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럼프, 총기참사 지역 갔다가 시위대 ‘뭇매’…결국 비공개로

중앙일보 2019.08.08 06:2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터진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을 방문했다가 시위대의 항의에 부닥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7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일어난 오하이오주 데이턴과 텍사스주 엘패소를 방문하기 위해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7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일어난 오하이오주 데이턴과 텍사스주 엘패소를 방문하기 위해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A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데이턴 사건 생존자들이 입원한 마이애미밸리 병원을 찾았다. 건물 밖에는 200여명이 모여 “생각과 기도가 아닌 총기규제가 필요하다”, “트럼프의 존재는 우리의 트라우마만 악화시킨다”, “뭐라도 해보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참사를 ‘악(惡)의 공격’이라고 비난하면서도 5일 대국민 성명에선 “방아쇠를 당긴 건 정신병과 증오심이지 총이 아니다”라며 총기규제에는 부정적인 것을 겨냥한 것이다. 당시 데이턴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지명을 ’털리도‘라고 잘못 말한 것을 비꼬아 “털리도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피켓도 눈에 띄었다. 반(反) 트럼프 시위대가 활용하는 ’베이비 트럼프‘ 풍선도 등장했다.  
 트럼프 방문에 항의하는 오하이오주 데이턴 주민들. [AP=연합뉴스]

트럼프 방문에 항의하는 오하이오주 데이턴 주민들. [AP=연합뉴스]

트럼프 방문에 항의하는 오하이오주 데이턴 주민들. [AP=연합뉴스]

트럼프 방문에 항의하는 오하이오주 데이턴 주민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3시간 정도 데이턴에 머문 뒤 엘패소로 이동했다. 엘패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시위는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 일행을 기다리던 군중이 ‘트럼프는 인종주의자’, ‘사랑이 증오를 이긴다’, ‘그를 돌려보내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들른 엘패소 대학병원 주변에서는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이에 앞서 시민단체 ‘보더 네트워크 포 휴먼라이츠’는 트럼프 대통령 앞으로 서한을 보내 “제발 엘패소에서 떨어져 있어 달라. 당신의 언사와 행동이 우리를 끔찍한 순간으로 이끌었다”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당신이 여기 나타나는 것은 위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 단체와 연명 서명한 주민들은 이 악랄한 범죄 이후 당신이 엘패소에 오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뜻에서 이 편지를 보낸다”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민들의 반대를 의식한 탓인지 출발과 도착 당시 공항에 짧게 모습을 드러낸 것 외에는 사진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개 발언도 없었다. 병원을 방문해 피해자와 가족, 의료진 등을 만났다고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이 2건의 트윗을 올린 게 전부였다.
 
트럼프 방문에 항의하는 오하이오주 데이턴 주민들. [AP=연합뉴스]

트럼프 방문에 항의하는 오하이오주 데이턴 주민들. [AP=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총격 사건이 발생한 뒤 회복 중인 도시를 위로하기 위한 첫 방문지인 데이턴에서 대중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었다”며 비공개 행보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슬픔에 잠긴 지역사회를 방문하는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애도를 표하고 국가를 위로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하는데 (이번 행보는) 전통과의 뚜렷한 단절”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데이턴과 엘패소를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분열의 언어’가 총기 폭력의 원인이 된 것이 아니라면서 “내 말은 오히려 사람들을 단합하게 했다”고 반박했다. 또 “어떤 형태의 증오 단체가 발호하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 나는 그것에 관해 무언가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앞서 지난 3~4일 발생한 무차별 총기 난사로 엘패소에서 22명, 데이턴에서 9명이 숨졌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