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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고마워” 야산에서 치매 할머니 업고 내려온 구조대원

중앙일보 2019.08.07 05:00
경북 김천소방서 최호 구조대원이 실종된 90대 노인을 23시간만에 구조한 뒤 업고 산을 내려오고 있다. [사진 김천소방서]

경북 김천소방서 최호 구조대원이 실종된 90대 노인을 23시간만에 구조한 뒤 업고 산을 내려오고 있다. [사진 김천소방서]

지난 4일 오후 4시20분쯤 경북 김천시 구성면 하강리 마을회관 앞의 한 야산. 김천소방서 소속 구조대원 2명이 우거진 풀 속에서 누워있는 할머니를 발견했다. 최호(34) 구조대원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할머니”하고 부르자 A씨(91)가 뒤척이면서 고개를 들었다. 이들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3일 경북 김천의 한 요양원 나선 90대 할머니
김천소방서 최호·김영준 구조대원이 야산에서 발견
당시 할머니 주황색 모자 등 밝은 색 옷 입고 있어
최호 구조대원이 물 건넨뒤 할머니 업고 내려와

이날 90대 할머니 A씨는실종된지 23시간만에 요양원과 직선거리 1㎞정도 떨어진 인근 야산에서 발견됐다. 앞서 지난 3일 오후 5시30분쯤 구성면의 한 요양원은 “할머니 한 분이 안 보인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그동안 치매증상을 보여왔다. A씨는 주변에 “버스를 타러 정류장에 가야한다”고 말한 뒤 요양원을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야간 수색을 벌였으나 A씨를 찾지 못했다. 다음날 소방공무원 30명, 의용소방대 12명, 경찰 20명, 시청 2명, 군부대 68명 등 총 143명과 119특수구조단인명구조견 및 드론을 동원해 수색한 결과 23시간만에 야산에서 할머니를 발견했다. 
 
이날 할머니를 발견한 사람은 최 구조대원과 김영준(31) 구조대원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한 차례 수색을 벌인 뒤 짝을 지어 가보지 않은 곳을 돌아다니다 야산 정상까지 올라가 할머니를 찾았다. 이날 김천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최 구조대원은 “할머니가 주황색 모자를 쓰고 하늘색 티셔츠를 입는 등 화려하게 입고 있어 사람인 걸 바로 알 수 있었다”며 “폭염에 지쳐 의식이 없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늘에 계셔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할머니에게 물을 건넸다. A씨는 겉으로 봐서는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구조대원이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 있겠느냐”고 묻자, 할머니는 “모른다.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길을 잃었다”고 했다.
 
A씨가 지쳐 있어 최 구조대원이 그를 업고 산을 내려왔다. 구조대원들에 따르면 A씨는 이들이 구조대원이라고도 인지를 못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산에서 내려오며 구조대원들에게 “아저씨,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 구조대원은 “폭염 속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빨리 발견돼서 다행”이라며 “10년간 소방서에서 일하며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적은 많지만 직접 발견한 건 처음이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 구조대원도 “해야 할 일을 했다”며 “구조대원으로서 뿌듯하다”고 했다. 
 
경북 김천소방서 신청사.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경북 김천소방서 신청사.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한편 지난 주말부터 35도가 넘는 폭염이 연일 계속되면서 전국적으로 5명이 숨지고 탈진, 열사병 등 온열 질환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온열 질환자는 5일 기준 1094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사망이 5명이다. 
 
사망자는 대부분 노인이다. 지난달 23일 경북 청도군에서 80대 여성이 숨졌고, 지난 3일 경북 고령군에서도 80대 여성이 밭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는 등 잇따라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폭염특보가 내려지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야외 활동을 삼가야 한다”며 “특히 고령자들이 많은 요양원에서는 환자 산책 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천=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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