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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환율전쟁…금리 인하의 '비둘기 파도'가 몰려온다

중앙일보 2019.08.07 18:53
 물길이 제대로 바뀌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블룸버그는 7일 '비둘기 파도(dovish wave·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가 몰려온다고 표현했다. 
 

통화전쟁 속 미국 추가 인하 가능성↑
뉴질랜드,인도, 태국 기준 금리 낮춰
이주열 한은 총재도 추가 인하 시사
엔고에 일본은 '스텔스 인하' 만지작

 방아쇠를 당긴 건 미ㆍ중 환율전쟁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자국 통화가치를 끌어내기 위한 금리 인하의 쓰나미가 몰려올 것으로 예상됐다.
 
 예상이 현실화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첫 번째 물결은 뉴질랜드에서 시작됐다. 7일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기존 1.5%에서 1.0%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시장의 예상보다 인하폭이 컸다.
 
 뉴질랜드의 기준금리 인하는 인접국인 호주 달러 가치를 끌어내렸다. 이날 호주 달러 가치는 장 중 최근 10년간 최저 수준인 미 달러당 1.4970 호주달러까지 하락(전날 보다 1.2% 하락)했다. 호주 중앙은행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시장의 전망이 커지면서다.
 
호주달러 가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호주달러 가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두 번째 물결에는 인도가 몸을 맡겼다. 인도중앙은행도 이날 기준금리를 5.4%로 0.35%포인트 인하했다. 올들어 4번째 금리를 낮춘 것으로 인도 기준금리는 9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5년 만에 최저 수준(6.8%)으로 떨어진 데 따른 조치다. 
 
 태국도 이날 4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1.5%로 결정했다.
 
 지난달 3년1개월만에 기준금리를 0.25% 인하했던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 뒤 “대외 여건이 추가로 악화하면 통화정책 대응을 고려할 수 있다”고 답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다음달 금리 인하를 시사한 상태다.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완화 모드로 재빠르게 전환한 것은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이 보내는 강력한 신호 때문이다. 
 
 신동준 KB증권 수석전략가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게 과감한 금리 인하를 펼칠 명분과 기회를 제공했다”며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은 중앙은행의 대대적인 통화완화를 유발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지만 달러화 약세와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성에는 차지 않았다. 때문에 중국에 환율조작국이란 딱지를 붙이고 벌어진 환율전쟁의 한 가운데에 파월 의장을 밀어넣고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피터 나바로 미 백악관 무역ㆍ제조업 정책국장은 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기준금리를 다른 나라와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Fed가 올해말까지 기준금리를 최소 0.75%포인트 또는 1%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BC 등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백악관에서는 달러 강세의 부정적 영향을 막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엔화 가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엔화 가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환율 전쟁으로 번져간 미ㆍ중 갈등과 각국 중앙은행의 경쟁적 금리 인하는 일본은행의 등도 떠밀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미국의 달러화 약세 유도 분위기 속에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있어서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달러당 106.47엔까지 올라갔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달러=106엔’이 무너졌다.
 
 엔화 값을 끌어내리려면 금리 인하 등의 수단을 동원해야 하지만 정책금리가 이미 마이너스에 머무는 상황인 만큼 일본은행이 쓸 카드가 사실상 없어서다. 니혼게이자이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일본 정부가 ‘스텔스 개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적연금 등을 통해 해외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엔화가치 상승을 막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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