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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 창의성 닮고 싶다” 봇물 이루는 아티스트 다큐

중앙일보 2019.08.09 00:02 종합 22면 지면보기
다큐 ‘호크니’는 현대 예술 거장의 작품 세계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다큐 ‘호크니’는 현대 예술 거장의 작품 세계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8일 개봉한 ‘호크니’(감독 랜달 라이트)는 최근 관객 30여만 명을 끌어들인 화제의 전시 ‘데이비드 호크니’(서울시립미술관)의 후광을 노린다. 여전히 현역인 영국 현대미술 거장의 육성과 함께 수십년간 변화해온 화풍을 스크린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호크니’‘뒤카스’‘이타미 준’ 개봉
인간적 고뇌와 창작 과정 조명
대작 틈새에서 중년 관객들 호응

지난 1일엔 프랑스 출신 천재 요리사의 24시를 밀착 관찰한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감독 쥘 드 메스트르)이 개봉했다. 전 세계 30여개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미쉐린(미슐랭) 별을 21개나 딴 셰프의 최근 2년간의 행보에 초점을 맞췄다. 오는 15일엔 한국과 일본을 오간 디아스포라 건축가의 삶을 다룬 ‘이타미 준의 바다’(감독 정다운)도 관객을 만난다.
 
건축가·화가·요리사 등 거장 아티스트의 삶을 조망하는 다큐멘터리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11일 선보인 ‘마리아 칼라스: 세기의 디바’(감독 톰 볼프)는 현재까지 관객 2만여 명을 모았다. 상반기 3만5000명 가까이 관람한 ‘안도 타다오’(감독 미즈노 시게노리)의 맥을 잇는 성과다.
 
예술가의 삶을 다룬 다큐는 극영화와 달리 무엇보다 주인공 본인의 입으로 삶의 희로애락을 들려준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내 안에는 두 사람이 있다. 마리아로 살고 싶지만 칼라스로서도 살아야 한다”는 오페라 스타의 고백은 성공 이면에서 갈등하는 인간을 보여준다. 전 세계를 비행기로 누비는 뒤카스는 1984년 알프스 상공 추락 사고 때 유일한 생존자로서의 트라우마를 아직 떨치지 못하고 있다.
 
삶의 여정을 뒷받침하는 생생한 영상 자료는 극영화와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칼라스의 경우 별도의 내레이션 없이 본인 육성과 편지, 공연 실황과 사적인 영상으로 구성돼 있다. ‘호크니’ 역시 작업 초기부터 영상으로 남긴 활동 이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건축가의 여정을 소개 한 ‘이타미 준의 바다’ 속 제주도 바람 박물관. [사진 영화사 진진]

건축가의 여정을 소개 한 ‘이타미 준의 바다’ 속 제주도 바람 박물관. [사진 영화사 진진]

아티스트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은 창조성에 대한 갈망으로도 읽힌다. 영화수입사 ‘오드’의 김시내 대표는 “예술가의 창의성에서 영감을 얻으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창조적 근력을 키워야 한다”고 설파하는 타다오나 “남다르게 보고, 남다르게 생각하라”는 호크니가 유튜브 등 1인 미디어 시대에 ‘구루’처럼 여겨진다. 오드는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호박 시리즈로 유명한 일본 설치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에 관한 다큐를 올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DMZ국제다큐멘터리 프로그래머를 겸하는 이승민 영화평론가는 “한국에선 TV ‘인간극장’처럼 인물 다큐 소비층이 꾸준한 편이다. 아티스트 다큐의 경우 다양화되는 직업·진로 속에 관심이 더욱 커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작 영화들 틈에서 중장년층이 즐겨 찾는 경향도 눈에 띈다. 엣나인필름의 주희 이사는 “기본적으로 인물 다큐는 성장 영화이자 회고담”이라면서 “인생의 반환점을 돈 중년층이 자신의 삶을 대입하면서 즐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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