 물꼬를 트려는 노력을 해봄 직하다. 남북한 정상이 서로에게 없는 남한의 원앙과 북한의 크낙새를 ‘평화의 상징물’로 주고받는 일 말이다.
 
전익진 경인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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