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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거짓말 믿었다" 고개숙인 경찰, 책임자 3명 감찰 돌입

중앙일보 2019.08.07 13:40
고유정이 범행 후 쓰레기 종량제봉투를 버린 제주 펜션 인근의 쓰레기 분리수거장. 고유정은 전남편을 살해한 뒤 훼손한 시신을 은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중앙포토]

고유정이 범행 후 쓰레기 종량제봉투를 버린 제주 펜션 인근의 쓰레기 분리수거장. 고유정은 전남편을 살해한 뒤 훼손한 시신을 은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중앙포토]

경찰이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36) 사건과 관련해 부실수사 의혹을 인정했다.  
경찰청과 제주지방경찰청은 7일 ‘경찰청 관련 기능 합동 현장점검단’ 조사 결과, 고유정 사건과 관련한 초동조치와 수사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일부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청 '전 남편 살해사건 진상조사' 발표
고유정 거짓말에 범행 장소 확인 늦어져
체포 영상 공개 공보 규칙 위반으로 판단
박기남 전 서장과 관련 간부 3명 조사대

 
이에 따라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현 제주경찰청 정보화장비담당관)과 이번 수사와 관련된 간부급 경찰공무원 등 3명에 대한 감찰조사를 의뢰했다. 경찰청 차원에서 구성된 합동점검단은 지난달 2일 동부경찰서를 방문, 나흘간 머물며 수사 과정 전반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이번 진상조사는 고유정 사건에 대한 초동 수사 미흡 등의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이뤄졌다. 경찰청은 제주동부서가 지난 5월 27일 피해자 실종신고 및 자살의심 신고를 접수한 후 최종 목격자 및 장소에 대한 현장 확인과 주변 수색이 지연되는 등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경찰은 최종 목격자임을 주장한 고씨의 거짓 진술과 조작된 문자에 속아 피해자인 전남편 강모(36)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기지국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했을 뿐 고씨를 직접 만나거나 펜션을 확인하지 않았다. 
 
지난 6월 1일 긴급체포 당시 고유정. [경찰이 촬영한 영상의 캡처=연합뉴스]

지난 6월 1일 긴급체포 당시 고유정. [경찰이 촬영한 영상의 캡처=연합뉴스]

또 지난 6월 1일 고유정을 긴급체포하며 청주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할 때 사건의 결정적 증거인 졸피뎀 증거물을 발견·확보하지 못한 점도 부실 수사 꼬리표를 달았다. 범행에 사용한 주요 증거 중 하나였지만 졸피뎀 등이 든 약봉지는 현 남편(37)이 찾아 경찰에 제공했다.  
 
또 경찰청은 청주에서 고유정을 체포하는 촬영 영상이 일부 언론에 공개된 것에 대해서도 감찰조사를 진행한다. 경찰청은 박 전 서장이 공보규칙과 인권규칙을 위반해 사적으로 자료를 공개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 전 서장은 지난달 12일 직원을 통해 고유정 체포 영상을 모 방송국에 제공했고, 지방청 발령 이후인 7월 27일에도 개인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언론사 2곳에 영상을 발송했다. 
 
경찰청은 박 전 서장이 경찰청 훈령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세가지를 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제6조인 수사 사건의 공개는 공보 책임자에 한정된다는 항목과 제9조 공보시 사전보고 누락, 제11조 언론매체 균등한 보도기회 제공 등의 항목이다. 이와 관련해 박 전 서장은 "추후 감찰 조사에서 정확한 사실 관계를 밝히겠다"는 뜻을 내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 사건 발생 시 경찰청과 지방청 주도의 종합대응팀을 가동할 계획이다.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초동수사 단계부터 본청과 지방경찰청 차원의 팀을 꾸려 일선 수사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고유정 인물 관계도. [중앙포토]

고유정 인물 관계도. [중앙포토]

경찰 관계자는 "초기 위기관리를 위한 종합대응팀을 운영하고, 신속·면밀한 소재 확인을 위한 실종수사 매뉴얼의 제도개선과 함께 관련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피해자 유족들의 한을 달랠 수 있도록 피해자 시신 수습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유정은 5월 25일 제주도 한 펜션에서 2년 만에 친아들을 만나러 온 전남편 강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지난 1일 구속기소됐다. 오는 12일 고유정이 출석하는 첫 공판이 제주지법에서 열린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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