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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어택] 보이콧과 출전 금지

중앙일보 2019.08.08 00:27 종합 29면 지면보기
장혜수 스포츠팀장

장혜수 스포츠팀장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7월 19일~8월 3일)이 끝나고 한 달여 지난 9월 25일, 서울 신라호텔에 11개 종목 국가대표 선수 107명이 모였다. 조상호 대한체육회장은 선수들 목에 메달을 걸어준 뒤 “피나는 훈련을 하고도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겨냥해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자”고 위로했다. 미국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1979년 12월)을 문제 삼아 모스크바 올림픽 보이콧을 주도했다. 한국·일본 등 20여 개국이 대회 불참으로, 일부는 개회식 불참이나 국기 대신 오륜기 사용으로 이에 동참했다.
 
앞서 1956년 멜버른 올림픽 때는 이스라엘의 수에즈 운하 점령에 항의해 이집트·이라크·레바논이 선수단을 철수했다. 1964년 도쿄 올림픽 때는 인도네시아와 북한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자격 논란을 빚다가 불참을 선언했다. 소련과 동구 공산권은 1980년 보이콧에 대한 보복으로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보이콧했다. 올림픽 보이콧은 ‘정치가 스포츠 정신을 훼손한 일’로 역사에 기록됐다.
 
보이콧의 대척점에 출전 금지 조치가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흑백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시행해 IOC로부터 1964~88년 올림픽 출전을 금지당했다. 2015년 ‘맥라렌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국가 주도의 도핑 스캔들이 드러났다. 도핑에 연루된 100여명의 러시아 선수가 2016년 리우올림픽에 출전 금지됐다. 그게 끝이 아니다.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 때는 국가 차원의 출전 금지 조처가 러시아에 내려졌다. 출전이 허락된 러시아 선수는 국기 대신 오륜기, 국호 대신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lympic Athlete from Russia·OAR)’라는 명칭을 썼다.
 
최근 일본 아베 정권이 경제 보복에 나서자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올림픽 보이콧이 효과적인 대응 카드가 될 거라고 한다. 그럼 한 번 올림픽 역사를 돌아보자. 보이콧이 무슨 효과를 발휘했던가. 입장도 바꿔 생각해보자. 지난해 평창은 러시아가 오지 않아 무슨 타격을 받았나. 아니, 못 온 걸 기억이나 하나. 태극전사 속만 태우는 보이콧 주장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장혜수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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