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 대통령 권총협박 벌금형…윤소하 소포협박은 구속, 왜

중앙일보 2019.08.08 15:55
지난 3일 일베저장소에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 살해협박 게시물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연합뉴스]

지난 3일 일베저장소에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 살해협박 게시물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연합뉴스]

서울강북경찰서가 대통령 이름만 바뀐 '대통령 협박범' 수사를 3년만에 다시 하고 있다. 사실상 똑같은 사건을 똑같은 경찰서가 정권이 바뀐 뒤 다시 하는 것이다. 
 

文대통령 일베 권총협박 수사하는 서울강북서
3년전 朴대통령 페이스북 권총 협박도 수사

朴대통령 협박범 쫓은 경찰, 이젠 文대통령 협박범 수사

서울강북경찰서는 지난 3일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살해하겠다며 일간베스트(일베)에 권총과 실탄 사진을 올린 일베 회원을 협박 혐의로 쫓고 있다. 
 
3년 7개월 전인 2016년 1월에도 서울강북경찰서는 페이스북에 총기 사진과 함께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협박했던 20대 남성 김모씨를 추적해 수사 한달 만에 체포했었다. 
 
당시 검찰에 넘겨진 김씨는 2017년 7월 대법원에서 협박미수 혐의로 벌금 200만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법조계에선 문 대통령 협박범도 김씨와 마찬가지로 실형이 선고되긴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과 진보 정치인들을 협박해 기소된 유튜버나 윤소하 정의당 의원을 협박해 구속된 대학진보단체 간부보다 대통령 협박범의 유죄를 받아내기가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집 앞에서 협박성 방송을 한 유튜버가 지난 5월 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정치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집 앞에서 협박성 방송을 한 유튜버가 지난 5월 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정치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文대통령 협박범, 윤석열·윤소하 협박범과 어떻게 다른가

형사법 전문가인 김정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는 "협박죄가 성립되기 위해선 피해자에게 해악을 담은 협박이 고지(전달)돼야 한다"며 "문 대통령 협박범의 경우 그런 경우로 보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나 일베에 총기 사진을 올리며 대통령을 협박한 네티즌의 행위가 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된 것이 아니고 이를 통해 국내 최고 수준의 경호를 받는 문 대통령이 실제 위협을 느꼈다고 판단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박 대통령을 협박했던 김씨가 협박미수로 벌금형을 받은 것도 실제 박 대통령에게 협박 행위가 전달됐는지, 또 실제 위협을 느꼈는지 증명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라 말했다. 한국 형법은 협박죄와 별도로 협박미수죄도 처벌하고 있으나 미수범의 형량은 훨씬 더 가볍다.
 
반면 최근 검찰이 윤 총장과 진보 정치인들을 협박한 혐의로 기소한 유튜버 김모씨나 윤소하 정의당 의원에게 협박 소포를 보낸 윤모씨는 모두 피해자에게 협박 행위가 적극적으로 전달된 경우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의원실에 협박 소포를 보낸 혐의를 받는 서울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유모씨(35)가 지난달 3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의원실에 협박 소포를 보낸 혐의를 받는 서울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유모씨(35)가 지난달 3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윤소하 모두 협박 전달받고 위협 느껴

유튜버 김씨는 윤 총장의 자택과 박원순 서울시장 공관 앞까지 찾아가 협박을 고지하고 이를 인터넷 중계까지 했다. 김씨의 공소장에는 그가 사용한 과격한 살해 협박 표현들뿐 아니라 '해악의 고지' '수차례 협박'과 같은 법률적 용어도 등장한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변협회장)는 "유튜버의 경우 직접 집까지 찾아가 협박을 했기 때문에 협박의 고지가 피해자에게 이뤄진 사례"라고 말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에게 부패한 새 사체와 협박편지, 칼 등을 직접 소포로 보내 구속된 서울대학생진보연합 간부 유모씨도 구체적인 협박의 행위가 윤 의원에게 전달된 것이라 협박죄가 적용됐다. 
 
법원은 유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고 구속적부심 청구도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법에 따르면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에 흉기와 협박편지, 죽은 새가 담긴 택배가 도착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와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께 윤 의원실에서 흉기와 부패한 새 사체, 협박편지가 담긴 정체불명의 택배가 발견됐다. [윤소하 의원실 제공=연합뉴스]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에 흉기와 협박편지, 죽은 새가 담긴 택배가 도착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와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께 윤 의원실에서 흉기와 부패한 새 사체, 협박편지가 담긴 정체불명의 택배가 발견됐다. [윤소하 의원실 제공=연합뉴스]

"문 대통령 협박범, 권총 소유했다면 협박→살인예비죄"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만약 문 대통령을 협박한 일베 회원이 인터넷에 올린 사진에 나온 권총을 실제 소유하고 있다면 사건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총을 소유했을 경우 협박이 아닌 살인 예비죄가 성립할 수 있고, 허가되지 않은 총기를 소유했다면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총포도검법)' 위반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을 협박했던 협박범들이 올린 사진은 모두 해외 사이트에서 퍼온 가짜 총기 사진인 것으로 전해져 살인예비죄가 적용되긴 어려워 보인다.
 
정보통신망 관련 법률에 따르면 상대방에게 협박성 통화나 문자, 카톡 메시지 등을 보냈을 경우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반복적 행위를 전제하고 있어 대통령 협박범에겐 적용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탄질라 나르바예바 우즈베키스탄 상원의장 접견 중 웃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탄질라 나르바예바 우즈베키스탄 상원의장 접견 중 웃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증오 콘텐츠 쏟아지는 인터넷 "경찰 수사 안 할 수 없어"

대통령 협박범은 체포하더라도 벌금형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지만 경찰 입장에선 총력을 다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다. 
 
권총 사진이 인터넷에 게시됐을 때 사진을 올린 네티즌이 권총을 소유했을 가능성이 있고, 대통령에 대한 살해 협박은 최악의 경우 테러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SNS에서 대통령에 대한 협박 콘텐츠를 지속해서 올릴 경우 이를 일종의 테러 행위로 간주해 실형(1~2년)을 선고하기도 한다.
 
경찰은 최근 SNS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각종 증오 콘텐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일부 네티즌들이 과격한 정치적 표현을 하더라도 검경의 수사는 자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적 의사표현에 대한 수사가 결과적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법원은 112에 전화해 "청와대를 폭파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을 죽여버리겠다"고 말한 30대 김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특정부분의 표현만을 문제삼아 협박죄를 적용할 경우 정치에 대한 국민의 비난을 봉쇄하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누를 소지가 있어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미세먼지 실험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만 참여해도 바나나맛 우유가!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