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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몰리는 '봉오동' '김복동'…흥행에 득 될까, 독 될까

중앙일보 2019.08.07 15:32
유해진(왼쪽)·류준열이 1920년대 독립군으로 분한 영화 '봉오동 전투' 한 장면. [사진 쇼박스]

유해진(왼쪽)·류준열이 1920년대 독립군으로 분한 영화 '봉오동 전투' 한 장면. [사진 쇼박스]

 
여름 극장가‧공연계가 항일 소재 콘텐트로 달아오르고 있다. 올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및 3‧1 운동 100주년 등을 맞아 오래전부터 기획‧제작된 작품들이지만 개봉‧개막 시점에 한‧일 갈등이 맞물리면서다. 정치권도 극일 캠페인을 독려하는 가운데 흥행 반사이익을 얻을지 관심이 쏠린다.

저항·극일의 영화·다큐 잇따라 개봉
범여권 진보인사들 SNS 홍보로 지원
'극장 앞 독립군' '영웅' 등 공연도 ‘들썩’

 
7일과 8일 잇따라 개봉하는 극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와 다큐 ‘김복동’(감독 송원근)은 직접적으로 항일‧극일의 서사를 담고 있다. 
 
유해진‧류준열 주연의 ‘봉오동 전투’는 1920년대 만주 지역 독립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거둔 승전의 역사를 담았다. “일제 강점기가 절망으로 점철된 시기가 아니라 희망과 용기로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라는 감독 말처럼 무명 병사들의 투쟁에 초점을 맞췄다. 
 
‘김복동’은 지난 1월 타계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1992년 피해 증언 이후 27년 행적을 재구성했다. 피해자 입장에서의 호소를 넘어 전 세계 양심을 겨냥한 반전‧인권운동가로서의 삶을 전달하는 게 기존 위안부 다큐와의 차이점이다.
 

독립군 ‘봉오동…’과 위안부 다룬 ‘김복동’ 

앞서 개봉한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의 다큐 ‘주전장’이 한‧일 위안부 갈등의 맥락을 폭넓게 소개한 상황에서 ‘도미노 흥행’을 거둘지 주목된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주전장’은 다양성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개봉 1주일 만에 관객 1만 명을 넘기고 누적관객 1만7000여명을 기록 중이다.  
 
특히 범여권 진보 인사들이 이들 영화를 입소문 내는 데 앞장 서는 분위기다. ‘항일‧극일 정치인’ 이미지를 선점할 수 있는데다 영화 제작진과의 친분‧교류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에서 다섯째)이 지난 4일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봉오동전투' 시사회에 유은혜 교육부 장관, 이재명 경기지사 등과 참석했다. [사진 우원식 의원 페이스북]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에서 다섯째)이 지난 4일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봉오동전투' 시사회에 유은혜 교육부 장관, 이재명 경기지사 등과 참석했다. [사진 우원식 의원 페이스북]

‘봉오동 전투’의 경우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홍보 물꼬를 틔웠다. 우 의원은 지난 4일 용산 CGV 시사회 참석 후 페이스북에 “이 영화가 사상 유례없는 흥행을 일구었으면 좋겠다. (중략) 일본에 대해 우리의 단결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라고 적고 ‘인증샷’도 올렸다.
 
배급사인 쇼박스 관계자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로부터 사료와 자문 등 도움을 얻어 시사회에 초대했는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재명 경기지사 등도 함께 와서 놀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의원 및 당직자들이 오는 14일 여의도 CGV에서 봉오동 전투를 단체 관람한다.  
 
지난달 이틀 만에 크라우드펀딩 목표액 1000만원을 달성해 화제가 됐던 ‘김복동’은 최근 사회 분위기에 맞물려 지자체 차원에서 대관 혹은 단체관람 문의가 많다고 한다. 제작사인 엣나인필름의 정상진 대표는 “서울 금천구청‧김포시 등에서 ‘대관 행사를 할테니 제작진이 인사를 와 달라’는 요청이 이어지는데 다 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제징용-위안부 문제 관련 사진전시회 개회식에 참석해 김복동 할머니 사진에 국화꽃을 붙이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제징용-위안부 문제 관련 사진전시회 개회식에 참석해 김복동 할머니 사진에 국화꽃을 붙이고 있다. 김경록 기자

 
 

조국 '주전장' 보고 "지피지기 필요하다" 

지난달 30일 열린 '김복동' 시사회에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원혜영ㆍ표창원 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지도부는 개봉 당일인 8일 단체관람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영화 기획·제작에 함께 한 뉴스타파·정의기억연대 등과 인연도 있고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로 안다"고 소개했다. 
 
앞서 조 전 수석은 ‘주전장’을 보고 페이스북에 “다수의 한국인은 ‘위안부’ 문제의 논점을 다 안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런 분에게 이 영화는 ‘지피지기’기 필요함을 알려 줄 것”이라며 영화 관람을 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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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흐름 속에 공연계도 은근히 ‘반일 관객몰이’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오는 9월 20,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극장 앞 독립군’은 봉오동 전투를 이끌었던 홍범도 장군과 관련된 메타극이다. 영화가 전투 자체에 초점을 맞춘 반면 뮤지컬은 홍 장군이 말년에 카자흐스탄의 극장 수위로 일하며 자신의 일대기를 연극으로 상연했던 실화를 재구성한다. ‘극장 앞 독립군’은 영화 ‘봉오동 전투’와 함께 티켓 바터(Barter‧물물교환), 포토월 등 홍보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동반 흥행을 기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항일 뮤지컬 ‘영웅’의 10주년 기념 투어에는 “요즘 같은 시국에 보니 더욱 뭉클하다”는 후기가 줄을 잇고 있다.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최후 1년을 다룬 창작 뮤지컬로 지난달 23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안중근 의사의 최후 1년을 다룬 창작 뮤지컬 '영웅'. 10주년 기념 투어의 마지막 시즌으로 지난달 23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사진 에이콤]

안중근 의사의 최후 1년을 다룬 창작 뮤지컬 '영웅'. 10주년 기념 투어의 마지막 시즌으로 지난달 23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사진 에이콤]

일본과 관계 없는 작품까지 홍보 과정에서 작품 메시지에 ‘극일’을 끌어오기도 한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 중인 ‘벤허’는 6일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한지상이 “로마에 맞서 싸우는 유대인 이야기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정서”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정치권 홍보 고맙지만 '프로파간다'는 경계 

다만 정치권 관심에 대해선 간접 홍보는 기대하되 프로파간다 작품으로 읽힐까봐 경계하는 분위기다. 쇼박스 관계자는 “영화 홍보가 되니 고맙긴 해도 ‘봉오동 전투’ 자체는 정치적 영화가 아니다”면서 “작품 메시지가 한쪽으로만 해석되진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영화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다보니 정치인들도 필요에 따라 프로모션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이게 팬덤을 통해 입소문이 될지, 역풍으로 거부감을 부를지는 관객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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